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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련은 15일 자신들이 작성한 대자보를 각 학교에 붙일 대학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자대련은 15일 자신들이 작성한 대자보를 각 학교에 붙일 대학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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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 학생에서부터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닷새만에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파·보수 성향의 한 대학생단체가 이에 대한 반박 대자보를 실명으로 붙일 대학생을 공개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대자보의 주된 내용은 자신들이 작성할 것이라고 밝혀 자발적인 대자보를 가장한 대필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자유대학생연합(이하 자대련)은 15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용기 있는 대학생 여러분을 공개모집한다"면서 "요즘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대학가의 선동형 대자보에 자신의 실명과 소속을 당당히 밝히고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분들을 모신다"는 글을 올렸다. 자대련은 "대자보에 쓰일 글은 자대련에서 치밀한 고증 하에 학술적으로 논리적으로 작성해 줄 것이며, 자신만의 의견을 적을 수 있도록 하단에 빈칸을 남겨드리겠다"며 "그곳에 자신의 의견과 소속 이름을 밝히고 소속 대학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혹은 선동대자보 옆에 불이면 된다"고 밝혔다.

자대련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대자보를 붙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용기 있는 대학생들을 모신다"면서 "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자유대학생연합에서 제공할 것이며, 이로 인한 비난에 따른 모든 법적 서비스 역시 자유대학생연합에서 제공할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의 지원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안녕들 하십니까' 비판글 게시 · 15일 반박 대자보 공개 모집

자대련이 제공한다는 대자보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씨가 교내 게시판에 올려 온·오프라인에서 큰 호응을 일으키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비판하는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대련은 14일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핵심은 KTX 철도 파업에 대하여 합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을 옹호하며 그들의 철밥통을 지켜주기 위해 같이 투쟁하겠다는 일종의 선동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자대련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원작자는 직위해제와 해고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혹은 의도적으로 선동을 하고 있다"면서 "KTX 민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이뤄지지 않는다고 수없이 밝힌 바 있습니다만, 민영화를 핑계로 현재 평균연봉 6200만 원의 그들이 6.6%의 임금인상을 외치는 것은 참 어찌 보면 배부른 소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그래서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네 저는 안녕하다"면서 "교조화된 공기업 노동자들의 직위가 해제되는 게 아니라 해고가 되면 더더욱 안녕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불쌍한 청년층의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어 고용이 촉진될 테니까"라고 전했다.

"글을 왜 대신 써주나, 그게 대필이지 대자보냐"... 비판글 쇄도

자대련의 움직임에 페이스북에는 "대필이다", "떳떳하지 못하다"는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15일 오후 1시30분 현재 공개 모집 게시글에 동국대·가톨릭대·대구대·경희대 소속이라고 밝힌 학생이 1명씩 호응했을 뿐, 대부분 반응은 자대련을 비판했다.

"글을 왜 대신 써주냐. 그게 대필이지 대자보냐. 옛날 비권들도 자기 대자보는 자기가 직접 쓰는 게 상식이었네, 이 사람들아. 험한 소리도 아깝다." - 민중가수 송을채씨

"암 자발적인데 우리가 써줄 테니 너는 한 줄 감상평만 쓰면 된 당께. 대자보가 아니라 유신시대 데자뷰네." - 페이스북 아이디 '아노*'

"무슨 대포폰 파는 것도 아니고 대자보는 우리가 다 써줄 테니 명의만 빌려달라니 누가 누굴 선동하려 드는 건지..." - 페이스북 아이디 '이주*'

"대필 아니다"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자대련은 '대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는 "가끔 몇몇 분들이 '대필'이냐며 오해하시며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하시기도 하는데 대필이 아니라 자유대학생연합의 글을 게시해주는 것이며,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면서 "뿐만 아니라 모든 대자보에는 우리의 소속과 게시자의 관등성명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은 이어졌다. 페이스북 아이디 '윤경*'은 "자대련에서 이런 식으로 대자보 붙일 사람을 '공개구인' 하는 건 단순히 이번 대자보 사태에 대한 열등감에 기반한 추태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라면서 "자보의 상당 부분을 자대련에서 대신 써주는데, 이게 무슨 자보입니까? 자대련 사보나 다름없는 것을. 선동을 누가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시겠습니까?"라고 일갈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뉴라이트계열 학생조직으로 알려진 자대련이 '안녕' 신드롬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대자보를 붙일 대학생을 공개모집한다는 글"이라며 "한마디로 자발적으로 나온 공감의 소리를 막아보겠다는 웃기는 발상인데,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심리전을 좋아하는 어떤 조직이 개입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유대학생연합'은 어떤 단체?... 일베 후원 받으며 세 확장

지난 8월 14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제7차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린 가운데, 보수단체인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이 광장 입구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 해봐. 못하면 넌 종북세력이야 ^^"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일성 3부자 향해 "개새*" 못하면 종북(?) 지난 8월 14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제7차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린 가운데, 보수단체인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이 광장 입구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 해봐. 못하면 넌 종북세력이야 ^^"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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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련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상훈씨가 지난 7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축소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시국선언에 항의하면서 만든 단체다.

자대련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씨는 연세대 총학생회가 학생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지 않았다며 항의했고 이후 대학시국선언 반대연합을 꾸렸다. 김씨는 대표 인사말에서 "거창하게 애국애족을 위해 투쟁하시는 애국 보수주의 분들과는 달리, 자유주의자인 저는 저 자신의 발언권이 부당한 세력에 의해 침해받는 것을 참지 못하여 투쟁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대련은 이후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에게 후원을 받으며 세를 확장했고, 8월 단체 이름을 자대련으로 변경했다. 8월 서울광장 집회에는 60여명의 회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한 학생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개새X 해봐, 못하면 넌 종북이야'이라는 피켓을 들어 논란이 인 바 있다. 또 이들은 주요 대학에 '디씨, 일베하는 건 죄가 아니야'라는 펼침막을 붙여 유명세를 탔다.

이 단체는 "10월 20일 현재 회원수가 1040명으로, 우파 대학생 제1의 단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태그:#자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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