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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대선을 앞둔 지난해 8월 28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기 위해 접근하자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이 항의하다 끌려나오고 있다. (사진 아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며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동상앞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지도부와 박정희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활발하게 벌였던 노동자들이 모여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노동자 짓밟는 정권은 살아남지 못한다" (사진 위) 대선을 앞둔 지난해 8월 28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기 위해 접근하자 쌍용차 김정우 전 지부장이 항의하다 끌려나오고 있다. (사진 아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며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동상앞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지도부와 박정희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활발하게 벌였던 노동자들이 모여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유성호/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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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8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동상 앞에 섰다. 당초 전태일재단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전태일 열사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자리를 옮긴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저항으로 동상에 헌화하는 것마저 가로막혔지만, 박 후보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24일, 전태일 동상 앞에는 분노에 찬 노동자들만 남았다. '박근혜 정권 노동운동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1년 4개월 전) 이 자리에 왔다간 박 대통령이 지금은 참혹하게 노동계를 짓밟고 있는 걸 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준비한 조현정 전태일재단 이사장도 당시 일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아버지 때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박 후보의 말을 믿고 이 자리에 오도록 허락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사장으로서 그 분이 이 동상 앞에 왔다간 흔적을 지우고자 합니다."

전교조 '법외 노조' 이어 민주노총 '강제 진입'까지... 내달리는 '반노동' 행보

노동단체와 전태일재단 관계자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반노동' 행보 때문이다.

대선 기간 때만 해도 언론들은 전태일 동상을 방문한 박 후보를 향해 '광폭행보'라고 부르며 환호했다. "박정희 시대의 과오를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이 한창이던 1970년 11월 13일,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자살했다. 박 후보의 전태일 동상 방문에는 아버지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인 노동 문제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 입성한 박근혜 대통령은 줄곧 '반노동'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초 현대자동차·쌍용차·재능교육 등의 파업 현장에서 고공농성이 계속되는데도, 정부는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경제인총연합회와 한국노총만 방문한 박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민주노총만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첫 경찰투입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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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2년 9개월 만에 민주노총을 방문하면서 노·정 갈등의 해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기대는 곧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고용노동부는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에 '노조아님'을 통보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박탈했다. 법원이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전교조는 일시적으로 합법노조 지위를 되찾았지만,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와 함께 전교조에 대해서도 온라인 대선개입 혐의로 검찰 수사를 진행하며 목을 더 조이고 있다.

수서발 KTX 분리운영에 반대하며 지난 9일 파업을 시작한 철도노조를 향해서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국민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국철도공사(아래 코레일)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보다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지으며 참가자 4356명에 대해 직위해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철도파업 때 946명을 직위해제한 것에 비해 4배가 넘는 수치다.

김명환 위원장을 포함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업무 방해 혐의 등을 적용,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장관들은 잇따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부의 수차례 경고에도 철도노조 파업이 보름째 지속되자, 경찰은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 자리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 박 대통령은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동계와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전태일 재단 "박정희 정권 몰락 계기, 똑똑히 기억해야"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행보에 불만을 가졌던 노동자들은 결국 폭발했다.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연대할 계획이다.

1979년 8월 11일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여공들이 경찰에 의해 당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 경찰에 끌려나오는 YH여공들 1979년 8월 11일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무역 여공들이 경찰에 의해 당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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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8월 10일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인 YH무역 여공들.
▲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인 YH무역 여공들 1979년 8월 10일 신민당사에서 농성중인 YH무역 여공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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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재단은 24일 기자회견에서 "YH 여성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이 계기가 돼 박정희 정권이 몰락했음을 박근혜 정권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수록 정부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유신이 한창이던 1979년,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노조 탄압으로 꼽히는 'YH 사건'이 터졌다. 경찰이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YH무역 여공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다가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것이다. 당시 사건은 부마항쟁 사태·10.26 사태로 이어졌고, 유신 정권은 막을 내렸다.

YH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최순영 전 YH노조 지부장은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35년 전 우리가 신민당사에서 농성할 때 경찰이 들어오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제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동자를 짓밟는 정권은 살아남지 못 한다"며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권은 전태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24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동상앞에서 전태일재단 주최로 열린 규탄회견에서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YH노조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최순영 전 YH노조 지부장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말라" 24일 오후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 동상앞에서 전태일재단 주최로 열린 규탄회견에서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YH노조 지부장이었던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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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철도파업, #전태일, #박근혜,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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