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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
ⓒ 상산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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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이 일제히 채택을 철회함에 따라 전주 상산고의 향배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산고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유일하게 고수하고 있는 학교로,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77)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홍 이사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교원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장의 특성상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그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겨 삭제했지만 이종훈 교감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하다"는 글을 남긴 것도 학교 분위기를 말해준다.

1937년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서 태어나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홍 이사장은 1966년 고교 수학 참고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의 정석>을 내놓았다. 4천만 권 안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이 책에 대해 홍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려서 '수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것 같다"고 자부심을 피력한 바 있다. (2006년 8월 30일 세계일보)

교육계에서 한창 이름을 날린 그에게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과 김대중의 신민당이 비례대표 1번 제의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청진동의 '가원'이란 음식점에서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직접 권유를 받았습니다. 당선권 내의 번호를 받으려면 당에 5억원을 내고 계보에 2억원을 내야 했어요... (중략) 내가 정치를 안한 이유는 '수학의 정석' 때문이죠. 내가 정치로 가면 책 쓸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중략) 그 전에도 국회의원 할 기회가 있었어요. 김원기 국회의장이 정읍에서 처음 공천 받을 때도 내가 주변의 권고를 사양 안했더라면 아마 결과가 달라졌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치 안하길 잘했어요. 평생 어려운 결정 가운데 하나가 정치 안한 것인데 참 잘한 결정이라 생각해요."

정계 대신 그가 택한 진로는 교육사업. 그는 1981년 <수학의 정석> 판매 수입을 모은 돈으로 전북 전주시에 자신의 아호를 딴 상산고를 설립했고, 이 학교는 2010년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됐다.

상산고는 2013년도 졸업생 330명 중 185명을 의과계열 대학에 입학시키고, 2014년도 서울대 수시합격자수 전국 16위(24명)에 오를 정도로 진학률이 높은 학교로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홈페이지 학부모 글 무더기 삭제와 재학생 대자보 철거 논란에서 보듯 이 학교는 권위주의적인 학풍으로도 여론의 도마에 올라있다.

또한 홍 이사장은 전교조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문화전통에서 교사는 노동자가 아닌 스승이다. 교사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스승으로서의 권한은 포기해야 한다"며 "한국의 특수성으로 봐서 교원만은 노동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홍 이사장은 2005년 참여정부 주도로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후 신문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가장 강하게 저항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홍 이사장은 상산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또 다시 뉴스의 인물로 떠오르게 됐다.

전북도내 30여개 교육·사회·시민단체로 이뤄진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가 6일부터 매일 학교 앞에서 항의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도 교육청도 최근 사태가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상산고는 6일 간부회의에서 교과서 채택에 대한 최종입장을 정하기로 했지만, 최대 변수는 홍 이사장의 의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홍성대, #상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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