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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외치며 철도파업 지지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청계광장에 울려퍼진 "안녕 못합니다"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외치며 철도파업 지지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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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안녕들' 대자보를 광장 난간에 붙이고 있다.
▲ 청계광장에도 '안녕들' 대자보 열풍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안녕들' 대자보를 광장 난간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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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대자보가 붙었다. 한 장이 붙자 그 옆에 또 하나, 그 옆에 또 하나가 붙는다. 종이 크기도, 글씨 모양도 다르고 사용한 펜의 색깔도 다르다. 삐뚤빼뚤 줄도 못 맞춘 대자보도, 활자를 찍어낸 것처럼 반듯한 글씨의 대자보도 있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시를 썼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기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가 방송사 기자에게 안부를 묻는다. 대학생이 청소노동자에게, 고등학생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성소수자가 철도노동자에게, 취업준비생이 전교조 선생님에게, 알바생이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들 모두가 시대의 안부를 묻는다.

21일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응어리가 한 곳에 뭉쳐진 자리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지 열흘 만에, '대자보 운동'은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번져 있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예정돼 있던 국정원대선개입시국회의와 민주노총이 주최한 국민촛불대회는 '대자보 번개'에 참여한 시민들의 성토의 장으로 진행됐다.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을 해도 구호를 외칠 때마다 입김이 풀풀 나고, 주머니에서 잠깐 손을 꺼내도 꽁꽁 굳어버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3000여 명의 시민들은 대자보를 들고 무대에선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노동자, 대학생, 언론인, 코레일 직원까지... 그들의 외침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 백기완 선생이 적은 '안녕들' 대자보, 내용은?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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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에서 삼성의 제품을 고치는 노동자입니다. 삼성전자가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에도 저희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살기 너무 힘들다며 전태일 열사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떠난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교칙에 위배된다며 금지했습니다. 5년이 지난 제가 대학생이 된 지금,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것을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 막았다고 합니다. 학생은 공부가 본업이니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회사원은 회사일이 본분이니 일만 해야 합니까? 정치는 정치인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학교 교문 앞에서 멈춰버린 인권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일하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4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일해도 저희는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이 못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 영어전문강사인 저희들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아이들에게 알파벳부터 정성껏 가르치고 있지만, 계약이 끝나는 12월이면 매번 불안합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면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국가인권위가 고용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는데, 교육부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삼성전자가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에도 저희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살기 너무 힘들다며 전태일 열사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떠난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 못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삼성전자가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에도 저희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살기 너무 힘들다며 전태일 열사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떠난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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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평택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외침은 대통령의 외국어 연설에 묻힙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불안보다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하는 자본가에 더 관심이 더 많습니다. 뭔가 크게 잘 못돼 있습니다. 여기 무수한 대자보가 그 근거입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 입이라면서 제대로 보고 말하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성문을 쓰지만 결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뉴스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것입니다. 지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저는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냥 알바생입니다. 저는 잘 아는 게 없습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하루 종일 일하시고 들어오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깨어서 사회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제가 바라는 사회는 여기 이렇게 모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입니다. 이렇게 추운데 말입니다."

"국민들이 철도민영화라고 우려하고 있는 수서KTX 법인 설립을 검토한 코레일 직원입니다. 노조원은 아닙니다. 수서KTX를 분리하면 코레일이 연간 5000억 가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또 지분을 41%까지 늘리면서 민간 매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정부와 코레일 측의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민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수서KTX를 민간에 맡기겠다고 한 게 불과 2년 전입니다. 지금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정부의 임기는 4년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도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국민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자보로 도배된 청계광장... 철도파업으로 인한 대치 상황 계속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박근혜 하야하라'는 피켓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 백발의 어르신도 "안녕 못해"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박근혜 하야하라'는 피켓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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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외침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무대 발언 사이사이 "철도민영화 저지하자"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구호의 소리도 점점 커졌다. 이들의 이야기 주제는 하나 같이 무겁고 절망적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소리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도 웃고, 박수치고, 환호를 보냈다. "누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준 적이 있냐"는 가사의 힙합 음악 공연에는 춤을 추듯 팔을 연신 흔들기도 했다.

'대자보 번개'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주변에 자신들이 써온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난간은 순식간에 대자보로 도배됐다. 난간 뿐 아니라 광장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남아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있었다.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 백기완 선생도 '안녕들' 대자보 동참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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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철도 민영화 반대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 4시 철도노조 서울지역 조합원 2000여 명이 철도민영화 반대 결의대화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가 민영화를 안 한다고 하지만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누가 봐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며 "정부가 우리의 투쟁을 왜곡하고 탄압하고 있지만 파업을 지지해주는 국민들이 있으니 끝까지 투쟁해 민영화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경력 45개 중대 3100여 명을 투입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그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체포조의 모습도 눈에 띄였다. 이날 새벽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민주노총 측은 22일 새벽에도 경찰의 진입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대회 참가자들에게 함께 민주노총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태그:#안녕들하십니까, #철도파업, #철도노조, #민주노총,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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