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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병한·문주현 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영상 : 박정호·심명진 기자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착수되자 "내 희생으로 종북몰이 끈다면 기꺼이 감옥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착수되자 "내 희생으로 종북몰이 끈다면 기꺼이 감옥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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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감옥에 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은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종북몰이 같은 것은 없어져야 되겠다는 굳은 신념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 미국에 휘몰아쳤던 매카시 열풍을 언급하며 "누군가 그 불을 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누군가'는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장에서 매카시에 의해 '빨갱이'로 공격받았다가 오히려 대대적으로 반격했던 육군의 법률 고문 조셉 웰치를 가리킨다.

그는 말했다.

"정치적으로 잘못된 것을 나라도 희생돼서 좀 껐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 내 마음입니다. 내가 만약 잘못돼서 교도소 생활을 한다면, 하죠 뭐. 왜냐하면 끄기 위해서. 공안몰이를 끄기 위해서."

그의 이름은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로서, 올해 만 71세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한 시국미사에서 소위 '연평도 포격'을 언급한 강론으로 보수진영의 대대적인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25일에는 군산 수송동 성당에 몰려온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화형식까지 당했다. 그는 이미 이보다 더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80년 광주항쟁의 참상을 알리다 그해 6월 25일 전북 익산시 여산성당 사제관에서 쇠파이프와 칼을 든 괴한들에게 찔리고 부러졌다. 그날 이후 그는 다리가 불편하다.

<오마이뉴스>는 26일 그 아픈 기억이 있는 익산에서 박 신부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내려가는 내내 언론에서는 그에 관한 뉴스가 들려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검찰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익산에 도착할 즈음에는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떴다.

박 신부에게 '검찰에서 출두 요청이 오면 갈 것인가'라고 묻자 바로 "가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가서, 정정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종북몰이에 대한 잘못을 충분히 이야기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의해 고발당한 그의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다. 그는 "(시국미사 강론은)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면서 "우리 현대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 공안몰이나 빨갱이 논리나 종북 논리가 우리 시대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가를 이야기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과 홍보수석과 여당 수석부대표에 대한 대답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에 대해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며 "우리 현대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 공안몰이나 빨갱이 논리나 종북 논리가 우리 시대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가를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에 대해 "북한을 찬양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며 "우리 현대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 공안몰이나 빨갱이 논리나 종북 논리가 우리 시대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가를 이야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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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론 이후 보수진영으로부터 무수한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중 대표적인 세가지를 추려 그에게 물었다. 뭐라고 답할 것이냐고.

우선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25일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며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박 신부의 대답이다.

"분열은 누가 일으켰나 그것이 문제입니다. 누가, 누가 그 원인을 제공했는가가 문제인데, 원인 제공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누가 믿겠어요. 웃죠. 웃어요. 그런 주장에 의해서 사람을 친다면 당해야죠. 그러나 사람들은 절대 용서 안할 겁니다."

다음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23일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는 이 홍보수석 발언에 대한 박 신부의 답변이다.

"천안함 사건 때 청와대 벙커 회합을 했던 사람 중에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국방부 장관 하나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실제 당시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장관회의 참석자 18명 중 병역을 필한 사람은 단 3명 뿐이었다. 한 명 뿐이었다는 박 신부의 발언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맥락은 같다 - 기자 주). 군대 안 갔다온 그들은 국적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은 애국가를 할 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제복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행위를 벌인 것은 비겁한 짓이다, 제대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제복을 벗고 말해야 한다"라는 윤 부대표의 비난에 대해 박 신부는 "완전히 뭘 모르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사제라면 세상을 비판하고 사람들을 이끌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렇다고 대통령이나 도지사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으로 올바로 가게 하려는 것인데, 그 사람 말은 우리보고 사제복 벗고 정치하라는 말 아닙니까. 말 자체가 틀렸어요."

"이번 선거는 완전 무효... 박근혜 대통령은 꼭 사퇴해야 한다"

▲ 박창신 신부 "검찰 수사? 두렵지 않다... '종북몰이' 끝내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박창신 신부가 "출두 요청이 오면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상은 인터뷰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 심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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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신부는 18대 대선에 대해 ▲ 국가기관이 종북몰이를 통해 상대후보를 비방했고 ▲ 개표 부정이 있었으며 ▲ 실천해야 할 공약을 실천하지 않은 점은 표도둑질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꼭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 사회의 좌와 우의 공존, 그리고 그 사이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종북몰이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약점을 잡으면 그 선거는 완전 무효다, 이번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정권 말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25일) 있었던 보수단체의 시위를 언급하면서 "정권 말기에 꼭 그런 짓을 한다, 꼭 벌어진다"면서 "이게 참 안좋다… 이게 치유가 되고 조용해져야 그래도 여러 가지로 좋은데…, 지금 조짐이 안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핵심 문제로 "서민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세상의 죄는 잘못된 권력이지만, 잘못된 돈이 서민들을 공격하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저녁 서울로 올라가는 익산역 대합실에서는 아직도 TV 뉴스 화면에 그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매카시 열풍을 깬 조셉 웰치처럼 종북몰이 열풍을 끌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명의 종북몰이 희생자가 될 것인가.

40년 사제의 길을 걸었던 그는 '예수의 길'에 대해서 말했다.

"예수님은 현실을 비판했기 때문에, 가진자들이 쳐서 십자가에 죽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현실을 비판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시대의 징표를 이야기 하지 않으면, 이것은 예수님 교회가 아니에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에요. 이것이 공자님과 예수님이 다른 점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그분처럼 살아야죠."


태그:#박창신, #정의구현사제단, #종북,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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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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