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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복서와 소년>은 요양원 독방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노인 ‘붉은 사자’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소년 ‘셔틀’이 티격태격하는 과정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희망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연극 <복서와 소년>은 요양원 독방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노인 ‘붉은 사자’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소년 ‘셔틀’이 티격태격하는 과정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희망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 극단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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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외톨이는 입을 닫았고, 다른 한 명의 외톨이는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 두 명의 외톨이가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맞장구를 쳐주며 함께 웃는 사이 그들은 친구가 됐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싸이코 할배와 삐딱한 소년, 그 둘이 말이다.

연극 <복서와 소년>은 지난해 초연한 극단 학전의 <더 복서(The Boxer)>를 수정 및 보완한 무대로, 요양원 독방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무뚝뚝한 노인 '붉은 사자'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소년 '셔틀'이 티격태격하는 과정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희망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붉은 사자'와 '셔틀'은 묘하게 닮아있다.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난 노인과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시작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입과 귀를 닫고 외로운 삶을 자처한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만은 놓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쩌면 이토록 닮아있기에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빨리 알아보고 적절한 시기에 상대를 향해 손을 내밀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임에도 해피엔딩은 반갑고, 그 과정은 흥미롭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임에도 해피엔딩은 반갑고, 그 과정은 흥미롭다.
ⓒ 극단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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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셔틀'은 짱에게 맞서며 그로부터 벗어나고, '붉은 사자'는 제 발로 들어간 요양원에서 탈출한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결말임에도 해피엔딩은 역시 반갑고, 그 과정은 흥미롭다. 이는 싸우다 보면 질 때도 있지만 싸워보지도 않은 자는 이미 진거라는 가슴 훈훈한 명대사 때문이기도 하고, 극중 암전 마다 '셔틀'이 보내지 못한 문자 메시지 영상과 음악을 활용한 발상의 전환이 엿보인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닫는 건 쉬워도 열기는 가장 어려운 마음의 문에 빗장을 걸어둔 세상의 모든 외톨이들에게 연극 <복서와 소년>을 권한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자발적으로 외톨이의 길을 선택한 이들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연극 복서와 소년, #극단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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