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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빨리 법이 통과되어 기지촌 이모들에게 아름다운 햇살을 비추는 사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는 2시간여 진행된 공청회에 대한 소회를 위와 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민주당 김광진 국회의원 주관으로 <기지촌여성 지원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기지촌여성의 인권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두레방, 햇살사회복지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에코젠더, 한소리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국문제연구위원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지촌여성인권연대가 주최했다.

이 법안은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에 대한 진상조사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특히 인권피해를 입은 여성 및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이들의 명예회복과 피해 여성의 생활안정,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안김정애 대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이희해 소장,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하주희 변호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정미 박사
▲ 발제 및 토론을 맡은 참가자들 왼쪽부터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안김정애 대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에코젠더 부설 여성인권센터 ‘쉬고’이희해 소장,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하주희 변호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정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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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안김정애 대표는 인사말에서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학생들의 대자보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늘 인사를 받은 기지촌 이모님들은 그간 안녕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햇살사회복지회 김숙자씨는 인사말에서 "기지촌 여성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살 집 문제다. 집세와 난방비조차 못내는 기지촌 여성이 많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어려운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꼭 법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냉전∙안보∙섹스: 기지촌여성에 대한 국가 통제의 성격과 의미>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정미 박사는 "해방 후 공식적으로 공창제는 폐지되었지만 미군정기부터 성매매가 시작되고, 한국전쟁을 통해 한국군 위안소가 설치되면서 기지촌 여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쟁을 치르는 국가는 성병을 군사력의 손실로 인식했고, 때문에 엄격하게 성병을 통제하려 했기 때문에 국가가 군경을 동원해 성병 검진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뒤이어 지원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민변 하주희 변호사는 "이번 법안은 최소한의 국가의무, 국가 책임을 확인하고 나아가 공동체가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앞으로 할 일을 확인하는 자리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 변호사는 "기지촌 여성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실질적인 지원"이라며, 당사자 여성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생계 지원을 우선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법안의 한계와 앞으로의 운동 방향도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만으로는 법안 통과가 어렵다. 입법운동과 병행해 UN 인권위원회와 인권고등판무관에게 기지촌 여성문제를 소청하는 등 국제 여론을 이끌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또한 "정대협 운동 역시 90년에 시작해 93년 지원법이 통과되기까지는 국민 여론의 뒷받침이 있었다. 집회와 피해자 증언을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면 정부도 압박받을 것"이라 덧붙였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며 헌법정신"이라며 "이 법안을 통해 국가의 포괄적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기지촌여성 문제가) 국가 책임임을 지각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못지않게 큰 문제가 바로 기지촌 여성 문제"라며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는 꼭 지원 법안이 통과돼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모든 삶을 보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기지촌 여성들의 정면 사진촬영을 삼갈것을 요청했다.
▲ 자리에서 일어선 기지촌 여성과 자원활동가들 주최측은 기지촌 여성들의 정면 사진촬영을 삼갈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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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 참가한 한 여성은 자신을 국제결혼 2세라 밝히며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법안이 40여 년이 지나고서야 만들어진 것에 놀랐다"며,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는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감상을 밝혔다.

'기지촌 여성'은 1945년 9월 미군 주둔 이래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전까지 기지촌에 상주하는 여성들 중 미군에게 직접 성을 팔거나 성매매를 매개한 여성들을 뜻한다. 1947년 11월 공식적으로 공창제는 폐지되었으나 미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미군정의 관리, 통제 정책으로 유지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관광사업진흥법에 의해 용산역, 영등포역 등 46개 성매매 집결지역과, 동두천, 의정부 등 32개 기지촌을 포함한 총 104개소가 특정 윤락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와 미군은 정기적인 성병검진과 검진증을 통해 기지촌 여성들을 관리했으며, 검진과정에서 억류, 강제구금 등 인권침해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 오늘날 기지촌 여성들은 국가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태그:#기지촌 여성, #주한미군, #공청회, #기지촌여성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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