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2013'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맡은 영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FLY 2013' 행사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맡은 영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부산영상위원회


[오마이스타 ■태국 현지 취재/이선필 기자] 영화인을 꿈꾸는 아시아인들의 두 번째 날개 짓이 시작됐다.

지난 11월 10일부터 아시안 청춘들이 태국 후아힌으로 모였다. 바로 한국 부산영상위원회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타이 필름 오피스가 함께 주관하고, 성암베넥스 재단이 후원하는 FLY(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 이하 FLY 2013)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영화인을 위한 국제 교육 프로젝트인 FLY 2013은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가르침을 나누는 행사다. 지난해 필리핀 다바오에서 치른 첫 프로젝트 당시는 이준익, 이무영 감독 등 한국 영화인들이 아시아 청년들에게 노하우를 전한 바 있다.

<혜화, 동> 상영회..."다른 문화권의 이야기임에도 공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러 한국 영화인이 태국을 찾았다. 이중 한국에서 저예산 독립영화 감독으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민용근 감독(<혜화, 동>)은 참가자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뉴 플래시 토크' 분야로 재능을 보탰다.

21일 오전 태국 후아힌 마켓 빌리지의 한 극장에서 <혜화, 동>의 상영회가 열렸다. 유다인·유연석 주연으로 한국에서는 2011년에 개봉해 입소문이 났던 이 작품은 감독 특유의 감성으로 유기견 방치 문제와 입양 문제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FLY 2013 행사 현장. 21일 오전에는 태국 후아힌의 한 극장에서 민용근 감독의 영화 <혜화, 동> 상영회가 있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FLY 2013 행사 현장. 21일 오전에는 태국 후아힌의 한 극장에서 민용근 감독의 영화 <혜화, 동> 상영회가 있었다. ⓒ 부산영상위원회


상영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주로 영화의 소재와 촬영 기법에 대해 물었다. 주인공의 직업 설정이라든지, 동물과 아이의 연기 지도 방법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민용근 감독은 "예전에 다큐멘터리로 유기견을 돌보는 여자 이야기를 찍은 적이 있었다"며 "추운 겨울 철거촌에서 상처 입은 유기견을 치료하는 여자였는데 한 유기견을 끝내 구하지 못해 울고 있더라. 그 여자 안에 개 때문이 아닌 또 다른 내면의 상처가 있어보였다"고 시나리오를 썼던 계기를 밝혔다.

민 감독에 따르면 <혜화, 동>은 곧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본 각국의 청년들 중에서는 영화가 자신들과 문화권이 다른 한국의 이야기임에도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었다.

태국 출신 영화인으로 이번 행사에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샘은 "한국적 정서라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감정적 공감까지 돼서 놀랐다"며 "굉장한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봤을 때 비로소 감독의 의도를 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이야기가 매력적"이라는 말로 감상을 표현했다.

"한국영화 첫 경험...다른 작품도 찾아 보겠다" 

민용근 감독은 영화 작업에 있어서 적절한 상징과 이야기 구성의 흐름의 중요함 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했다. 특히 내용상 중요한 출연진(?)이기도 한 유기견 촬영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는 심정으로 (좋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민용근 감독은 "영화에 개가 스무 마리 넘게 나와서 어떤 분이 '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했다"며 "훈련된 한 마리 빼고 나머지 동물 연기 지도는 사실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연기에 대해서도 "아이의 고유 성격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캐릭터에 어울리는 성격의 아이를 섭외하는 게 가장 좋다"는 세심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혜화, 동>은 한국에서도 저예산·독립영화로 구분된다. 큰 상업 영화처럼 대중성을 갖췄다고 보긴 힘들지만 또 보편적인 사회 문제를 깊은 감성으로 승화시켜 제법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산 작품이다.

행사 참가자 대다수가 한국영화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특히 라오스 출신의 아나다는 취재진에게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로 분류된다지만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이해하기에도 쉬운 내용이었고, 보니까 행복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아나다는 "<혜화, 동>으로 한국영화를 처음 접했는데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다른 작품을 찾아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FLY 2013'은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총 28명의 아시아 청년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자신의 멘토와 함께 수료식 전날인 23일 졸업 작품을 발표한다. 각 그룹 멘토로는 한국의 배창호 감독과 태국의 아디티아 감독이 선정됐다.

FLY 부산영상위원회 민용근 혜화, 동 태국 후아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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