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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을 대신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주는 대필 업체가 성행중이다.
 취업준비생을 대신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주는 대필 업체가 성행중이다.
ⓒ 신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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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취재 : 김동욱, 신소미, 신영성, 이수민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죠. 100%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라면 돈을 얼마를 주고라도 사고 싶은 심정입니다."


취업준비생 송아무개씨(25, 여)는 인터뷰 중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혹독해진 취업난이 취업준비생을 절박하게 만든다.
기업들은 경기 불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두드러지게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취업의 문이 바늘구멍만큼 작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는 기업 20곳에 서류를 넣었지만 높은 경쟁률 때문에 합격의 문을 넘지 못했다.

체감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수치로도 취업난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은 2013년 7월 청년 실업률이 8.3%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평균적으로 기업 지원자 100명 중 최종 합격은 3.5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대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워진 만큼 기업의 채용 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할 때 스펙을 보는 비중을 줄이고 자기소개서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스펙보다는 경험과 사람 자체를 보고 채용하겠다는 의지다. 인크루트가 51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류 전형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자기소개서'를 뽑은 기업이 18.4%로 가장 많았다. 취업을 위해서 자기소개서는 필수 준비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자기소개서가 스펙에 이어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자기소개서는 취업의 첫 관문이다. 이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 하면 기업에 자신의 역량을 보여 줄 기회조차 없다. 학생들은 기업 인재상에 맞춰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소설'(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지원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자기소개서의 의미는 빛이 바래고 있다. 취업이 간절한 대학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새로운 자신을 만든다. 심지어 합격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줄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바로 자기소개서 대필 업체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자기소개서 대필... 가격은 약 7만 원

자기소개서 대필 업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필을 의뢰한 사람과 업체는 온라인상으로 정보를 주고 받고, 실제로 대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정 상 의뢰인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는 어렵다.

자기소개서 대필은 일정 과정을 거친다. 일단 기본 양식에 맞춘 의뢰인의 정보가 필요하다. 항목은 학력, 활동했던 동아리 등의 기본적인 것부터 성격, 전공 등에 관련한 에피소드까지 있다. 신청양식을 작성하고 원고료를 송금하면 그때부터 자기소개서 작성이 시작된다.

업체는 보내준 정보를 활용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보통 3일이 기본으로 걸리지만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빠른 서비스를 받아볼 수도 있다. 완성된 자기소개서는 의뢰인의 이메일로 발송된다. 만약 최초 요구사항과 다르거나 내용 또는 문맥적 오류가 있는 경우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작성된 자기소개서의 가격은 A4용지 두 장 기준 약 7만 원이다 .

자기소개서 대필 업체에서 대필해 주는 사람을 보통 '작가'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의 작가란 문학 작품 등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업체는 대필자를 하나의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대필 업체에서 홍보하는 작가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경력 5년은 기본이며 컨설팅 경력도 1000편이 넘는 작가가 대부분이다. 방송작가 출신, 대통령과 국회의원 연설문을 작성해본 작가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명 대필업체에 문의해 본 결과 작가의 학력과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본 적 없는 휴학생도 글만 잘 쓰면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자기소개서 대필을 검색하면 20여 개의 업체가 검색된다. 이 외에도 취업 카페 등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대필을 포함하면 시장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법률전문가 A교수는 "대필이라는 행위 자체가 기업에 대한 사기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때 대필 의뢰인은 사기, 업체는 공범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처벌하기는 무척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나 기업 등 관련 기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필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다. 과거 학위 논문과 대입 자기소개서에서 대필이 성행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논란 이후 관련 기관에서는 유사도 검색 프로그램, 대필 관련자 처벌 기준 등을 마련했다. 현재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암암리에 대필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관련 대책은 미비하다.

신고도 처벌도 어려운 자기소개서 대필

대학생들은 대필이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대필업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송 아무개씨(25, 여)는 취업준비 카페에서 대필 업체를 알게 됐다. 그녀는 업체를 이용하고 돈을 날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용 후기를 봐도 합격했다는 글이 많았어요. (전문가들이니까) 내가 쓰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결과물은 제가 써 본 것보다 형편 없었어요."

송씨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대필 자기소개서를 모기업 서류전형에 제출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처음에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로 지원한 타 기업에서는 합격했다.

"한 글자라도 더 나은 자기소개서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녀는 대필업체 이용을 후회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이라는 말에 속은 거죠. 내가 직접 쓴 걸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듣는 게 더 효과적이었어요." 

또다른 이용자 강아무개씨(28. 남) 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영업관리직으로 지원하고 싶다고 했더니 영업관리가 정확히 어떤 거냐고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직무에 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자기소개서를 대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격증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어요. 화가 나서 대필 이용 후기에 안 좋은 평가를 써 놨더니 바로 (후기를) 삭제하더라고요."

강씨는 업체가 써준 내용의 일부를 보여줬다.

"친구들은 어떤 일이든지 제게 맡기기만 하면 확인해볼 필요도 없다며, '야무지고 똑 소리 나는 친구'라는 뜻의 '야똑친'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강씨는 내용이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제출하기조차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모두 본인이 쓴 것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대필업체를 이용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다른 매체에도 송고 계획이 있습니다.



태그:#자기소개서, #취업, #자기소개서 대필, #자소서 대필, #대필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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