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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학교 복지관에 붙어 있는 대자보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읽고 있다.
 경북대학교 복지관에 붙어 있는 대자보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읽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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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안녕하지 못 합니다. 아니,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7608명의 직원들이 '직위해제' 당하는 순간에도 기차를 타고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기에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 '위안부' 할머님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왜곡된 국사교과서가 최종승인을 받았어도 제가 배울 책이 아니기에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 삼성 서비스기사가 불합리한 임금제도로 인해 자살은 선택했지만 다른 서비스기사 분들이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었기에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계명대학교 한 학생의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중에서)

고려대학교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쓴 것을 계기로 대구와 경북지역 여러 대학교에서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자보가 확산되고 있다.

계명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14일부터 바우어관을 비롯해 사회대, 인문대, 동문 등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경찰행정 12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은 "지금까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정치적 중립이라는 허울 좋은 말과 비겁한 변명으로 외면했다"며 "하지만 이젠 용기 내어 행동하려 한다'고 썼다.

바우어관에 대자보를 붙인 한 학생은 "국민이 반대하고 철도노조가 반대하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대통령님께서는 분명히 약속하셨다"며 "대통령께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정치가 최악의 정치라 말씀하신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적었다. 이어 "의료민영화, 수도민영화에 이어 철도민영화까지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는 학교측에 의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철거됐다. 학교는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은 불법게시물이기 때문에 철거했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측의 처사에 분노했다. 한 학생은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고 썼다.

 계명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계명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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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대자보를 다시 붙이겠다는 광고홍보학과 2학년 강아무개씨는 "우리 학교는 아름답고 예쁜 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며 "많은 학생들이 침묵하고 있지만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일간베스트 회원 등 일부 보수의 네티즌들이 몰래 대자보를 찢어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저들은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자보를 몰래 찢어버리는 행위는 비겁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장아무개(광고홍보 2학년)씨도 "내가 대자보 한 장 붙인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후일 아무것도 안했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며 살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장씨는 '친구랑 함께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니 용기가 났다"며 "내가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내 의견도 하나 개진하지 못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더 이상 이 미친 세상에 침묵하지 않겠다"

 대구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대구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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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영남대학교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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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에서도 지난 14일부터 대자보가 나붙기 시작했다. 영남대 만남공동체 '비상구'는 '영남대 학우 여러분들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통해 "우리 옆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고통이라며 금기시하고 외면했던 그 고통들이 이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이들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고통들을 외면한다면 우린 과연 언제까지 안녕할 수 있겠느냐"며 "고려대에서부터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이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대구대학교 산업복지학과 권현철(2학년)군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몰아가며 7600여 명을 직위해제 시켰다고 비난하고 "도무지 2013년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군은 "부당함 앞에 우리는 무관심하고 침묵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저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이 미친 세상에 침묵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대에도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 14일부터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안녕하지 못한 반성문'을 쓴 김애란(철학과 졸업생)씨는 "수많은 대자보와 목소리들이 용기와 힘으로 다가왔다"며 "어쩌면 오래도록 우리는 안녕하지 않고 분노와 선입견, 다양한 이해관계와 신념에 뒤엉켜 지칠지 모르지만 이런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복지관 벽에 붙어있는 대자보
 경북대학교 복지관 벽에 붙어있는 대자보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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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노문학과 08학번 희영씨는 대자보에서 "파업 하루만에 4000명이 넘는 노조원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직위해제한 코레일 어머님도 '불법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하다'고 말을 하니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울림이 크긴 컸나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만의 방에서 광장으로 나와 자시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며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대자보를 붙인 이유를 밝혔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12학번 도균이라고 밝힌 학생은 '우리 사회는 계급과 나이를 불문하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하면, 타인과 조금만 의견이 다르다고 하면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리는 이상한 곳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철도파업이 피부로 느껴지지만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원의 나이 많은 노모와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이에게까지 '당신의 아들이, 아버지가 직위해제 당했으니 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는 당신은 결코 우리의 어머니가 아니다"며 철도공사 최연혜 사장에 대해 비난했다.

한편 경북대에는 '안녕들 하십니까'의 대자보를 반박하는 대자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경북대 경영학부 09학번이라고 밝힌 박아무개씨가 쓴 이 대자보는 지난 15일 오후 경북대 중앙도서관 신관에 붙었지만 하루 만에 누군가에 의해 떼어졌다. 이 학생은 '일간베스트'에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해명을 올렸다가 곧 삭제하기도 했다.

박군은 대자보에서 "종북세력에게 종북세력이라 말하면 일베충이라 매도받고 인터넷에서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면 국정원 알바라고 한다"며 "국가안보의 핵심인 국정원을 해체하자고 하는 것은 팔에 상처가 났으면 상처만 치료하면 되는 것이지 팔을 잘라내자는 것과 같은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군은 "일부 사람들이 현 정권을 유신시대로 다시 돌아갔다고 하고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하는데 당신들이 폭정이라고 떠들 수 있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끝까지 민영화 안한다, 법으로 규정하겠다고까지 하는데 왜 믿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코레일은 매년 적자이지만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민영화는 허울좋은 명목이고 그들은 임금인상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졸업생 홍준헌(27)씨는 "우리 학교에서 반박대자보가 처음 게시되었다는 소식에 무척 부끄러웠다"며 "하지만 여기에 대한 재반박 대자보가 많이 붙어 대구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깨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어쨌든 대구경북에서도 토론하는 문화가 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윤상진(29)씨도 "안녕하지 못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후배들이 쓴 대자보를 보면서 우리때도 많이 힘들었지만 요즘은 더 힘들어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데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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