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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진짜 모르는 걸까요? 실수일까요?"

"무슨 소리야?"

"타 매체 기사를 그냥 가져 와서 하는 소리예요."

"또? 어째서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걸까…."

"기사 검토할 때마다 구글링해볼 수도 없고, 큰일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기사 검토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볼 기사도 많은데……."

 

한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마무리되는 동료 편집기자와의 대화. 이번 주만 해도 두 명의 시민기자가 타인의 블로그에 있는 글 중 일부를 본인의 것인양 가져오거나, 타 매체 기사의 일부를 복사해 작성한 기사를 편집부로 보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명백한 표절이죠. 이유를 물으면 백이면 백, 실수라고 합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러나 반복되면 단순 실수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윤리강령에 '시민기자는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 등 저작물을 표절하거나 무단전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징계규정상 "다른 사람들의 글을 상당 부분 허락없이 옮겨 적고 자신이 쓴 글인양 했을 경우(표절) 최소한 '경고'의 징계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최근 한 시민기자에게 전달된 징계통보문 중 일부입니다. 이와 같이 편집부는 시민기자들의 표절 행위를 엄격히 따지고 그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기사들은 표절인 것도 모른 채 처리됐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기자가 모든 기사를 구글링해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구글링하기 이전에, 시민기자 기사를 대하는 편집부의 기본 대전제는 '믿음'입니다. 믿고 검토하는 겁니다. 그러나 틀릴 수도 있으니까, 확인도 합니다. 그것은 시민기자의 글이나 직업기자의 글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이런 일이 발생하죠.

 

복사해서 붙이는 기사쓰기, 이걸 조심하세요

 


"OOO 기자가 저희 업체를 소개하는 글을 썼는데요. 제가 대표인데, 저랑 만나 인터뷰한 게 아니고 제가 다른 매체에서 한 말과 사진을 그냥 쓰셨더라구요. 그것도 지금과는 다른 내용을요."

"네?"

 

기자에게 확인한 결과, 업체 직원들을 두 차례 취재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해당 업체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그대로 가져다가 쓴 게 문제였죠. 기사가 게재된 후 업체 대표에게 "기사 내용이 틀렸다"며 항의 전화가 왔습니다. 시민기자가 페이스북에서 참고한 내용은 오래 전 한 매체에 실린 대표 인터뷰였는데, 그때와 상황이 바뀐 걸 모르고 갖다 써서 의도치 않게 오보를 하게 된 것이었지요.

 

편집부는 당초 팩트가 틀렸다는 이유로 항의 전화를 받았지만, 확인 과정에서 시민기자가 타 매체에 실린 내용을 기사에 그냥 게재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 즉시 기사는 수정됐지만 그 기사를 본 편집기자는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에 비례해 표절이나 무단전재 등 저작권 침해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죠. 블로그나 페이스북, 보도자료 등의 내용을 재가공하거나,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복사하기→ 붙이기' 식으로 글을 쓰는 거지요. 자신이 직접 쓴 게 아니라면 한 문장도 기사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정 쓰고 싶으면 출처를 밝히면 됩니다. 간단하죠?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제목에 오타가 나거나, 오보가 생기거나, 기사가 표절임이 드러났을 때 등 큼직한 사건사고가 생기면 "잘 좀 잡아내라, 편집부가 못 걸러내면 누가 걸러내냐"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럴 때 참… 할 말이 없어집니다. 사실 기분 나쁜 건 순간이고, 좀 더 꼼꼼히 봐야겠다고 자책하는 모드가 한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매체입니다. "전문기자가 아닌 시민기자가 쓴 기사라니……. 그런 뉴스를 어떻게 믿지?"라는 물음표는 지금도 <오마이뉴스>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편집부'라는 장치를 두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기자가 기사를 꼼꼼하게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도 계속 저를 비롯한 편집기자들은 '꼼꼼하게' 기사를 볼 것입니다. 시민기자 역시 정신 바짝 차리고 기사를 써야 할 이유입니다.


태그:#땀나는 편집,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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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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