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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철도 민영화와 밀양 송전탑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담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에서 저항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에서도 바람에 곳곳에서 불고 있다. 

 16일 오전, 전북대 옛 정문 앞에 붙은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 대자보 위에 해당 학생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만평 그림.
 16일 오전, 전북대 옛 정문 앞에 붙은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 대자보 위에 해당 학생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만평 그림.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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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원광대, 전주대, 우석대 등 전북지역 대학 내 거리게시판에는 지난 14일부터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들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또한, 군산과 전주, 익산 등의 고교생들도 대자보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생들의 대자보는 학교에 의해 즉각 철거 되기도 했다.

전북에서도 '안녕하십니까' 이어져

먼저 전북대의 경우 주말 동안 각기 다른 내용의 대자보 10여 장이 옛 정문 앞 게시판에 게시됐다. 그러나 이 대자보들은 일요일 저녁께 훼손되거나 뜯겨졌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 전북대 08학번 김민우씨가 작성한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는 대자보가 옛 정문 앞 길 바닥에 다시 등장했다. 이 대자보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번복 논란'과 '철도 민영화' 문제, 교과서 역사 왜곡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언급하고 다음과 적혀 있다.

 16일 오전, 전북대 옛 정문 앞에 붙은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는 대자보. 지난 주말에도 전북대 옛 정문 곳곳에 대자보가 게시됐지만, 16일에는 모두 철거되고 없었다.
 16일 오전, 전북대 옛 정문 앞에 붙은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는 대자보. 지난 주말에도 전북대 옛 정문 곳곳에 대자보가 게시됐지만, 16일에는 모두 철거되고 없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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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현실, 과제와 시험 그리고 취업문제 때문에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안녕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의 상호 비판을 인정하기는커녕 진보를 '빨갱이', '좌빨', '종북'이라는 위험한 색깔적인 단어로 아무렇지 않게 매도하는 나라. 언론의 자유가 무시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되는 나라. 국민과의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는 나라. (중략)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 수집이 아닌 자국 내 정치세력의 종노릇을 하는 나라. 발전해 가는 민주주의 속에서 다시 과거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 이 현실에서 우리가 진정 취업만 한다면 안녕할 수 있을까?"

이어 김민우씨는 "저는 사범대생으로 장차 교사가 된다면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받게 될 것이다"며 "그러나 이러한 부끄러운 현실이 계속 된다면, 그 돈을 받기가 너무 창피할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을 만큼 겪었다. 우리 모두 안녕해 집시다"라고 진실에 귀 기울일 것을 호소했다.

원광대 3학년 김민지씨는 "세상에 눈과 귀를 닫고, 아르바이트와 과제 학점 관리에 치이며, 내 앞만 보며 살기 바빴던 요즘, 저 멀리 안암(고려대)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안부를 전해 듣고 이렇게 글을 적어본다"고 시작하는 대자보를 지난 주말, 원광대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게시했다.

 15일 저녁, 원광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15일 저녁, 원광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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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학벌, 학점, 어학연수, 토익, 수강경력, 봉사, 자격증, 인턴 등 '8대 스펙'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계적으로 살았고, 나라 일에 대해 접한 바가 있었음에도 눈과 귀를 닫아 왔다"고 고백하며 "중·고생 자살률 1위, 수면제 40알을 한 번에 삼키신 밀양 송전탑 반대 어르신들, 공공화 되어야 하는 부문에 대한 민영화 등이 국민으로서 씁쓸함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침묵한) 덕분에 썩어빠진 몸뚱아리 만큼은 안녕할 수 있었다. 약간이나마 사리 분별이 가능해진 지금에서야 '안녕'이란 의미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보고자 한다"면서 "안녕을 원하지만 더 이상 안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무시하는 고교... 10분 만에 대자보 철거

한편, 전북지역 고교생들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도 이어지고 있다. 군산여고에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A4용지 대자보 6~7장과 채아무개 양의 대자보 한 장이 16일 오전 연달아 게시됐다.

먼저 게시된 것은 A4용지 6~7장으로 1교시 시작 전인 8시께 학내 게시판에 게시되었지만, 학교 측이 즉시 발견하고 철거했다. 학교는 1교시가 끝나고 한 차례 더 수색을 하고 매점 벽에 붙어 있는 채아무개 양의 대자보를 발견하여 이마저도 철거했다.

이어 학교 측은 CCTV를 통해 1교시 시작 전에 게시된 A4용지 6~7장의 주인공을 찾고자 했으나 정확한 인상착의가 나타나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채아무개 양을 불러 대자보를 무단으로 게시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채아무개 양에게 SNS 등에 돌고 있는 대자보 사진의 출처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이번 일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해당 학생에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방적인 생각을 절차 없이 붙여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침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차원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차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SNS에 올린 것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화중에 채아무개 학생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전주지역 네티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 SNS 페이지에는 중·고생들의 익명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평범한 중3 여학생으로 소개한 이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안녕하지 못하다"면서 "민영화를 해야 될 것이 있고, 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철도와 의료는 후자에 속한다"며 민영화 반대의 뜻을 전했다.

유일여고 1학년 학생은 자신의 공책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이 학생은 "전주의 모든 고등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저는 부끄럽게도 안녕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단정 지으며 안녕했는지요. 하지만 1~2년 후 미래의 유권자가 될 '우리'입니다. '우리'는 이제 안녕할 수 없습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말고 안녕하지 못한 현 시점에,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고 밝혔다.

10분 만에 철거된 군산여고 채아무개 양의 대자보 내용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 막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이 끝나 놀면서 SNS나 하고 시간을 보내던 1학년입니다. 저는 차타고 15분도 안 걸리는 롯데마트 앞에서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화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대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천만 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민영화에 반대하여 철도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

일제강점기 입제 탄압에 대항하여 항일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한 사람들은 바로 학생들입니다.

3.1 운동도 광주 학생 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행동이 훗날 저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로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희 국어 교과서 지문 속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너는 저 깊고 수많은 안방들 속의 사생활 뒤에 음울하게 숨어있는 우리를 상상해 보구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활에서 오는 피로의 일반화 때문인지, 저녁의 이 도시엔 쓸쓸한 찬바람만이 지나간다"

쓸쓸한 찬바람만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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