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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에서 '무기력한 교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육을 위한 교육'인지 '삶을 위한 교육'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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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세 달 전 엄기호 편집위원이 펴낸 책 제목이다. 오늘 날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학교에서 '사람'의 성장은 가능한 것인지를 교사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내용이다. 책에서 그는 '교실이라는 정글', '교무실, 침묵의 공간', '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라는 세 챕터를 통해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학교의 진실'을 알려준다.

교탁 앞까지 나와 답을 외치며 점수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어차피 해도 점수 따기 그른 녀석들은 수업을 방해하기 시작했죠. 노래를 부르고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자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어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어요.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솟더군요. 이게 뭔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47쪽 중에서) 

엄기호 편집위원은 "나는 망했다. 너도 망했냐? 그런데 걔도 곧 망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며 "너, 나, 걔가 모두 망했다면 이것은 '공동의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주최로 지난 13일 저녁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그는 '교육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란 주제로 이야기했다. 특강에는 10만인클럽 회원 및 시민 50여 명이 함께했다.

목적 없는 학교, 경이로움 없는 교육

"우리 학교가 도대체 뭐하는 공간입니까, 학생도 교사도 있긴 한데 도대체 뭐하는 공간인가요. 그래서 안 가면 되는 공간이지 않나 했더니, 일단 한 번 들어오고 나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이 또 학교라고 합니다(웃음). 이걸 수용소라는 개념으로 비유를 해서 본다면, 예전과는 다른,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용소입니다. 교화를 시키든, 정치범을 넣든, 아우슈비츠처럼 인간을 파괴시키든 모든 수용소는 목적이 있는데 여기는 목적이 없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사회가 지혜롭기 위해서는 연장자들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후대에게 현명한 방식으로 전해줘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과연 그걸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에 예일대 시위에 보수단체가 난입해 폭력 휘두른 현장 뉴스 나온 거 보셨죠? 이게 뭐냐는 겁니다. 한 사회가 망하는 지표로써 이보다 더 명확한 지표가 어딨습니까.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도, 한 할아버지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야 이것들아, 우측통행을 하란 말이다!'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일동 웃음). 속으로 '아 저 사람은 현명한 게 아니라 일종의 국가구나' 생각했습니다. '내 말을 들어라, 우리가 다 해봤다'며 연장자들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 사회가 제대로 될 수 있습니까."

엄기호씨는 노인뿐만이 아니라 '486세대' 역시 자녀들에게 과도하게 관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검열이 심하고, 오로지 부모 입장에서 괜찮은 책들만 아이에게 읽히다 보니 지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길에 아이를 놓으려고 한다는 설명이었다. 

"저희 부모님께서 가방끈이 굉장히 짧으신데, 저는 그게 제게 가장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께서 공부를 제대로 못 한 것에 대한 한이 크다보니 제가 '왕비열전'같이 야한 책을 읽든, 뭘 읽든 좋아하셨거든요. 온갖 섹스가 나오는 책들도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검열 없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486세대 부모들은 지나치게 검열이 심합니다. 사람이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즉 '경이로운 것'을 만나야 공부를 하게 되는 건데 요즘은 부모가 정해진 루트로만 아이를 가게 만들어요. 그러면 예상된 결과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경이로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엄씨는 "여러분은 예를 들어 아이가 '노동의 새벽'같은 시집을 읽겠다고 한다면 허락하겠느냐"라 물으며 "부모가 지나치게 관리를 하다보면 부모도 아이도 경이를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이로운 순간은 자녀나 학생이 교사나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왜냐하면 이건 교환이 아닌, 뜻밖에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을 위한 교육' 아닌 '삶을 위한 교육' 배워야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에서 '무기력한 교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에서 오늘날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학교에서 '사람'의 성장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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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육을 위한 교육'인지 '삶을 위한 교육'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삶을 전환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전거를 만들고, 자전거를 고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그거야 말로 생태적인 기술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망가진 옷을 수선하는 법, 이렇게 삶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생태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습니까? 지금은 교육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스물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 아무 능력 없이 키우고 있는 겁니다."

그는 70~80년대와 달리 요즘에는 사회가 청소년들을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고 하면서도 지금 현재에는 이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인 것처럼 대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삶에서 격리시켜 버리고, '산업 역군'을 만들기 위한 훈육의 공간으로 학교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말 잘 듣는 사람의 대표적인 표식이 바로 박정희 시절 월요일마다 세워놓고 했던 아침조례"라며 "학교에서 50분 견디고 10분 쉬는, '지루함을 견디는 몸'을 만들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는 훈련을 받습니다. 그리고 나면 우리도 장애인, 탈북자,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 비인간으로 보게 되는 거죠. 게다가 요새는 반까지 나뉘어서 공부를 하는 그룹과 안 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SKY대 가는 걸로 기여하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기여할까요? 1등을 위한 뒷받침? 선생들 밥그릇 만들어주는 것? 아주 극단적인 것으로 말하면 안 죽는 걸로 졸업하는 것, 살아서 졸업하는 겁니다. 안 죽고, 안 다치고 졸업하는 것이죠. 어느 통계를 보니 한 반 학생 35명 중에 8명 정도가 정서적으로 고위험군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8명은 끊임없이 감시당하며 그저 생물학적 생명을 보존해나가는 겁니다."

엄기호 편집위원은 강연의 끝머리에서 "우리 교육현실은 거의 폐허가 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폐허를 응시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과연 우리가 속해 있는 공간-집, 회사 등-에서 민주주의자인가, 평등을 나누는 자인가 물어봐야 한다"며 "아이를 홈스쿨링하든, 공교육을 선택하든 그건 자유지만 부모가 스스로 '무엇을 각오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꼭 해봐야 한다"고 덧붙이며 강연을 마쳤다.

이어지는 10만인클럽 특강 80회 '냉소하는 강의실 계몽에서 말걸기로(문화학자 엄기호 편)'은 오는 18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있을 예정이다. 오후 7시부터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의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의 '교육 불가능의 시대 사람의 성장을 묻다'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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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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