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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지은이 김명호┃펴낸곳 돌베개┃2013.12.9┃2만 2000원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지은이 김명호┃펴낸곳 돌베개┃2013.12.9┃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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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철도민영화가 아니라 하고, 한쪽에서는 믿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참 답답합니다.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된 대한민국 정부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입니다. 과거에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했느냐에 따라 결정된 게 현재의 모습이며 위상입니다. 나라나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이 보인 처신이 신뢰를 받았다면 이런 서글픈 코미디 같은 일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민영화'라고 오해를 했을지라도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그럼 그렇지"하고 믿어 줬을 겁니다.

유교에서 도덕적 지침으로 가르치는 오륜에서는 붕우유신(朋友有信)을 제일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로 말하고 있습니다. 오륜으로 나열한 내용들이 중요 순서라면 붕우유신이 중요도에서 그만큼 덜 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설사 중요도 순서라 하더라도 붕우유신(朋友有信)이 강조하는 신(信, 믿음)이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보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연암 박지원은 '교우론'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자께서도 다스리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목 '부(食), 힘(兵), 믿음(信)' 중에서 끝까지 지켜야 할 한 가지 덕목으로 믿음(足信)을 꼽으셨습니다. 공자 가라사대까지 갈 것 없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友居倫季 우도友道가 오륜의 끝에 놓인 건
匪厥疎卑 박대해서 그런 게 아니라네
如土於行 마치 오행 중에서 토가
寄王四時 사계절에 다 왕성한 것과 같다네 -후략-

또한 「자서」에서 연암은 '신'이 오륜의 최하위에 있지만 나머지 사륜四倫이 모두 그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퇴각하는 군대를 최후방에서 통솔하듯이, 오륜에서 어긋나면 벗이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 128쪽-

다시 찾아내 밝혀내는 연암 박지원,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지은이 김명호, 펴낸곳 돌베개)는 30년째 연암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 서울대 국문과에 재직 중인 김명호 교수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연암의 일시들을 발굴해 내 해석하고 연구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책은 전체 4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그동안 『연암집』에 수록되지 않아 실전된 것으로 알려진 연암의 한시들을 발굴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2부는 연암의 실학사상에 미친 서학西學의 영향을 고찰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열하일기』에서 누락되어 장차 보완해야 할 것으로 알려진 글들 중 일부를 발굴하여 번역·소개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단국대 연민문고 소장 『열하일기』 필사본 10종과 일본 동양문고 소장 『연암집』 필사본 18책으로 텍스트 연구를 수행한 결과물을 싣고 있습니다.

연암은 벗 이덕무의 죽음을 슬퍼하며 읊은 글을 통해 아내를 잃은 슬픔보다도 벗을 잃은 슬픔이 더 하다고 읊음으로 연암이 우정을 얼마나 중하게 여겼던 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호곡장론'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는 이유를 '아이가 제가 태어난 것을 후회하고는 미리 스스로 통곡하며 애통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소'라고 설명한 것은 '천주실의'에서 기원한 것으로 연암이 서학에도 영향을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마음과 생각을 소리로 드러내는 것이 말이라면 글은 기록으로 남기는 마음이며 생각이자 가치입니다. 지금까지 조선 후기를 살던 실학자 박지원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생각과 어떤 가치를 가졌던 사람이고, 어떤 주장을 했고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밝혀진 기록만으로 살펴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현실적 한계였습니다.

어떤 역사적 인물이 남긴 기록과 자료를 발굴해 낸다는 것은 이런 현실적 한계를 극복해 내며 그 인물을 좀 더 다각적인 면에서 사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입체적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에 이 책은 그동안 밝혀진 연암을 또 다른 측면에서 입체감 있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 생각됩니다. 연암 박지원을 보다 실체적으로 평가하고 복원해 내는데 크게 기여할 성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지은이 김명호┃펴낸곳 돌베개┃2013.12.9┃2만 2000원



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

김명호 지음, 돌베개(2013)


태그:#연암 문학의 심층 탐구, #김명호, #돌베개, #연암, #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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