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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질 때가 안 됐는데 꺼지니까 너무 불편하죠. 배터리 교체받으려면 또 AS센터 가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니까… 당장은 그냥 충전기 달고 사는거죠."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박아무개씨는 요즘 스마트폰 배터리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처음 샀을 때에 비해 부쩍 줄어든 사용시간 탓이다. 박씨는 "식당이든 강의실이든 들어가면 스마트폰 충전할 콘센트부터 찾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5' 사용자다.

아이폰5의 국내 출시 1년이 가까워지면서 배터리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보통 2년인 통신사와의 스마트폰 할부 계약 기간 동안 불편없이 쓰기 위해서는 전작들과는 달리 배터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20% 이상 남았는데도 꺼지는 일 잦아"

애플 아이폰5
 애플 아이폰5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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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 사는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직장이 있는 여의도로 출근한다. 항상 배터리가 100%인 상태로 집을 나서지만 직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반토막이 나 있다. 이씨가 지하철에서 아이폰으로 하는 일이란 그날의 뉴스 검색 정도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샀는데 산 지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점점 배터리 실사용시간이 주는 것 같더니 한 달 정도 전부터는 배터리가 20% 이상 남은 상태에서도 꺼지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 중에서도 사용량이 많은 이들은 같은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에 거주하는 정준수씨는 제품 구입 6개월 만에 같은 증상이 생겼다. 그는 "화면에는 배터리가 10% 넘게 남았다고 뜨는데 갑자기 꺼져버리곤 한다"면서 "무슨 용량이 큰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전화 통화를 하는데도 배터리가 끝까지 버티지를 못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은 전 기종이 제품을 분해하지 않으면 배터리 교환이 불가능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불편을 초래한다. 항상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지속적인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

이런 아이폰5 실사용자들의 배터리 수명 단축 문제는 일선 AS센터에서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11월부터 배터리 문제로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애플은 소비자 과실이 아닌데 기기 성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구입시로부터 1년까지는 제품 혹은 해당 부품을 무료로 교체해주는 '리퍼비시' 정책을 운용중이다. 아이폰5의 경우 국내 최초 출시일이 지난해 12월 중순이라 아직까지는 배터리 불량 문제가 있다면 누구나 무료 교환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시간 여유가 충분치 않은 소비자는 실질적으로 리퍼비시를 받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애플의 AS서비스를 대행하는 대리점은 전국에 약 70여 군데, 서울에는 약 20곳. 그러나 강남, 종로 등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위치한 AS센터에서는 평일 오전에도 1시간 정도는 대기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자 수리비를 받고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일부 사설 수리업체들에도 배터리 관련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사설업체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4~5만 원선. 강남의 한 수리업체 기사는 "지난달 부터 수명이 다 된 배터리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공식 수리점에서 교환받으면 대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리퍼비시 대상임에도 여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사설 업체로 온다"면서 "시간이 지나서 리퍼비시 적용이 안 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관련 손님이 더 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5S도 1년 후 같은 증상 나타날 수 있어"  

전작인 아이폰4·4S 역시 오랜 기간 사용하면 배터리 실사용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아이폰 5의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시점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 제품의 수리를 취급하는 사설 업체 기사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터리는 소모품인데 아이폰5의 경우 기본적으로 LTE망을 이용하는데다 성능이 좋다보니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그만큼 전력 소모도 심하고 절대적인 사용량도 많다는 것이다.

한 수리업체 기사는 "아이폰5의 경우 통상 400회에서 500회 정도 충·방전을 하면 배터리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500회 이상 충전할 경우 배터리가 남아있다고 표시되는 상태에서도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기종이 배터리 효율이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2번 정도는 충전을 해야 쓸 수 있다"면서 "1년 정도면 배터리 수명은 다 된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2년인 통신사 약정기간을 감안했을 때 배터리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기사는 "배터리 용량이 아이폰 5보다 9% 가량 많은 아이폰5S도 1년 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배터리 수명 단축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여인형 동국대 화학과 교수는 "적정 방전속도 이상으로 기기를 사용했을 때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에는 저마다 최적화된 방전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를 넘어서는 횟수가 많아지면 500회 충·방전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품도 300회 만에 불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아이폰5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장기간 사용해도 배터리 용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매우 적다"라면서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여러가지 작업을 안 하는 사용자는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아이폰5, #꺼짐, #애플, #리퍼, #배터리 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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