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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1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편집자말]
음식물 쓰레기 수거. 새벽 1시에 시작한 작업이 날이 밝아서야 끝났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 새벽 1시에 시작한 작업이 날이 밝아서야 끝났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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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약 500만 톤(2012년 기준).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조 원어치, 연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약 8000억 원에 이른다. 일단 쓰레기가 버려지면, 그것을 처리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날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1000톤.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 따라가 보니...

하지만 2006년 5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됐다. 또 올해부턴 음폐수를 바다에 버려서도 안 된다. 그러면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서울시 노원구,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을 따라가 봤다.

노원구는 인구 60만 명으로 서울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다. 노원구에서만 하루 평균 음식물 쓰레기 138톤이 버려진다. 14톤 차량 10대가 매일 동원돼야 수거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중계 그린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사람과 차가 다니지 않는 이른 새벽 시간에 주로 이루어진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벽 1~2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오전 7~8시께 작업을 끝낸다.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보통 저녁 8시부터 수거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쓰레기 양에 따라 작업 시간이 조금 다르다. 여름이나 김장철,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쓰레기 양이 많아 작업이 오전 10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환경미화원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시설로 운반한다. 처리시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만든다.

노원구는 두 과정 모두 민간위탁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수거·운반업체 4곳이 각각 담당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해 경기도에 있는 처리업체 6곳에 나누어 보내는 방식이다.

노원구는 지난 1월부터 종량제를 시작했다. 바코드가 있는 납부스티커를 수수료를 주고 산 다음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마다 이 스티커를 수거통에 붙이는 방식이다.

아파트 단지는 동별로 120리터짜리 수거통이 3~4개씩 있다. 이 수거통이 가득 차면 경비원이 납부스티커를 붙인다. 단독주택 주민은 3리터나 6리터짜리 수거용기에 납부스티커를 부착한 뒤 집 앞에 내놓는다. 환경미화원은 바코드를 리더기로 찍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꽁꽁 얼어붙는 음식물 쓰레기... 겨울이 가장 힘들다

김영권(48)씨는 8년째 노원구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를 담당해왔다. 운전자가 차를 몰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면 김씨와 동료 한 명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을 차로 끌어 온다. 이렇게 세 명이 한 조다. 아파트 단지 안은 차가 길 양옆으로 주차돼 있어 14톤 차가 드나들기 쉽지 않다.

미화원이 수거통을 큰길까지 끌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수거통을 끌고 와 차량 뒷부분 리프트에 올리면 자동으로 리프트가 올라가 쓰레기를 탱크에 쏟아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120리터짜리 수거통 200개를 비우면, 14톤 탱크가 꽉 찬다. 작업시간만 평균 8시간. 단독주택의 경우 집집마다 다니며 수거통을 일일이 챙겨야 해서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그만큼 더 일이 힘들다.

투입호퍼.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이 하루의 성과물을 이 투입구에 쏟아내면 자동으로 음식물 처리장으로 운반된다.
 투입호퍼.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이 하루의 성과물을 이 투입구에 쏟아내면 자동으로 음식물 처리장으로 운반된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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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여름은 쓰레기 양이 많고 악취가 심하긴 하지만, 겨울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와 빙판길도 문제지만, 청소노동자의 가장 큰 고충은 얼어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다.

"야구 방망이나 삽으로 쑤셔서 털어야죠."

김씨가 말했다. 수거통에 보온 덮개를 하면 조금 낫지만, 관리사무소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날 동행한 노원구청 자원순환과 양현웅씨는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물을 꼭 짜서 버리면 쓰레기가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도 되고, 쓰레기 부피와 무게가 줄기 때문에 처리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가격은 1톤당 18만 원이다.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처리공장에 10만7000원을 내고 나머지는 수거·운반업체에 지급한다. 노원구에서만 한 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90여억 원을 지출한다. 이 중 41%인 36억여 원은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내는 수수료로 충당한다. 나머지는 구 예산으로 쓴다.

종량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단독주택은 쓰레기 양이 많이 줄었는데 아파트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은 가구별로 배출한 쓰레기 양에 따라 수수료를 내지만, 아파트는 단지별로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을 측정해 합산한 뒤 수수료를 가구별로 균등하게 분배한다.

사료, 퇴비, 전기로 재활용되는 음식물 쓰레기

선별과 분쇄, 탈수, 멸균 등이 이루어지는 처리공장 내부.
 선별과 분쇄, 탈수, 멸균 등이 이루어지는 처리공장 내부.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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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인 음식물 쓰레기는 경기도 연천의 처리시설로 향한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출발한 수거차량이 두 시간 만에 경기도 연천의 처리시설에 도착했다. 처리시설에 도착하면 싣고 온 쓰레기 무게를 재고, 투입호퍼라 불리는 투입기에 쓰레기를 쏟아낸다. 음식물 쓰레기가 '이송스크루'를 타고 음식물 처리장으로 들어온다. 공장 안의 모든 작업은 자동화돼 있다. 각 기계는 이송스크루로 연결돼 공장 안에서는 악취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파쇄선별기를 통과하며 이물질이 걸러지고 잘게 부서진다. 여기에서 비닐, 플라스틱에서부터 벽돌, 식칼 등 온갖 이물질이 다 나온다. 이 쓰레기들은 닭이 먹는 사료가 된다. 이물질을 걸러내는 과정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남은 음식물을 버릴 때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분쇄된 음식물은 이송스크루를 따라 자동으로 탈수기로 운반된다. 탈수기가 음식물을 꽉 짜면 음폐수가 나온다. 음폐수는 폐수 저장탱크로 따로 걸러진다. 폐수는 이곳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김포 수도권매립지의 음폐수 처리시설로 간다. 그곳에서 폐수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물재생센터로 보내져 정화된다.

국물(음폐수)을 짜낸 건더기는 멸균기로 이동돼 멸균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 멸균된 것을 섭씨 200도로 볶는다. 가열과 멸균처리 과정을 거치면 악취는 사라지고 시큼한 냄새의 진갈색 가루로 변한다.

냉각기. 섭씨 200도로 가열된 음식물 쓰레기를 냉각기에서 식힌다. 나중에 이것을 사료와 섞어 닭에게 먹인다.
 냉각기. 섭씨 200도로 가열된 음식물 쓰레기를 냉각기에서 식힌다. 나중에 이것을 사료와 섞어 닭에게 먹인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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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냉각기에서 식혔다가 7:3의 비율로 조사료(3)와 섞는다.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공장에는 3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농장이 있다. 이 닭들이 하루 20톤가량 매일 생산되는 사료를 소화한다.

이런 재활용 사료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오리나 닭, 돼지에게는 먹이지만, 소나 염소 등 반추동물에게는 먹이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이석길 국장은 "사료는 수거된 음식물에서 100도 이상의 멸균처리 과정을 거치며, 곡물이나 사료와 배합하기 때문에 영양이나 위생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단 사료화 과정에서 가장 애로 사항은 비닐처럼 선별하기 힘든 이물질이다.

닭 사료로 변화는 음식물 쓰레기

물컹한 음식물 쓰레기가 가열, 멸균처리 과정을 거치면 진갈색의 가루로 변한다. 여기에 사료를 섞어 닭에게 먹인다.
 물컹한 음식물 쓰레기가 가열, 멸균처리 과정을 거치면 진갈색의 가루로 변한다. 여기에 사료를 섞어 닭에게 먹인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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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비닐은 처리 과정에서 97~98% 정도는 선별이 되지만 어느 정도는 남게 된다"며 "비닐 같은 이물질이 닭의 몸 속에 쌓이면 장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음식물을 비닐에 싸서 버리지 말고 내용물만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95%는 이렇게 재활용된다(나머지 5%는 소각한다). 고형물은 닭이나 돼지의 사료 또는 퇴비가 되고, 폐수는 전기나 정화된 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음식물 쓰레기가 재활용된다고는 하지만,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버려지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훌륭한 대책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이나 식물의 먹거리가 되도록, 순수한 음식물만 버리는 것이 좋다.

노원구청 자원순환과 양현웅씨는 "노원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30%줄이기를 목표로, 주민과 식당에 홍보하고 있지만, 식생활 문화를 바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은 시민에게 달려있다.


태그:#음식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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