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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의 인권보도준칙 미준수율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종편이 뉴스를 보도하면서 다른 신문·방송에 비해 빈번히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아래 인권위)는 22일 오전 10시 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보고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인권보도준칙은 지난 2011년 인권위가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제정한 준칙으로, 언론이 보도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인권적 관점과 원칙을 제시한다. 민주주의 인권, 인격권, 장애인 인권, 성평등, 이주민·외국인 인권, 노인 인권, 아동 인권, 성소수자 인권 등의 분야로 이뤄졌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 취지와 관련해 "우리나라 언론이 지닌 인권 인식수준을 드러내는 기회인 동시에, 인권보도준칙이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 보완·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논의해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주요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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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연구용역을 맡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올해 상·하반기(6월, 9월) 두 차례 모니터한 결과를 보면, 종편이 6월 3일부터 30일까지 보도한 전체 기사 3265건 중 121건이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전체기사대비 3.7%로 신문·방송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보도전문채널 3.4%(584건 중 20건), 지상파 방송 3.0%(2293건 중 69건), 신문 1.1%(2만4871건 중 284건)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인 9월 2일부터 29일까지의 신문·방송 보도 중에서도 종편의 인권보도준칙 미준수율은 전체기사대비 3.4%(3060건 중 644건)로 가장 높았다. 이 기간에는 지상파 방송이 3.3%(2367건 중 77건)로 두 번째로 높았고, 그 다음은 보도전문채널 1.7%(644건 중 11건), 신문 1.3%(2만1664건 중 292건) 순이었다.

신문·방송, 사생활 폭로·무죄추정 원칙 무시 등 '개인 인격권 침해' 가장 많아

인권침해 사례가 유형을 살펴보면, 개인의 사생활을 낱낱이 폭로하거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면서 '개인 인격권 보도' 준칙을 어긴 보도가 전반적으로 가장 많았다. 이날 결과 보고회에서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보도와 SBS의 '연예병사 마사지 업소 출입' 보도가 개인 인격권을 침해한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두 번째는 '여검사', '**녀'처럼 성역할과 관련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여성을 상품화해 '성평등 보호 준칙'을 미준수한 보도였다. '사회지도층', '통치권자' 같은 권위적인 표현으로 국민을 하대해 '민주주의 인권 보호 준칙'을 어긴 보도가 세 번째로 많았다.

신문매체는 '민주주의 인권' → '성평등 보호' → '개인 인격권 보호' 순으로 준칙을 어긴 사례가 많은 반면, 방송매체는 '개인인격권 보호' → '성평등 보호' → '아동인권 보호' 순서로 준칙 미준수 건수가 많았다. 종편은 방송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 인권 보호' 준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모니터 대상 매체는 한국기자협회에 소속된 10개의 중앙일간지(<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3개 지상파 방송(KBS, MBC, SBS), 4개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전문채널(뉴스Y)이다. 분석 기사 수는 6월 3만1013건, 9월 2만7735건이다. 이 가운데 인권 침해 사례는 6월 494건(전체 1.6%), 9월 483건(전체 1.7%)이다.

언론들이 인권보도준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신문·방송사에 근무하는 기자 50명을 대상으로 9월 27일~10월 18일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4.9%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준칙을 참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보도준칙 내용을 잘 모른다"와 "기사작성에 타성에 붙었다"(32.7%), "튀고자 하는 기자 욕심 때문"(22.4%)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태그:#종편, #인권위, #인권보도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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