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포스터

▲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12년에 개봉하여 북미 지역에서 4억 불의 수익을 올리고, 북미 외 지역에선 2억 8천만 불의 흥행 수익을 얻은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와 피타(조쉬 허처슨 분)가 둘 중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헝거게임의 규칙에 저항하며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으로 막을 내리려던 찰나에, 헝거게임의 게임메이커가 무릎을 꿇으면서 끝맺는다.

4부작으로 계획된 <헝거게임>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독재 권력을 위협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은 캣니스의 고뇌에서 출발한다. 우승자 투어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은 세 개의 손가락을 모으는 손짓을 보이면서 그녀가 보여준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독재 권력은 시민들의 저항에 맞서 통금령을 내리고 폭력으로 제압하려 한다. 캣니스는 자신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더 다칠까 봐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한다.

그녀를 권력의 걸림돌로 여긴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도날드 서덜랜드 분)는 새로운 게임메이커인 플루트라크(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와 25년마다 헝거게임이 스페셜로 개최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역대 헝거게임의 우승자 중에서 24명을 선발하는 헝거게임을 계획한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주)누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TV쇼가 강조되었던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 취해 적자생존의 경쟁 구도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를 풍자했다면,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캣니스와 스노우의 갈등이 도드라지면서 정치적인 색깔을 한층 드러낸다. 가깝게는 우리나라가 만든 <설국열차>, 멀리는 할리우드에서 나온 <엘리시움> 같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헝거게임:캣칭 파이어>는 지구촌 곳곳에서 자본과 독재 권력 앞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저항의 기운을 명민하게 영화로 감지한다.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 유사한 소재를 다루었던 1980년대 액션 영화 <런닝맨> 정도의 정치성을 지녔다면,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상시킬 만큼 그 색채가 짙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V(휴고 위빙 분)의 경고는 독재 권력을 향하여 활시위를 당기는 캣니스의 행동과 겹쳐진다.

죽은 소녀를 애도하며 권력을 향해 세 개의 손가락을 모으는 손짓을 보여주는 캣니스의 행동은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이것은 <브이 포 벤데타>에서 두려움에 떨던 에비(나탈리 포트만 분)가 발레리의 편지를 읽으면서 새롭게 태어난 장면과 같다. 발레리는 에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고 약하지만, 이 세상에서 갖고 있을 가치가 있는 유일한 부분. 절대 잃어버리거나, 팔거나, 줘서는 안 돼요. 절대 그들이 빼앗아 가게 두면 안 돼요." 라고 말한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주)누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캣니스가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잃지 않았던 것은 인간다움이다. 12개 구역의 시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던 헝거게임은 동생을 대신하여 지원했던 캣니스가 규칙에 저항하며 죽음까지 불사하는 통에 견고했던 판엠의 독재권력에 균열이 가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민들을 캣니스가 보여준 '희생'과 '존엄'을 보며 권력 앞에서 애써 외면하던 '자유'라는 마음속 불꽃을 되살린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에서 캣니스는 혁명의 상징이 되어버린 자신을 제거할 음모가 도사린, 적과 동지를 가늠할 수 없는 헝거게임의 전장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난다. 배신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캣니스에게 동료는 진짜 적이 누군지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뿌린 희생과 존엄의 씨앗은 뿌리를 내려 이제 다른 이들의 저항이 되었다. 헝거게임은 독재자가 피를 취하던 (피의)'헝거'게임에서, 시민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자유의)'헝거'게임으로 변한다.

캣니스는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시간대별로 공격하는 헝게게임의 전장을 파괴하고 경기장 바깥으로 통하는 하늘을 연다. 그녀가 경기장 하늘을 향해 날린 화살은 12개 구역을 지배하는 판엠의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겠다는 혁명 발발의 신호탄과도 같다. 사람들에게 싸울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그녀는 이제 동료들과 더불어 혁명의 상징인 모킹제이로 분연히 일어선다.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헝거게임:캣칭 파이어> 영화 스틸 ⓒ (주)누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에 비해 한결 성숙한 <헝거게임:캣칭 파이어>의 힘은 단연 제니퍼 로렌스에게 기인한다. <윈터스 본>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에 이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그녀는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소설의 영웅을 그럴싸한 영화의 영웅으로 멋들어지게 탈바꿈시킨다. 도날드 서덜랜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우디 해럴슨, 엘리자베스 뱅크스 등의 존재감도 좋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팝콘 무비에 오락과 정치를 적절히 배합하는데 성공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콘스탄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는 전설이다> <워터 포 엘리펀트> 등을 통해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에 능수능란함을 보여준 그는 <헝거게임:캣칭 파이어>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 남은 2편의 연출도 그가 맡았기에 어쩌면 원작 소설과는 다른 뉘앙스의 결말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겠다는 생각도 든다.

<헝거게임:캐칭 파이어> 영화 스틸

▲ <헝거게임:캐칭 파이어> 영화 스틸 ⓒ (주)누리픽쳐스,롯데엔터테인먼트


요즘 할리우드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큰 흐름은 예전부터 이어진 소설의 영화화와 근래 활발해진 슈퍼히어로로 대표되는 만화의 영화화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이 대성공을 거두고 퇴장했다면, 현재 가장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시리즈는 단연 <헝거게임>이다.

<트와일라잇>과 <헝거게임>의 대성공은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녔다. 21세기형 문법으로 포장된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 위차한 여성으로 하여금 보호받고 싶어하는 여성의 욕망을 드러낸다. 반면에 <헝거게임>은 흡사 의적 '로빈 후드'를 떠올리는 캣니스를 통해 강한 여성상을 표방한다. 초인적인 존재를 통하여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헝거게임> 시리즈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여성의 내면으로 접근하고자 시도한다.

울타리 바깥으로 나온 캣니스는 혁명의 중심에 섰다. 스노우를 향해 그녀가 겨눈 혁명의 활시위는 <헝거게임:모킹 제이-파트 1>과 <헝거게임:모킹 제이-파트 2>로 이어진다. <헝거게임:캐칭 파이어>는 <그래비티> <오블리비언> <컨저링> 등과 더불어 올해 할리우드가 만든 괜찮은 상업 영화의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하다. <헝거게임> 시리즈가 놀랍도록 바보스러워지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아닌, 똑똑하게 진화하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닮아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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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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