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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여고에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16일 오후 4시 경 충주여고 학교 정문벽에는 익명의 '충주여고 학생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제목의 글을 통해 "촛불보다는 응원봉을 들고 연예인을 보러 나가며 정치는 아직 우리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했다"며 "그러면서도 이 정도면 안녕한 삶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묻는 안부에 선뜻 안녕하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고 썼다.

이 학생은 "수능이 대박 나고 좋은 대학을 가면 안녕할 수 있을 거라고 할 거냐"며 "우리가 바라고 선망하고 있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글은 충주여고 학생들에게 "안녕하신지요?"라고 묻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이 학생은 글 말미에 '12월 20일에 자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이날 대자보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관리 차원에서 바로 떼어냈다"고 말했다.

아래는 충주여고에 붙은 대자보 전문이다.   

충주여고 학생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아직 우린 어리다는 핑계로 유권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우리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지 않았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정치보다는 스포츠 뉴스를 봤고 촛불을 들고 나가기보다는 응원봉을 들고 연예인을 보러 나가며 정치는 아직 우리의 일이 아니라며 외면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이 정도면 안녕한 삶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묻는 안부에 선뜻 안녕하다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안녕하지 못하다고 대답할 용기 또한 없었습니다. 침묵과 외면 속에 익숙해져서 말 한마디 꺼내는 용기마저 사라져버린 듯합니다. 그래서 지금 막 옹알이를 시작한 갓난아이처럼 다시 스스로 목소리를 내보려합니다.
충주여고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당장 내 앞에 주어진 수능과 대학이라는 과제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수능이 대박 나고 좋은 대학을 가면 안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실 건가요. 우리가 바라고 선망하고 있는 대학생 언니오빠들은 안녕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신지요?

*12월 20일에 자진 철거하겠습니다.



태그:#충주여고, #대자보, #안녕 못합니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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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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