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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은 22일 밤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었다. 사진은 미사를 마친 후 사제들과 신도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는 장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은 22일 밤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었다. 사진은 미사를 마친 후 사제들과 신도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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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전주교구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시국 미사와 관련하여 말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라는 구호가 나오기까지의 과정보다는, 강론 중에 나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발언이 그 중심에 서버렸다. 이런 와중에 불교계와 개신교도 지난 대선의 '국가기관 불법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는 소식에 '종교의 정치참여'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늘 그렇듯 이번 사건에서도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문제들을 문제 삼아 본질을 비껴가려는 시도들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으로 국론이 분열된 데에 대해 관련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고, 대선 당시 그런 사건들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은 박근혜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간 이런 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뿐 아니라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을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데 열중했다.

이번 사건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박근혜 대통령 사퇴'라는 초강수 구호가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사제들이 왜 그런 결단까지 내렸는지에 대한 반성 없이, 본질이 아닌 문제를 꼬투리 삼아 종북좌파놀음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어지는 불교계와 개신교의 시국선언이 예고된 가운데, 이젠 종교인의 정치참여가 종교의 본질을 벗어난 것인 듯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추세다. 현 정권을 지지하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우상화하는 정치적인 종교행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자신들을 비판하는 종교행사에 대해서는 팔 걷고 나서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 사후의 문제뿐 아니라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말하기에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인 모든 문제에 대해서 답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런 사회구조의 문제들이 인간의 삶을 억압하거나 비인간화하거나 사회적인 약자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종교지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인 문제라서가 아니라, 인간 삶 전반의 문제가 정치적인 것과 관련이 있기에 그런 소신들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예수는 정치범으로 죽었다. 그것은 예수가 정치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당시 지배세력들이 그를 정치적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당시 사회적인 약자들의 편에 선다는 것과 종교권력(당시에는 정교일치적인 측면이 강했다)을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구조를 뒤흔드는 일이었으므로, 예수의 복음선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이냐 아니냐'는 무의미... '누구의 편이냐'가 중요

이것은 정교분리의 사회에서도 같다. 정교분리란, 종교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교권력=국가권력'의 도식을 분리한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가 정치권력에 야합하거나 그 위에 군림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약자의 권리와 그릇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제반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일은 종교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권력에 편승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중립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근현대사에서 종교는 권력에 편승해 자기들의 이익을 최대한 창출해냈다. 개신교는 그런 와중에 대형보수교회가 등장했고, 불행하게도 대형보수교회들은 교인들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우리의 분단상황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의 구미에 맞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기복신앙적인 요소들을 가미하여 신앙의 본질보다는 외형을 키워나가는 데에만 치중했던 것이다.

정치권력도 이러한 종교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들의 관심은 '교인 숫자'였던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종교계를 방문하여 표를 구걸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상화되었다.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한국의 종교는 개신교뿐 아니라 대부분에서 친여(권력 지향적인)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생긴 '조찬기도회'가 그 대표적인 실례다.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도 그가 장로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수개신교 단체와 그가 출석하던 소망교회 등에서는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 지지를 던졌다. 종교가 달라도 예외 없이 권력에 대한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으니 해바라기 종교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행위야말로 종교적인 양심을 저버린 편향적인 정치행위였으나, 그들 중 누구도 그것을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반면에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종교단체나 1970년대 유신독재에 반대했던 종교단체,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했던 이들,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사업에 대해 반대했던 종교단체 등은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고 비난받았고, 심지어는 종북좌빨 딱지가 붙여지기까지 한 것이다. 이런 연장 선상에 이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도 서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루는 것이 종교이므로, 정치적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무의미하다. 모두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데, 누구의 편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종교는 끊임없이 약자의 편이고, 정의의 편이고, 진리의 편이다.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선포해야 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행동으로 인식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 신앙적인 양심에 따른 종교적인 행위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 구호가 외쳐지게 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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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이나 정부 여당에서도 공통으로 공격하고 있는 내용은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폭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다. 박창신 신부는 22일 시국미사에서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면서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 하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라며 "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옹호한 것'이 아니라 '옹호한 듯한'이라는 말이다. 아마 '옹호했다'면, '옹호한 듯한'이란 표현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그 사건의 파문을 제법 키웠으므로 '옹호한' 쪽으로 몰고 가려고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엽적인 문제를 본질처럼 둔갑시켜서 사제들이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았던 것을 희석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본질은 '국기기관의 전방위적인 불법선거개입'에 대한 진상규명이며, 지난 대선 당시 그런 상황들을 적절하게 선거에 이용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지금까지 촛불집회와 각종 선언서를 통해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현 정권과 정부 여당은 어떤 대답을 주었는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으며, 진실을 규명하려는 이들을 종북좌빨로 몰고, 심지어는 국가전복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국민분열을 야기했던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 거반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사이 정부 여당과 현 정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게다가 국정운영의 미숙함을 넘어선 부패정치인들의 막무가내 등용과 대선공약의 파기 등 일련의 사태들이 국민을 무시하는 통치행위로 비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더는 박근혜 정부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사건에 정부 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 사퇴'라는 구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잘 새겨들어야 한다.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런 구호가 외쳐진 것이 아니었다. 그런 요구에 대한 침묵과 더불어 뭔가를 은폐하려는 듯한 모습에서 구호의 강도가 더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동안에 대부분 언론은 그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언론조작이 아니면 가능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사퇴'라는 극단적인 구호가 등장하자 화들짝 놀라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시위현장에서의 구호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권의 나팔수가 된 종교에나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말해라

이렇게 강도가 높은 구호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정부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서로 소통하고, 국민의 소리가 수렴된다고 여겨졌다면 이런 구호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구호가 나왔다면, 이렇게 호들갑 떨지 않았어도 국민이 알아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연평도 사건'에 대한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대통령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그럴 만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난 대선 이후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그냥 '밀고 나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본다. 그러나 조금 더디더라도 국민과 소통하면서 가는 것이 정답이다. 이렇게 강경일변도로 나가면 부러진다. 그러면 자신들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국민도 불행해지고, 이 나라가 불행하다.

아직은 국민의 인내심이 남아 있고, 아직은 실타래가 풀지 못할 만큼 꼬여 있지 않다. 우려는 하지만,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면 그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대선공약에 대한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이런저런 점들을 다 따지지 못해서 공약실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면 누가 그것으로 '사퇴'의 소리를 높이겠는가? 그냥 일방통행을 하니 이런 사달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종교에 혹은 종교인에게 혹은 종교지도자(사제)나 종교단체에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고 훈계하지 마라. 종교의 본질이라는 것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요구는 종교에 종교의 본연의 역할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부정과 불의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도 권력자들의 빌붙어 아무 말 못할 뿐 아니라, 정권의 나팔수가 된 종교에 혹은 종교인, 종교지도자, 종교단체에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종교는 인간 삶 전반에 관여되지 않은 곳이 없다. 인간 삶만이 아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의도하지 않아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시절 종교계에도 4대강사업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었으며 찬반양론이 갈렸다. 주로 대형보수교회는 4대강 사업에 찬성했다. 당시 종교계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집회는 정치적이라고 핍박을 받았다. 그러나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 정치적이었다. 문제는,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4대강 사업 때문에 4대강이 초토화되었음에도 그 당시 찬성했던 이들은 회개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종교에 정치적인 중립성 운운하는 것, 그것은 종교의 입을 닫아버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종교는 진실을 말할 때, 비로소 종교의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 진실의 소리는 어두운 시대일수록 정치적인 것으로 호도될 수밖에 없다. 예수가 정치범으로 십자가에 죽었던 것처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들풀교회' 담임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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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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