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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요즘은 그런 경향성이 수그러든 감이 있지만,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만화란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상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강했다. 그랬기에 다 큰 사람들이 만화를 보는 것을 시간낭비하는 행위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서 만화가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들을 대상으로도 성행한다는 사실에는 지속적인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어른들까지도 '유치한' 만화에 열광하는거지? 그러한 의문은 일본에서는 만화가 다루는 주제가 매우 넓고 포괄적이라는 것을 알게되며 자연히 해소되었다. 그렇다, 단순히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집어들었던 <바쿠만> 이라는 작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사실을 내가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바쿠만>. 츠쿠미 오바 作
 <바쿠만>. 츠쿠미 오바 作
ⓒ <바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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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세대. 오늘날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듣고 사는 말이다. 너무나 서글픈 시대상이 아닐 수 없다. 꿈이 없다니. 결국 미래가 없다는 것과 다를바 없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각박한 현실은 그러한 비극을 엄연한 현실로 만들어 오늘날 우리들의 앞에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냉정하게.

이러한 시대 현실은 취업 전선에 있는 청년들 뿐 아니라 청소년 학생들에게 까지 그 음울한 아픔을 전염시킨다. 어릴 적 부터 그들을 학벌 경쟁이라는 구도 속으로 몰아넣어 버리는 것이다. 비극의 확대 재생산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 속에서 목표가 쉽게 생길리 없다. 꿈이 없는 세대는, 이제 10대 까지 그 포괄 대상을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민으로, 입시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가득하던 나를 환기시켜준 작품. 꿈이 없는 세대라는 벽을 깰 수 있는 용기를 준 작품. 그것이 만화라면, 과연 이상할까? <바쿠만> 은 나에게 그런 의미를 쥐어준 작품이다. 너무나 우연히, 단순히 '과연 그렇다면... 일본 만화가 다루는 주제는 뭘까?' 라는 생각으로 집어든 만화가, 나에게 이토록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 것이다.

솔직히 작품의 큰 줄기는 너무나 단순하다. 꿈을 이루는 것, 즉 일본 최고의 인기 만화가가 되는 것. 그  목표를 향해 두명의 소년이 콤비로서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의기투합하여 나아가는, 소위 말하는 '청춘 드라마' 라고 할 수 있다. 맥이 빠지는가? 에이, 별꺼 없네, 하는 생각이 드는가? 그럴 수도 있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솔직히 흥미를 위해 쓰여진 작품에서, 그것도 그러한 특징을 더욱 강조한 '만화' 라는 장르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긴 힘들지 않을 것인가.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바쿠만> 의 단순한 스토리가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창 고민하는, 성인이 되기 위한 길목을 마주하게 된 나에게, 온갖 어려움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만화가' 라는 꿈을 이루고 그 분야에서 일인자의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일 수 밖에 없었으므로.

'왜 살아가는가?'. 나는 <바쿠만> 을 읽으며 몇번이나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나는 무엇을 이들이 만화를 대하듯 평생의 목표로서 잡고 살아가는가? 막연해져 왔다. 평소에는 미래에 대해 자신만만했던 나였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갸야 할지 이미 다 정해놓았다고 룰루랄라였던 나였다. 하지만, <바쿠만> 에서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꿈을 대하는 그 태도만큼, 나는 진지하게 내 미래를 생각해 보았는가? ...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 어느덧 입시의 틀에 가두어져, 나의 시야는 너무나 좁아져 버려 있었기에, 진정한 꿈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상황에 있었기에.

만화 <바쿠만>. <데스노트> 콤비가 그려낸 작품
 만화 <바쿠만>. <데스노트> 콤비가 그려낸 작품
ⓒ <바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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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바쿠만>은 환기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주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무엇을 하고싶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고,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나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치인, 외교관, 신문 칼럼리스트. 내가 되고 싶었던 수많은 꿈들이 다시금 나의 가슴속에서 되살아 났기에.

누가 그랬던가, 만화는 만화에 불과하다고. 그들은 틀렸다. 아니,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 다른 방향으로. 만화는 만화기에, 만화밖에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의 가슴에 불을 지펴주었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과연 어떤 다른 장르의 작품이 혼란 속에 빠져있던 나에게 그런 값진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었을까?

우연에서 나온 빛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을 계기로 집어든 작품이 나에게 새로운 사고의 방향을 잡아주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보다 낳은 미래를 향해 스스로의 인생에 진지해 질 것이다. 그렇게, 나는 확신의 계기를 다짐한다.


바쿠만 BAKUMAN 1 - 꿈과 현실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대원씨아이(만화)(2009)


태그:#독후감, #바쿠만, #삶, #오바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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