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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관상>의 공식 포스터
 영화 <관상>의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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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정신문제를 정신과 또는 심리상담소를 찾아서 해결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철학관(역학원 또는 역술원) 또는 무속인을 찾아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요즘 들어 사주팔자, 관상 및 무속을 주제로한 영화(<관상> <청담보살> <박수건달> <점쟁이들>) 및 TV프로그램(<대풍수>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이 많이 늘어났다.

또한 사주명리학자 및 무속인들이 TV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중 학문적인 체계가 정립되어 있는 사주팔자학이라고 불리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실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사회저명인사들과 직접 상담한 경험이 있는 부산의 J도사는 상담고객 중에 의사의 숫자가 꽤 많다고 한다. 즉 의사들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철학관을 방문해 이런저런 상담을 통해 정신적인 안정감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볼 때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신과 전문의 Y씨가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살아남기 정말 힘든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이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 중인 J도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철학관을 방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호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처럼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사주팔자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고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주팔자라는 것은 한사람의 태어난 생년(연주), 생월(월주), 생일(일주), 생시(시주)로 구성이 된다.

즉 사주(四柱)의 주(柱)는 기둥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받쳐주고 있는 4개의 기둥이란 의미이고 팔자(八字)는 이 사주가 8글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사주팔자학이란 한사람의 4가지 정보(생년월일시)를 이용하여 그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학문이기에 사주명리학(命理學)이라고 불린다.

명리(命理)란 "하늘이 내린 목숨과 자연의 이치"라는 뜻으로 대자연이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 역할과 형태가 있는 것처럼 인간도 하늘에게서 부여받은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자연의 이치를 학문적으로 약1000년의 세월 동안 체계화 시켜 정립한 학문이 우리가 흔히알고 있는 사주팔자학 즉 사주명리학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자연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사주팔자와 무슨 연관성이 있단 말인가? 그 대답은 "연관성이 많다"이다. 사주팔자를 구성하는 여덟글자는 10간 12지에서 나왔고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음양오행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음양오행에서 음(-)이란 달(月)을 뜻하고 양(+)이란 태양(日)을 뜻하며 오행(五行)이란 지구 주위를 움직이는(行) 다섯 행성인 수성(水), 금성(金), 화성(火), 목성(木), 토성(土)을 뜻한다.

즉 지구 주위에 크고 작은 많은 행성들이 있지만 그 중 지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행성만을 고려해 보면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된다. 그리고 이 7가지 행성이 지구와 서로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소통하며 여러가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물과 썰물이다. 지구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도 이렇게 많은 영향을 받는데 그 규모에 훨씬 못미치는 인간은 당연히 이러한 별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7가지 별들이 지구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음양오행학을 기초로 탄생된 학문이 사주명리학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별들의 영향력은 항상 다양하게 변화하며 그 영향권 안에 있는 인간의 삶 또한 항상 변화하고 바뀌기에 바꿀 역(易)자를 사용하여 이런 종류의 학문들을 역학(易學)이라고 한다. 즉 미신이 아니며 명확한 학문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는 동양철학의 한 줄기이다.

과거 고려 및 조선시대에는 이 역학이라는 학문이 양반 및 왕족들 사이에서 제왕학의 하나로써 그 위신이 높았기에 가장 낮은 벼슬이었던 진사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사서삼경 중 하나인 주역이 반드시 출제되었다(참고로 주역은 역학의 시발점이며 음양오행학의 출발점이 되는 학문이다). 그리고 왕궁에는 풍수지리, 관상, 사주팔자 같은 역학을 다루는 음양과를 두어 인재를 등용할 때 반드시 그 사람의 사주팔자를 분석하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당시 왕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역모였는데 사람를 등용할 때 그 사람의 학문적인 실력은 알 수 있지만, 그 사람 됨됨이를 보기 위해 반드시 음양과의 6명의 역관을 시켜 등용할 사람의 사주팔자를 분석하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인물인 태조 이성계, 율곡 이이, 퇴계 이황 같은 분들의 사주가 문헌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설을 하나 소개하면 고려 후기 공민왕 집권 시절 이성계를 공민왕이 등용하려고 할 때 역관을 시켜 그의 사주를 살펴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역관들의 의견이 나뉘어 어떤 이는 이성계가 새 나라의 왕이 될 사주이니 등용치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고, 다른 이는 전형적인 무사의 사주니 등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렇게 역관들의 의견이 나누어지니 당시 공민왕의 머리 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변방에만 떠돌던 이성계를 직접 보니 체구도 작고 시커먼 얼굴의 보잘 것 없는 외모라 큰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등용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결과는 새 나라를 세울 왕의 기운을 타고났던 것이고 모두 아는대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되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왕족 및 양반계층은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정략결혼을 했다는데 과연 그 당시 상류층 부모들은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을까? 그것은 바로 사주단자이다. 사주단자란 결혼 당사자들의 사주팔자 풀이를 비단 주머니에 넣어 정략결혼하는 상대 부모끼리 서로 교환하는 데 사용되던 것이다.

그래서 결혼 전 당사자들의 배경과 됨됨이, 출세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조선 시대에도 보다 좋은 집안의 사람과 혼인하려는 욕망이 상류 사회에 팽배하였고 사주팔자학은 제왕학으로써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과거에 상류 계급에서만 유통되었던 학문이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호구지책으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여 돈벌이를 하려다 보니 시중에는 엉터리 도사와 사기꾼들이 난무한다. 사주명리학이라는 학문은 분명히 활인성이 강한 실학이지만 그것을 돈벌이에만 이용하려고 하니 자신의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알고자 하는 많은 대중들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많은 폐해를 낳았다.

하지만, 분명 전국방방곡곡에는 제대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여 활인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분들과 상담한 후 현실적인 삶을 개선하고 좋지 않은 미래를 대비하여 덕을 본 사례들도 많다. 그러므로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의 권력층 및 상류층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요즘도 전국의 유명한 도사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한국에서 법조계, 정치계, 경제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본인의 사주팔자 분석을 의뢰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약 70%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본인의 사주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과거 주자학 이외의 학문은 천대 받았던 조선시대 부터 사주팔자를 미신으로 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사주명리학이라는 학문은 음지에 있다. 하지만 사주명리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이 학문 본래의 목적인 활인(活人)을 추구해 간다면, 더 이상 미신화 되지 않고 진정한 동양철학의 정수로 인정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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