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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인천대 학우님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우님께서 외쳤습니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그 소리에 많은 고려대 학우님들이 응답해주었습니다. "아니오, 안녕하지 못합니다!"

작금의 현실에 무력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마는, 지성을 갖춘 교양인이라는 대학생의 직분을 가지고, 말 한 마디 하는 것조차 아끼는 것은 수치스럽다고 생각되어서, 저희도 용기 내어 한 마디나마 꺼내려고 합니다.

저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이 글을 쓰는 것이 참 부끄럽습니다. 이름 내걸고 이렇게 자보를 써보는 것도 익숙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바로 저희가 이제껏 침묵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려대 학우님의 외침이 단순히 고려대로만 끝나게 된다면, 그 부끄러움은 더 커질 것입니다. 고려대 학우님의 외침은, 우리 모두가 받아야 할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비록 다른 학교지만, "같은 대학생으로서" 작은 목소리나마, 고려대 학우님의 외침에 응답합니다. 저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인천대 학우님들께도 여쭙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하루 아침에 철도 노동자 7000여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당해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학사의 교과서가 승인될 때에도 토익책을 들여다보기 바쁩니다. 밀양의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뉴스가 흘러나와도, 그저 먼 곳의 이야기로 여겼습니다. 핑계는 단순했지요. 먹고 살기 바빠서, 혹은, 그저 남의 일이니까!

지금 우리 시대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함께 파괴된 개인들만이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감히 저 파업현장으로 지지하러 나가자는 말조차 꺼내기도 무섭습니다.

그 누가 각박한 세상에서 안녕하겠습니까만, 그러나, 다만, 한 가지는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그리고 여러분의 이웃은 안녕하십니까?

이 각박한 세상에서, 여러분의 이웃은 정녕 안녕합니까?


태그:#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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