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

▲ 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 ⓒ CJ E&M


빠른 성공을 위해 영화나 드라마에 노크하고는 연극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 배우가 종종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점은 연기 내공이 뒷받침되어 있다면 브라운관에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지만 연기 내공이 다져지지 않은 채 바로 진출하면 시청자에게 연기로 사랑받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연기를 위해 대극장 무대를 찾지 않고 거꾸로 소극장 무대로 갔다. 대극장 무대에 자주 오르면 유명세는 빠르게 타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연기 내공이라는 걸 20대에 알았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정공을 향해 달려갈 줄 아는 배우, <베르테르>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를 지난 14일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 <베르테르>는 10년 째 뮤지컬 팬에게 사랑받는 창작뮤지컬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창작뮤지컬이 이렇게 오래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가 출연한 창작뮤지컬인 <천사의 발톱>이나 <서편제> <베르테르>를 접하는 팬들의 반응을 보면 라이선스 못지않게 반응이 뜨겁다.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창작뮤지컬이 건드려 주기 때문이다. 연습실에서 배우들끼리 <오페라의 유령> 속 팬텀과 베르테르를 비교한 적이 있다.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사랑의 방법은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사랑이라는 코드를 건드려서였다."

- 알베르트는 왜 베르테르가 여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편인가. 혹은 같은 남자로서 연민의 감정도 교차하는 건가.
"알베르트와 롯데, 그리고 베르테르 모두 지키고 싶은 게 있다. 다만 베르테르는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알베르트가 지켜주고 싶었던 건 롯데다. 베르테르가 롯데를 사랑하는 걸 알고 있지만 롯데가 마음을 돌리지 않게 지켜주는 게 알베르트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일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조금이라도 흔들린 걸 보여주었다면 알베르트의 행동은 극 중 내용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만일 실제로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베르테르처럼 다른 사랑의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굉장히 싫을 것이다."

어느새 데뷔 10년..."결심한 건 밀어 붙인다"

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

▲ 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 ⓒ CJ E&M


- 처음에 뮤지컬을 어떻게 시작했는가.
"2003년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오페라 선생님으로부터 경험 삼아 뮤지컬 오디션을 보라고 조언을 받았다. 운이 좋아서 합격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평양 공연이었다. 이정열 선배님의 언더스터디(대역)로 공연하게 되었는데 고 장민호 선생님과 양희경 선생님, (오)만석이 형 등과 함께 한 공연이었다.

당시 평양 공연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열 선배님이 평양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평양 관람객은 울기는 해도 웃지는 않는다고 한다. 헌데 첫 평양 무대에서 그들의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웃지 않기로 유명한 평양 시민들이 우리가 하는 공연을 보고 웃는 모습을 보고는 뮤지컬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느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 평양에서 공연하던 양준모씨가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한 번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10년 후에 어떤 자리에 설 지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 데뷔 초기에는 성악 발성을 뮤지컬 발성으로 바꾸는 게 힘들었다. 지금처럼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을 곳도 없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발성을 듣고 독학으로 연습했다.

성악을 전공해서 무대 연기를 배우지도 못했다. 최대한 무대에 많이 서서 연기를 배우자는 심정으로 연기를 익혔다. <스위니 토드>를 마치고 대극장 공연을 하지 않고 소극장 공연을 찾아다녔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소극장에서 300회 정도 공연했다. 만일 이때 대극장 공연을 했다면 배우로서의 양준모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소극장 공연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제 연기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편한 이웃 아저씨 같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와 엄기준

▲ 베르테르 에서 알베르트를 연기하는 양준모와 엄기준 ⓒ CJ E&M


- 지난 여름에 재능기부 콘서트를 했다.
"고등학생 때 음악을 배울 당시 선생님들이 제게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음악을 가르쳐주셨다. 교육자의 정신을 지닌 좋은 선생님들에게 배웠다. 이 정신을 배웠기에 재능기부 콘서트처럼 나눌 수 있는 거다."

- 지난 봄에 선보인 <아르센 루팡>은 힘든 작품이었던 거 같다.
"작품 선택을 할 때 '저 역은 누가 봐도 준모가 잘 할 거야' 하는 건 해가 갈수록 꺼려진다. 잘 소화할 수 있는 역을 맡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는 역할 외의 다른 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지킬앤하이드>를 마치고 <아르센 루팡>을 선택한 것도 당시에는 해볼 만한 도전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작품을 하면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어지간히 소화했다. <아르센 루팡>를 하면서 체득한 무대 위에서의 여유나 부드러움도 있다."

- 창작뮤지컬을 대하는 자세가 신중하지 않을까 싶다.
"스케줄이 허락하면 리딩 공연이나 워크샵 공연을 최대한 많이 하는 편이다.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작업을 좋아한다. 심지어 워크샵 전문 배우라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워크샵 공연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난다는 게 즐겁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의 다양한 소재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다."

- 뮤지컬 팬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하면서 데뷔 10년을 맞아 스스로가 환기할 시점을 맞이했다. 그래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김주서를,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에서 북한군 편대장을 연기했다. 영화를 찍고 많은 환기를 했다. 뮤지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데뷔 초창기에는 (조)정석이처럼 젊은 역할을 많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거꾸로 스물 여섯에 <대원군>을 공연했다. 어릴 적부터 나이 많은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거꾸로 제가 맡는 캐릭터의 연령이 낮아진다.(웃음) 많은 선배들에게 '지금 네가 맡는 캐릭터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또 할 수 있다. 그건 복이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간 쌓은 연기를 11년 차부터는 다양한 캐릭터 연기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강한 인상으로만 기억되는 배우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처럼 좀 더 인간적으로 풀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자축하는 마음으로 이번에 음반을 내놓는다. 음반에서는 감성을 가미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대한 감성을 많이 가미했다. 연말의 분위기에 맞는 서정적인 곡을 노래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하고 이지혜씨가 작사를 하고 마이클 리와 듀엣으로 부른 노래도 있다."

양준모 베르테르 광해: 왕이 된 남자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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