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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8일 오후 2시 42분]
신고 대자보 전문 입수...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경찰에 압수당한 A학생의 대자보(A학생 제공).
 경찰에 압수당한 A학생의 대자보(A학생 제공).
ⓒ A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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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6시를 갓 넘긴 시각 서울 H여고 교문 바로 안. 이 학교에 다니는 3학년 A학생이 벽보 2장을 붙였다. 3일 동안 고민하면서 손글씨로 꼼꼼하게 쓴 내용이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느냐'는 안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들' 중 하나인 저는 그들의 안부에 답할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본 한 교사는 "이런 걸 붙이면 안 된다"고 말한 뒤 교장에게 보고했다. 이 학교 교장은 이날 오전 7시 노원경찰서에 이런 사실을 신고했다. 노원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는 10분 만에 출동해 A학생이 쓴 대자보를 갖고 갔다.

기자는 이날 A학생과 접촉해 대자보 사진을 입수했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서 "공정하여야 할 국정원이 트위터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앞에서도, 코레일 직원들이 단체로 시위를 했다고 단체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도 저는 안녕했다"면서 "오히려 그것을 덮기 위해 던지는 수많은 연예 가십거리들만을 보며 즐거워했다"고 반성했다.

내용 어디에서도 특별한 정치 성향이나 교장이 지적한 '불순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은 이 학생이 적어놓은 대자보 내용 가운데 일부를 생략한 뒤 편집 없이 정리한 것이다.

안녕 대자보 내용

대학생 언니 오빠들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냐"는 안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리들' 중 하나인 저는 그들의 안부에 답할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안녕했으나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예 맞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운운하기엔 아직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심지어는 교육도 잘 모르는 고등학생입니다. 언제부터 내 의견을 내 목소리를 내는 데에 눈치를 봐야 하는 사회가 되었습니까?

공정하여야 할 국정원이 트위터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앞에서도, 밀양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송전탑은 안 된다며 독극물을 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코레일 직원들이 단체로 시위를 했다고 단체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에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덮기 위해 던지는 수많은 연예 가십거리들만을 보며 즐거워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내가 뭘 안다고 나서겠어?"
"지금은 시기가 아니야. 내가 집중해야 할 건 수능이야!"

내가 변명하던 사이 '안녕하다'고 하기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했고, 언젠가는 저도 그 안녕치 못한 사회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제가 제 생각을 이렇게 글로 옮기며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를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청산해야 합니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으며 덮기에 급급한 권력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그 권력을 되찾는 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의 동생이 후에는 우리의 후배가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하고 그 정의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법과 정치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부족하나마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합니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년 마지막 달, 유난히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제자가 학생이 선배 중 누군가가 다시 한 번 감히 묻습니다.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고 3 △△△

[1신: 18일 오전 11시 27분]
고교에 붙인 '안녕 대자보', 교장이 경찰에 신고

 '안녕 대자보' 신고 이미지.
 18일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이 자신의 학교 학생 등이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자마자,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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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교 교장이 자신의 학교 학생 등이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자마자,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대자보를 떼어간 경찰은 학생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여 교장이 학생을 신고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 H여고 윤아무개 교장과 주변 교사들에 따르면 윤 교장은 이날 오전 6시 55분 학교 교문 안 왼쪽 벽에 이른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사실을 확인하고 5분 뒤 노원경찰서에 전화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윤 교장과 교사들은 이 학교 3학년 학생 한 명과 확인되지 않은 3명이 2종의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확인했다.

대자보에는 KTX 파업 지지와 현 정부의 거짓말에 대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자보에는 공부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학교 한 교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이 대자보를 직접 확인한 윤 교장은 이날 오전 7시쯤 노원경찰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노원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 1명과 지구대 소속 2명 등 3명의 경찰은 오전 7시 10분쯤 학교에 출동해 해당 벽보를 떼어갔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인근 학교 교사들은 "교육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 학생을 간첩신고 하듯 신고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윤 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 학교 학생 한 명 말고도 불순한 세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에 알린 것"이라면서 "내용이 시국 관련이라 기말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이 보아봤자 좋지도 않은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교장은 "이 벽보는 생활지도부의 검열 도장을 받지 않고 게시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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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