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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특정감사 보고서.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특정감사 보고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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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아들로 의심되는 학생이 다닌 서울 A초등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권한관리 담당교사가 17번에 걸쳐 이 학교 학생 혈액형 영역을 들여다본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학교에서 학생 혈액형을 따로 확인하는 일은 극히 드문 것이어서 학생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조선일보> 기자가 교장 만난 건 사실" 교육청, '채동욱 아들 의심학교' 비밀감사)

감사보고서 살펴보니...더 커진 개인정보 유출 정황

4일 단독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문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기사 관련 나이스 접속현황 등 특정감사 결과 보고(안)'에는 이 같은 개인정보 유출 의심 정황이 적혀 있었다. A4 용지 10장 분량의 이 보고서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서울시의회 교육위 윤명화 의원(민주당, 중랑4)에게 건넨 것이다.

나이스(NEIS)는 학생부 전자관리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에는 교장과 교감, 학교 권한관리담당교사, 담임교사, 보건교사, 행정실 직원 등이 접근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부인하지만 본청 나이스 총괄 관리자도 학생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보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8일 사이 이틀간 감사관실 소속 사무관을 단장으로 한 감사단원 5명을 A초에 급파해 특정 감사를 벌였다. 이 학교 교원들이 학생의 혈액형 등 은밀한 개인정보를 특정 정부기관과 언론사에 빼돌리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감사 결과 A초 전체 교직원 128명 가운데 23명이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에 나이스에서 학부모 정보와 학생 혈액형을 볼 수 있는 메뉴에 접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자는 이 학교 교장과 교감, 나이스 권한관리담당교사, 담임교사 등 16명이었고 나머지는 보건교사와 행정실 직원 등이었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 관계자는 "23명은 채 전 총장의 아들(로 의심받는 학생)이 다닌 해당 반을 들여다본 것만이 아니라 다른 반과 학년을 살펴본 사람이 전부 포함된 숫자"라고 설명했다. 감사단은 해당 교원 23명을 대상으로 불법 정보 누출행위가 벌어졌는지 캐물었다.

그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9월 9일 <조선일보>에서는 마치 학교에서 학생의 학적 기록물을 열람 내지 취득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기사를 내보냈다"면서 "그러나 보도와 관련 불법적으로 학생 정보를 유출한 사례가 없다"고 적었다.

해당 교사 "'혈액형 조회'는 학적 관리 위한 것"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벌인 서울의 A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벌인 서울의 A초등학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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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고서에서 적시한 '혈액형 조회 17건'에 대해서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중순 채동욱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 청와대가 해당 모자의 혈액형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말썽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9월 22일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른들은 여권에 혈액형이 나와 있고 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보제공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교육청 보고서를 보면 감사관실은 '올해 2월 12일자 건강기록부의 혈액형 영역에 17건의 접속이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다. 접속자는 '나이스 권한관리 담당교사'였다. 다른 날짜에는 조회한 사실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추천위가 올해 2월 7일 채 전 총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함에 따라 2월 12일 날짜 주변에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신변 감찰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혈액형 조회'는 학년 마감 등 학적관리를 위한 일상 업무 수행의 과정이었다고 해당교사가 말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채○○' 학생의 개인정보 접속 여부는 현 시스템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17건의 '혈액형 조회' 대상과 관련, '17건 모두 채아무개 학생 반의 것이었느냐. 해당 학생 반 것을 확인한 횟수는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실과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김진철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은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17차례에 걸쳐 혈액형을 확인한 교사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학적관리를 위해 혈액형을 확인했다는 A초 관계자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명화 서울시의원은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보고서는 의혹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학부모 정보가 23명의 교원에 의해 확인되고, 혈액형 정보가 17번에 걸쳐 조회된 이유에 대해 명백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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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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