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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멘트 센터를 찾은 군포의제21 방문자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멘트 센터를 찾은 군포의제21 방문자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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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시의 코가네쵸는 한때 유명한 성매매 거리였다. 성매매 점포가 260여 개였으며, 동남아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여성들이 거리에 흘러넘쳤다. 성매매 여성들 뒤에는 당연히 조직폭력배들이 있었고, 이 지역에서는 마약 밀매도 성행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일대는 우범지대이기도 했다. 외국에서 들어온 성매매 여성들의 살해사건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는 것.

코가네쵸가 성매매 거리가 된 것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였다. 전쟁이 끝나자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여성들이 성매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에 불과했지만, 점점 성매매가 상업화하면서 결국은 조직폭력배들이 이 지역을 점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코가네쵸는 성매매 거리가 아니다. 성매매 업소를 몰아내고자 하는 지역주민들과 요코하마시, 경찰 등이 손을 잡고 성매매 업소를 몰아냈고, 그 공간을 예술가들이 차지하면서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던 것.

성매매 업소가 변신한 비결

코가네쵸역과 히노데역 사이에는 케이큐 급행열차가 달리는 고가철로가 있다. 이 철로 밑에 예술가들을 위한 스튜디오가 마련되었고, 주변의 성매매 점포들은 내부개조를 통해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와 전시회 공간이 되었다. 이 지역은 현재 요코하마시에서 위탁을 받은 NPO 법인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멘트센터'가 관리하고 있다.

코가네쵸 거리
 코가네쵸 거리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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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푸른희망군포21실천협의회(이하 군포의제21) 일본 현장방문 참가자들인 코가네쵸를 찾았다. 군포의제 21 방문자들은 야마다 신고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센터' 사무국장과 홍보를 담당한 이지희씨, 코가네쵸 주민대표인 타니구치 야스토시씨를 만나 코가네쵸 지역의 마을만들기와 예술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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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군포의제21 방문자들은 코가네쵸 지역을 둘러보았다. 방문자들이 둘러본 전시공간으로 개조됐거나 되고 있는 공간에는 한 때 성매매 업소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2005년만 해도 성매매 점포가 있었다. 천막으로 된 간판은 성매매 점포의 상징이었는데, 그것을 철거하는 게 우리 일 가운데 하나였다. 천막간판은 NPO와 지역주민, 경찰, 공무원이 같이 협력해서 철거했다. 요코하마 시는 건물소유자와 협의해서 천막간판을 철거할 수 있게 교섭해서 (간판을) 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지희씨의 설명이다. 이렇게 성매매 점포를 몰아내고 간판을 뗄 수 있게 된 것은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요구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이 지역에 260여 개의 성매매 점포가 있었다. 10여 년 전쯤 전에 이곳 상태가 너무 심각해 우리 마을과 옆 마을이 함께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요코하마시를 찾아가 성매매 점포를 없애고 싶으니 협조해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코가네쵸 마을 주민 대표인 타니구치씨의 설명이다. 타니구치씨는 "당시 일본은 전국적으로 '풍속'을 정비하는 시기였다"며 "국가 정책과 우리의 요구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코가네쵸 성매매 거리는 규모가 컸기 때문에 "요코하마시에서도 정책을 펼치기 좋았다"는 것이 타니구치씨의 주장이다.

코가네쵸 마을대표인 타니구치 야스토시씨와 이지희씨
 코가네쵸 마을대표인 타니구치 야스토시씨와 이지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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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시의 협조로 마을주민들은 '환경정화추진협의회'를 구성, 4개의 부서를 만들어 본격적인 코가네쵸 환경정비를 시작했다.

"마을만들기, 정화추진부서, 오오카강 환경정비부서, 이벤트 홍보부서 이렇게 4개 부서가 활동을 시작했다. 시와 경찰의 지원을 받게되면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요코하마시에서는 빈 성매매 점포를 70여 군데 임대하면서 성매매 활동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고, 임대한 성매매 점포에서 예술가들이 관련 활동을 펼칠 수 있게 지원했다.

"초기에는 조직폭력배들이 활개를 치는 시기라서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

타니구치씨의 회고다.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공권력이 같이 결합했기 때문에 코가네쵸에서 성매매 업소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는 게 타나구치씨의 설명.

성매매 업소 몰아내기는 성공을 거둬 현재 코가네쵸에서 성매매를 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매매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60여 개의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던 곳이었으니, 언제든지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니구치씨는 "방심하면 안 된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없도록 마을주민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코하마시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 '코가네쵸 바잘'

코가네쵸
 코가네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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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네쵸가 성매매 거리에서 예술의 거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요코하마시의 정책 때문이었다. 요코하마시는 코가네쵸를 성매매 거리에서 예술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세우고 추진했던 것.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그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게 요코하마시의 정책이었다.

2005년부터 코가네쵸 성매매 점포 철거 사업이 시작되었고, 2008년에는 '코가네쵸 바잘'이라는 미술전시회가 열렸다. '코가네쵸 바잘'은 이후 매년 열렸고,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예술가들을 초청해 규모를 점점 더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런 일을 맡아서 하는 단체가 바로 NPO 법인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는 코가네쵸 바잘을 매년 개최할 뿐만 아니라 성매매 점포를 개조해 만든 공간에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임대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도 함께 진행하는데, 성매매 점포를 리모델링 하는 일이 거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예술과 관련된 상점도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코가네쵸 바잘이라는 현대미술 전시회는 일본 작가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시아 등에 해외공모를 통해 선발된 예술가들을 초대해서 연다. 그리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교류사업도 더불어 하고 있다. 예술학교도 여는데 실기강좌와 전문강좌를 열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펼치는 사업은 예술과 마을만들기"라는 것이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지희씨의 설명이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에서 상주하는 직원은 전부 13명. 사업자금은 요코하마 시에서 지원을 받는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는 2009년에 만들어졌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멘트 센터를 찾은 군포의제21 방문자들.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멘트 센터를 찾은 군포의제21 방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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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네쵸 바잘은 현대전시회로 2008년에 처음 열렸을 때 마을주민들은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 타니구치씨의 설명이다.

"마을사람들이 참여하고 이해할 수 있게 현대미술 말고 다른 다양한 것들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다.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워크숍 등에 참여했다."

이렇게 시작한 '코가네쵸 바잘'은 2013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2014년에도 8월부터 10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2008년과 2011년에는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와 같이 열려, 관람을 하고 간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2014년에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함께 열려, 코가네쵸 바잘이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이지희씨는 예상되고 있다.

"건물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 인상적"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임대사업 역시 상당히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레지던스는 장기임대와 단기임대로 나뉘는데 장기는 1년을 계약기간으로 한다. 입주한 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하면서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거나 작품발표 등을 할 수 있다.다른 지역의 임대료의 1/3정도 가격으로 빌려주는데, 예술가들이 그 대상이 된다. 때문에 입주를 희망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입주대상자는 코가네쵸 센터에서 심사해서 결정한다.

단기임대의 경우는 기간이 3개월 이내다. 그밖에도 레지던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코가네쵸 바잘 등의 전시회에 초대를 받은 작가들이 그 대상이다. 예술가들이 살면서 창작을 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게 요코하마시의 정책이다.

코가네쵸의 계단 광장. 무대로,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코가네쵸의 계단 광장. 무대로,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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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하고, 외부인들은 이 공간에서 예술관련 강좌를 듣거나 공연을 보러 몰려온다. 뿐만 아니라 한 때 우범지역이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가 밑에 설치된 계단광장에서는 공연이 열리거나 이 지역에 들어온 외부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아시아의 (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NPO로 거듭나고 싶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 (코가네쵸 지역의) 시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 재정비해서 많은 예술가들이 와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지희씨는 코가네쵸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김지영 군포의제21 사무국장은 "무조건적인 철거방식이 아니라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서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지역을 바꾸고자 하는 주민의 염원에 행정과 NPO 등이 협력해서 이뤄낸 성과인 것 같다"고 방문소감을 밝혔다.

김 국장은 "군포에서도 마을 구석구석이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동네가 될 수 있게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태그:#군포의제21, #군포시, #코가네쵸, #요코하마시, #매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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