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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9일 검찰로 들어가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굴욕 정상회담대화록은 대통령기록관에 없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사초 실종이고 폐기입니다. 하지만 NLL 포기는 있었습니다."

정문헌 주장 그대로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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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날 방송3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했을까?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기자는 다음과 같이 운을 뗐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을 '굴욕적'이라고 표현하며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없는 것은 명백한 사초 실종이고 폐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는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MBC는 이날 뉴스 후반부에 1분 20초 동안 정 의원 관련 소식을 전했다. 정 의원이 직접 "김정일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조건으로 NLL 포기를 수차례 요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이에 여러 번 화답하십니다"라고 설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정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라고 볼 수 있다.

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 주장 되풀이하는 새누리 정문원 의원 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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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11월 19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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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의 발표 직후에 <뉴스데스크>는 "정 의원이 이전에도 민주당의 고발조치를 받았으나 검찰에 의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설했다. 이어 "민주당이 다시 대화록 유출 건으로 고발했으며, 같은 당 서상기 의원도 같은 건으로 조사받을 것"이라 전했다.

이날 KBS <뉴스9>은 이 소식을 두 문장의 단신으로 처리했다. MBC와 마찬가지로 정문헌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없었다. SBS <8시뉴스>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정문헌 의원 주장, 과연 맞나

'NLL 포기' 논란은 작년 대선때 불거졌다. 이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됐다. NLL 포기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련기사 :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과 '완성본'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15일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경향><한겨레><YTN><한국일보><서울신문> 등 여러 언론은 "'NLL 포기발언' 없던 것으로 드러나" 또는 "'NLL 포기발언' 김정일이 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 발표 직후 뉴스데스크도 " 전체 대화록이나 당시 녹음파일이 공개돼야 알 수 있을 전망"이라 보도했다.
▲ 11월 15일자 MBC 뉴스데스크 검찰 수사 발표 직후 뉴스데스크도 " 전체 대화록이나 당시 녹음파일이 공개돼야 알 수 있을 전망"이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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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날, MBC <뉴스데스크>는 이렇게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은 '공개할 수 없는 발언이 더 있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결국 남은 5개월 동안 NLL을 '치유'한다는 것이 포기발언인지 여부는 전체 대화록이나 당시 녹음파일이 공개돼야 알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 다음날(16일), MBC는 검찰이 기소한 '핵심 관계자'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 비서관의 반박 기자회견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MBC <뉴스데스크>, 조명균 기자회견 아예 보도 안 해) MBC <뉴스데스크>만  본 시청자라면 정 의원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 의원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TBC <NEWS9>은 "정문헌 의원이 지난 6월에 했던 진술과 요즘 얘기가 달라 말바꾸기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정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에게 "(NLL 포기론에 대해) 구두보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정 의원은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언론에 나온게 맞냐고 해서 맞다고만 했다"고 말을 바꿨다.

우리 언론이 작년 10월을 되돌아 보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 이 사람의 말, 굳이 그대로 보도해야 할까요? 우리 언론이 작년 10월을 되돌아 보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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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단지 관련자의 말을 받아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MBC 외에도 여러 언론이 정문헌 의원의 검찰조사 소식과 함께 그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작년 10월 정 의원의 입에서 나온 'NLL 포기론'은 지금까지 정국을 흔들고 있다. 당시 언론이 사실에 기초해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면 사회적 논란은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태그:#방송3사, #정문헌,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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