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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5일 오후 3시 10분]

중앙대가 교내 청소 노조가 대자보·구호 등을 외칠 경우 1인 1회당 100만원씩 내게 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중앙대 학생들이 이를 비판하며 잇따라 '100만 원짜리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학생들의 이런 '100만원 대자보' 행렬은 계속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3일 오후 학교 측의 법적 대응을 비판하며 중앙대 건물에 첫 '100만원 짜리 대자보'가 붙은데 이어, 4일 오후 해당 대자보 옆으로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연달아 붙고 있다. 중앙대는 교내 청소 노조가 대자보·구호 등을 할 경우 1인 1회당 100만원씩 내게 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 연달아 붙는 '백만원 대자보' 지난 3일 오후 학교 측의 법적 대응을 비판하며 중앙대 건물에 첫 '100만원 짜리 대자보'가 붙은데 이어, 4일 오후 해당 대자보 옆으로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연달아 붙고 있다. 중앙대는 교내 청소 노조가 대자보·구호 등을 할 경우 1인 1회당 100만원씩 내게 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 이재정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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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 대한 학교 측의 법적 대응이 알려진 후 중앙대 내에 처음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은 것은 3일 오후 10시께. '이건 백만 원짜리 자보'라며 학교 측을 비꼰 대자보 작성자 K씨(24)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교는 노조 측 의사표현에 '100만원' 가격표를 붙였는데 이는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해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중앙대에 나붙은 '100만 원짜리 대자보').   

첫 '100만원 대자보'가 붙은 법학관 건물 앞, 4일 저녁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연달아 붙기 시작했다. 첫 번째 대자보가 익명으로 작성돼 학교 측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를 지적했다면, 4일 오후 8~9시께 붙은 2개의 대자보에는 모두 실명으로 '청소 노조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20분 대자보를 붙인 중앙대 학생 김동건(22)씨는 4일 밤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식을 듣고 생각만 하던 차에 다른 학생이 붙인 걸 보고 대자보를 쓰게 됐다"며 "학교는 휴일인 오늘도 학내 커뮤니티에 청소노동자 파업을 '불법 파업이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썼는데 이런 태도부터가 잘못됐다, 학교는 문제해결의 시작인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후 9시 50분께 대자보를 붙인 이재정(21세,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13)씨는 "청소노동자들은 노조가 생긴 후에도 과한 외곽청소를 감내하고,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쳐도 말할 수 없어 파업을 하게 된 것"이라며 "청소 노조가 부당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닌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이런 소송을 진행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그들의 외침을 100만원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

김동건씨는 대자보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통보'였고 교섭을 촉진해달라는 요청에 돌아온 것은 '퇴거요구'였다"며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장소에서 파업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인가"라 물었다. 그러면서 "기본급이 119만원 전후인 청소노동자에게 100만원을 청구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생계를 위협하는 '협박'"이라고 썼다.

4일 중앙대 김동건씨가 작성해 붙인 대자보. 김씨는 여기에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장소에서 파업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인가, 기본급이 119만원 전후인 청소노동자에게 100만원을 청구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생계를 위협하는 '협박'"이라고 썼다.
▲ '100만원으로는 막을 수 없다' 4일 중앙대 김동건씨가 작성해 붙인 대자보. 김씨는 여기에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장소에서 파업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인가, 기본급이 119만원 전후인 청소노동자에게 100만원을 청구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생계를 위협하는 '협박'"이라고 썼다.
ⓒ 김동건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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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대자보 한 장에 100만원, 구호 한번에 100만원이라니.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에 가치를 매긴 것 치고는 소박한 것 같다"며 "이들의 외침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학교가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판단이 틀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김씨가 쓴 대자보의 제목은 '그들의 외침을 100만원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였다.

이재정씨는 "'남들같이 살고 싶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에 공감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 서포터즈 <비와 당신>에서 활동했다"며 "용역회사와 학교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파업 중임에도, "청소 못해줘서 미안해"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청소노동자분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라고 썼다.

4일 오후 이재정씨는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며 법학관 건물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씨는 여기서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왜 미안함이 돼야 하냐"며 "우리가 안녕하지 못함과 청소노동자분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청소노동자와 우리의 '안녕'이 다르지 않아 4일 오후 이재정씨는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며 법학관 건물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씨는 여기서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왜 미안함이 돼야 하냐"며 "우리가 안녕하지 못함과 청소노동자분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이재정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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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 왜 미안함이 돼야 하나, 청소노동자들의 마지막 몸부림마저도 차단하려 백만 원이란 딱지를 붙이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라 물었다.

이어 "그간 안녕하지 못했다며 고민을 풀어냈던 친구들, 우리가 안녕하지 못함과 청소노동자분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함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막아내야 하지 않겠나"라 썼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학교 측 대응을 놓고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늘어남에 따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에는 학내 문예창작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긍정적인 시 100만원' 등 풍자시를 통해 학교 측을 비판하는 자보를 붙였으며,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나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진 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법학관 건물 벽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창작학과 김OO, 이OO' 등 타학교 학생들이 "사람이 미래다, 단 파업노동자는 빼고?"라 적힌 손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대자보 옆에 붙였다.

지난 3일 밤 첫 '100만원 대자보'가 붙은 사실을 제보한 한 중앙대 학생은 "주변에 대자보에 동참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 5일에도 계속 자보가 붙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붙인 김씨도 "저희 학교가 최근 '안녕들' 대자보도 많이 붙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더 많은 학생들이 붙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일에도 중앙대에 학교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5일에도 중앙대에 학교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 중앙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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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자보, #백만원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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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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