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3일, 37개 한글단체와 교육시민단체는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정책이 교육과 국어를 망치는 잘못된 정책이며,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로서 당장 중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더 나아가 '한자교육 강화' 정책을 강행할 경우엔 문용린 교육감 퇴진운동을 하겠다며 강한 반대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초·중학교 한자교육 지원'이란 명목으로 3억2550만 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 7월 3일, 37개 한글단체와 교육시민단체는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정책이 교육과 국어를 망치는 잘못된 정책이며,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로서 당장 중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정책 반대 기자회견 지난 7월 3일, 37개 한글단체와 교육시민단체는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정책이 교육과 국어를 망치는 잘못된 정책이며,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일로서 당장 중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 김형태

관련사진보기


초등학교부터 한자 교육? 중·고등학교로도 충분하다

1945년 일본 제국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뒤부터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처럼 한자교육을 강화하고 교과서에 한자를 혼용하자는 주장과 활동을 계속해왔다. 이에 문용린 교육감마저 그런 주장에 동조하여 정책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려는 정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1. 중·고등학교에서 이미 한자 교육을 하게 되어 있으며, 그 때 배우는 한자 교육으로도 충분하다.
2. 초등학교는 이미 자율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데, 국고지원하며 강제로 한자교육을 시키는 것은 교육력 낭비에 가깝다.
3. 초등학생들은 현재 영어 조기교육뿐만 아니라 지나친 사교육으로 가뜩이나 힘들어 하는데, 한자교육까지 강화하며, 이마저도 사교육화 될 가능성이 높다.
4. 초등학생 때는 지식 교육보다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과 체험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5. 중국과 일본은 한자를 안 쓸 수 없는 나라이지만, 우리나라는 한자를 쓰지 않아도 세계에서 으뜸가는 한글이 있다.
6. 교육청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어려운 일본식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문용린 교육감은 지난 7월, 초등학생이 한자를 몰라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자교육 강화를 주장했다. 결국, 이번에 편성한 한자교육 예산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한글 전용 교과서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정착한 지 이미 40년이 지났다. 문 교육감의 논리대로 국어 교육이나 개념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바로 한자교육추진단을 만들 일이 아니라, 현재 교육의 실태를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한자교육추진단을 구성하여 한자 교육 수요를 조사한다는 것은 '한자 교육'에 대한 문 교육감 개인의 취향이나 고집이 아닐까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과는 달리, 서울시청과 서울시의회에서는 한글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청에서는 '행정 용어 순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어려운 한자어로 쓰이던 행정용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글 쓰기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월 9일 한글날에 한글 단체로부터 '우리말 지킴이 으뜸상'을 받았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명화 의원은 '서울특별시 조례 등 정비 조례안', '서울특별시 자치법규의 입법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하여 여전히 일본식 표기와 어려운 한자어, 외래어 등이 남아 있어 알기 쉬운 우리말 표현으로 개정하고자 했다.  

또한, 교육의원인 필자가 지난 10월, 73명의 동료의원들과 '서울특별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공동 발의하여 12월 중에 통과가 될 예정이며, 서울시교육청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은 12월 중에 발의할 계획이다.  

한자교육 대신에 국어교육이나 제대로 해주기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말이 있으면서도 한자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문용린 교육감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한자교육을 강화하자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행정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한자교육 강화는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벌써부터 일부 학교는 한자급수 따기 경쟁에 돌입해 있다. 기초한자를 읽을 줄만 알면 되는데도, 한자쓰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자 관련 학습지 회사들만 재미를 본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글 단체들의 주장처럼, 이번 서울시의회 예결위 심의하면서 한자교육 강화 예산은 삭감되어야 한다고 본다.

문용린 교육감은 초등학생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키는 것이 과연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필요한지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초등 교사들이 교육과정에서 너무 많은 지식을 가르치려 하다 보니 개념을 제대로 이해시킬 여유가 없다고 한 지적을 반드시 되새겨보길 바란다.

한자 교육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우리 말과 우리 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초등 한자 교육 강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