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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한 해 동안 정치는 실종된 상태였다며 '지난 대선과 관련된 의혹들은 모두 특검에 맡겨 정리하자'고 말했을 때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TV에 비춰질 때마다 그렇듯이 매우 세련된 옷을 입고 대선 후보시절보다 좋아진 안색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야당이 지난해에 국정의 발목을 잡은 것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불의와 무력에 타협하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 강한 신념과 의지로 소임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국가기관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막바지에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TV와 유세장에서 민주당 후보 등을 공격하며 반복한 말을 되돌아보면 국가기관 부정선거에 대해 지난해 내내 박 대통령이 반복한 말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신년인사회에서 언급한 '불의와 타협하지 말자'는 말 또한 전혀 설득력이 없게 된다.

지난해 대선 당시 KBS TV 화면을 통해 확인되는 당시 박 후보의 관련 발언 중에는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할 수법', '문재인 후보 인권유린 세력' 등의 과격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비수로 후비듯 공격적이었고 섬뜩할 만큼 강렬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KBS 뉴스를 통해 확인된 대표적인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아래와 같다.

▲12월 14, 15, 16일 KBS 밤 9시 뉴스
<녹취> 박근혜(새누리당 대선 후보):"이 여직원의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주차된 차를 들이받고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해서..."

▲12월 17, 18일 KBS 밤 9시 뉴스
<녹취> 박근혜(새누리당 대선후보):"자신들은 증거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국정원 못믿겠다, 경찰도 못 믿겠다, 선관위도 못 믿겠다 하면 도대체 민주당은 누구를 믿는단 말입니까?"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증거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 인권유린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며, 자신은 억울한 국민이 없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증거도 내놓지 않으면서 수사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인권유린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 취임이후에는 대선 유세 당시 TV와 유세장에서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해 외쳤던 말들을 깡그리 잊었는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은 대선 당시 국정원에 지시할 입장이 아니었고,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다. 재판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경찰이 당시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법원에서 입증되었지만 박 대통령은 역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면 지난해 대선전 수일 동안 전국의 유세장과 TV 유세를 통해 자신이 무슨 발언을 했으며 그것이 오늘날 국정원과 경찰의 범법 사실이 검찰에 확인된 사실에 비춰볼 때, 결과적으로 유권자를 심각하게 기만하고 오도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인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정치적인 윤리 의식과는 담을 쌓은 그런 모습만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억력 상실증과 같은 태도는 특히 남재준 국정원장의 언행에서 100% 재연되고 있다. 남 원장은 검찰에 의해 국정원의 대선 부정선거 증거가 쏟아졌지만 '재판이 끝나봐야 한다'는 매우 비상식적인 태도를 TV 카메라 앞에서 반복했다. 대통령의 아바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입법이 합의되면서 대선 당시 국저원의 부정선거 범죄 사실이 입법부에 의해 심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과거와 같은 '기계인간' 같은 표정을 계속 보여주었다. 자신의 말에 대해서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체질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의혹을 끼친 사건이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원법 개혁에서 입증되었다면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했지만 남 원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박 대통령의 설득력이 없는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당당한 태도와 말'을 방어하는 정권 안보적 태도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그러나 SNS 시대라서 대선의 진상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청와대가 대선 부정선거를 덮기 위해 전교조나 공무원 노조를 상대로 공안통치, 정치 공작을 시도 때도 없이 벌이고 있다는 주장은 이제 모두가 공유하는 사실이 되었다. 매주 서울시청 광장이나 청계 광장에서 '지난해 대선은 부정선거'라고 외치는 집회가 계속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새누리당 등도 '대통령 구하기'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부정선거 진상 규명과 관련해 검찰총장과 특별 수사팀장 등을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경질하는 등의 조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박 대통령 퇴진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정선거도 문제지만 부정선거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박 대통령도 더 큰 문제라는 논리다.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 불법 개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 등을 전혀 취하지 않으면서 두 대통령의 부정선거 합작이 아니냐 하는 의혹까지 증폭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부적절한 태도는 결국 박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집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회적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권 말기의 현상과 유사하다. 불행한 일이다.

정치적 윤리의식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정치인의 말이 사회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것은 그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이 다하는 것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진실이다.

정치적인 발언, 도덕성 등으로 실망을 주는 것은 '대선불복'은 절대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의원이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부분의 성직자와 대학 교수,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부정선거는 그 결과 무효라는 일반 상식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슨 근거인지 야권은 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정선거인데 임기를 보장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부정선거가 자행될 경우에도 그렇게 한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를 전문 정치인들이 펴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절망스럽다. 박 대통령으로 인해 국내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야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것은 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논리와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야권의 태도 때문이다. 새해를 맞았지만 정치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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