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듀티율 역을 맡은 배우 김동완.

▲ 김동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듀티율 역을 맡은 배우 김동완. ⓒ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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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평범한 '소심남'이 벽을 뚫고 다니는 초능력을 얻는다는 설정은 <엑스맨> 시리즈에나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소설의 원작자 마르셀 에메와 각색가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는 듀티율이라는 초능력자를 SF적인 슈퍼히어로로 상정하기보다는 사랑 앞에서 한없이 소심한 남자로 보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자신의 능력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을지언정,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소심한 초능력자 이야기로 감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벽을 뚫는 남자>는 나쁜 남편의 가부장적 터울에 갇혀 있는 새장 속의 새 이사벨을 향한 주인공 듀티율의 사모곡으로 요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사벨의 남편은 아름다운 아내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고 폐쇄적인 남자다. 이런 숨 막히는 남편으로부터 이사벨이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몽마르뜨에서 장을 보는 오후 시간 뿐, 그 외에는 남편의 질투와 강압, 심지어는 물리적인 폭력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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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을 뚫는 남자>에서 김동완과 고창석이 연기하는 장면.

<벽을 뚫는 남자>에서 김동완과 고창석이 연기하는 장면. ⓒ 박정환


물리적인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듀티율은 이사벨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히어로다. 자신은 남편의 폭압에 갇혀 있을망정, 매일 신문을 통해 대서특필되는 듀티율은 결혼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는 이사벨 자신의 정신적인 감금을 심리적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듀티율은 이사벨을 사랑함에도 그녀에게 다가설 수 없다. 그녀가 이미 결혼한 유부녀이기도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이다. 신화 김동완이 연기하는 듀티율은 싱크로율 200%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게 용기 있게 다가서는 듀티율이기보다는, 사랑하면서도 선뜻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속 타는 짝사랑의 마음을 김동완은 처연하고 애달픈 눈빛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이사벨이 시장 바닥에 떨어뜨린 물건을 건네줄 때 김동완은 이사벨을 마주하지 못한다. 이사벨이 사모하는 히어로임에도 오히려 사시나무 떨듯 파르르 떨며 이사벨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김동완의 연기는 애절한 그의 눈빛과 맞물려 몸짓 언어로 표현되기에 충분했다. 의사의 지시대로 한쪽 발로 깡충깡충 뛰면서 손을 바르르 떨고 혀를 내미는 김동완의 연기는 '귀요미'가 따로 없었다.

 <헤드윅> 이후 두 번째 뮤지컬 무대에 서는 김동완은 '뮤지컬돌'의 바람직한 사례로 성장하고 있었다.

<헤드윅> 이후 두 번째 뮤지컬 무대에 서는 김동완은 '뮤지컬돌'의 바람직한 사례로 성장하고 있었다. ⓒ 박정환


김동완은 프레스콜 당시 긴장한 탓인지 다소 불안한 음색을 선보였다. 때문에 김동완의 듀티율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잘못된 판단일까 생각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본 공연에서는 프레스콜 당시의 불안한 음색 대신, 데뷔 15년을 맞이한 아이돌의 음색이 무언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헤드윅> 이후 두 번째 뮤지컬 무대에 서는 김동완은 '뮤지컬돌'의 바람직한 사례로 성장하고 있었다.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조연의 역할이 톡톡하다. 소녀시대 수영의 친언니 최수진이 연기하는 이사벨은 역대 이사벨 가운데 최고의 가창력을 선보인다. 야채장사 이정화와 화가 강연종 역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가창력을 선보인다. 김동완만 원 톱으로 승부하는 뮤지컬이 아니라 최수진과 이정화, 강연종 삼인방 모두 귀가 호강하는 가창력으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할 줄 안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에서 김동완과 모든 배우들이 선사하는 아카펠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찾을 수 없는 프랑스 뮤지컬만의 감미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김동완 신화 벽을 뚫는 남자 소녀시대 아가씨와 건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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