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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31미터 추월산 정상 풍경
 해발 731미터 추월산 정상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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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운장산 산행으로 피곤했던지 저녁 식사 후엔 모두 곯아떨어졌다. 숙소에서 눈을 뜨니 오전 8시다, 부랴부랴 아침밥을 챙겨먹고 추월산으로 달렸다. 산행 들머리인 '추월산관광단지'에 도착하니 오전 10시다. 넓은 주차장 한쪽엔 차량 몇 대가 세워져 있다. 일찍 산을 찾은 사람들의 차량이리라.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 한 컵으로 목을 축이고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코스는 보리암을 거쳐 정상으로 가기로 했다. 담양향토문화연구회에서 세워놓은 의병전적지 기념비 앞을 지나는 길은 마냥 평탄하고 좋았다.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가자 길은 너덜돌길이다. 제1등산로와 제2등산로 갈림길에서 오른편 제1등산로를 택했다.

추월산은 전날 오른 운장산에 비해 산이 낮고 남쪽이어서인지 단풍이 많이 남아 있고 빛깔도 고왔다. 늦가을의 단풍 숲길을 걷는 느낌이 상쾌하여 힘든 줄 모르고 오르노라니 눈앞에 벤치 두 개가 나타난다. 쉼터였다. 쉼터 앞 바위절벽에는 깊이 5m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동굴이 평면으로 뚫려있어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는 동굴과 쉼터 풍경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는 동굴과 쉼터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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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지나자 등산로가 확 달라진다. 모두 급경사 길에 대부분 목재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급경사 바윗길이어서 안전한 계단설치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능선까지 이어진 목재계단은 아무래도 산행의 깊은 맛을 반감시킨다.

"우와! 이 단풍 좀 봐? 빛깔이 참으로 곱네그려."
"정말 그렇군, 그런데 뒤 좀 한 번 돌아봐. 산 아래 담양호의 풍경도 그만이야"

목재 계단참에 설치된 전망대에 멈춰선 일행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계단 옆에 서 있는 단풍나무의 붉게 물든 단풍 빛깔이 참으로 고왔다. 어디 그뿐이랴. 산 아래 골짜기의 담양호와 호수 건너 산록의 풍경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계속 계단만 밟고 오르려니 지겨운 걸"

목재계단길 옆의 고운 단풍
 목재계단길 옆의 고운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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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등산로에 계속 이어진 목재계단
 급경사 등산로에 계속 이어진 목재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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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계속 계단만 밟고 오르려니까 지겨운 걸. 요즘 많은 산들의 등산로가 너무 많은 계단 길로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깝던데 이 산은 특히 더 심한 것 같네 그려."
"그러게 말이야. 산길이 산길다워야 하는데. 너무 인위적인 계단 길이라 그런지 등산하는 기분이 영 별로구만."

투덜투덜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일행들은 아무래도 목재계단이 마땅치 않은가 보았다. 아름답고 멋진 경치에 감탄하던 말들이 금방 불평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추월산은 계단이 유별나게 많은 것 같았다.

"저 건너편 좀 봐? 저 절벽 위에 보이는 것이 보리암이잖아?"

계속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허위허위 올라 제법 널찍한 곳에 이르렀다. 일행이 가리키는 맞은편 단풍 숲 속에 어렴풋이 한옥의 팔작지붕 옆면이 바라보인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보리암이었다. 놀라운 풍경이다. 거의 산꼭대기에 가까운 저 절벽 위에 어떻게 암자를 세울 생각을 했을까?

멀리서 바라본 절벽 위 단풍 속의 보리암(원내)
 멀리서 바라본 절벽 위 단풍 속의 보리암(원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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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 대웅전과 무쇠솥, 석등이 있는 풍경
 보리암 대웅전과 무쇠솥, 석등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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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발걸음을 재촉하여 암자로 향했다.  암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길가 바위 밑에 서있는 두 개의 비석이 눈길을 붙잡는다. 그 중 하나의 비석에는 '충장공 김덕령장군 배, 정경부인 흥양이씨 순절비'라 새겨져 있다. 이곳이 바로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이씨 부인이 왜군에게 쫓기다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순절한 곳이었다.

보리암은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대웅전 마루 밑 댓돌 위에서 졸고 있을 뿐 고즈넉한 풍경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암자는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댓돌 아래 마당에는 그 유명한 무쇠솥과 함께 석등이 세워져 있었다. 절벽 쪽 마당가에는 대나무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그 너머로 바라보이는 골짜기와 산자락에는 아직도 단풍이 한창이다. 담양호의 물빛도 고왔다.

"작은 산이라고 얕봤는데, 아휴 힘들어"

다시 길을 나서 정상을 향했다. 역시 급경사 계단 길이다. 보리암 뒤편 산꼭대기는 '보리암정상'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준비해 가지고 오른 과일 한쪽씩을 나누어 먹으며 둘러보는 주변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녘과 함께 담양호 건너편에 있는 금성산성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 아래 담양호 풍경 좀 봐? 모양이 별처럼 생기지 않았어?"
"어, 정말 그렇네, 별이 아니라 불가사리 모양 같기도 한데, 허허허."

급경사 계단을 오르느라 땀을 흘린 일행들이 가슴을 풀어헤치며 모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터뜨린다. 꼭대기와 능선길의 나무들은 모두 잎이 져버려 앙상한 줄기와 가지만 남은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시계를 보니 낮 12시 10분이다. 오르는데 2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잠깐 앉아 땀을 들인 후 다시 길을 나섰다.

보리암 정상에서 바라본 담양호와 그 너머 금성산성이 보이는 풍경
 보리암 정상에서 바라본 담양호와 그 너머 금성산성이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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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계단 아래 골짜기 풍경
 목재계단 아래 골짜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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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길은 대체로 평탄했다. 어느 곳엔 산죽이 빽빽하고 어느 지점엔 억새가 무성하다. 물통골삼거리 안내 이정표를 지나 추월산 정상에 도착하니 낮 12시 40분이다. 정상에선 우리일행들보다 먼저 오른 몇 사람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들도 아침에 준비해 간 누룽지주먹김밥 한 개씩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기로 했다. 누룽지주먹김밥은 숙소에서 아침을 지어먹고 밥이 조금 남았는데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필자가 임기응변으로 난생처음 만들어 본 특별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어설픈 음식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이 좋다고 일행들이 좋아한다.

주먹밥을 나누어 먹으며 둘러본 전망이 참으로 아름답다. 추월산은 해발 731m로 전남 담양군 용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담양군의 진산으로 1972년 1월 29일 전라남도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다. 담양읍에서 북쪽으로 14km에 위치한 전남 5대 명산 중의 하나다. 근처에는 방장산과 강천산, 금성산이 있고 북으로는 소주령이 있어 노령산맥의 주요지맥에 해당된다.

월계리에서 바라본 추월산
 월계리에서 바라본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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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은 근처에 있는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때 치열한 격전지였다. 동학농민혁명 때에도 동학군이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산은 월계삼거리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리막길도 장난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급경사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이틀째 계속된 산행으로 피곤한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두들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휴! 힘들어, 작고 낮은 산이라고 얕봤는데 어제 운장산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
"정말 그러네. 추월산 이거 700m급 산이지만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구먼."

월계리에 도착하니 모두들 땀을 훔치며 힘들어 한다. 마을 안길에는 여기저기 고운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서있고, 몇 개의 펜션과 음식점들이 평일의 한가함에 젖어 있었다. 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 10분이다. 산행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총 4시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군산의 명물 게장, 맛이 그만이다
 군산의 명물 게장,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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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담양의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들를까 했지만 일단 군산으로 차를 몰았다. 군산의 명물, 게장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이전에는 게장을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2년 전에 군산에서 맛본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에 맛을 들인 후 지금까지 게장을 즐겨 먹고 있다. 바로 군산의 그 게장 맛이 입맛을 바꿔 놓은 것이다.

그 게장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군산으로 달린 것이다. 그리고 군산시 외곽지역에 있는 그 음식점에서 먹은 그 게장 맛은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에서 맛본 어느 음식점의 게장보다 맛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일행들도 모두 게장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만 음식점 종사자들의 무뚝뚝한 표정과 서비스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태그:#추월산, #보리암, #목재계단, #담양호,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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