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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를 내주시는 부모님께 차마 용돈까지 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내가 일하는 빵집은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이다. 터미널이 가까이 있어 손님이 아침부터 북적북적하다. 대부분 오전 9시까지 늦잠을 자던 나로서는 오전 7시 이른 시간에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게을렀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만큼.

나는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산 업무는 하지 못하고 구워져 나온 빵을 진열하는 일을 한다. 갓 구워져 나온 빵을 비닐장갑만 낀채 진열하는 일은 정말로 고통스럽다. 손이 빨갛게 변하지만 갓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빨리 진열해서 손님들에게 팔아야하기 때문에 참고 일해야 한다. 하지만 내게 빵을 진열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사장님의 잔소리였다.

"여기 빨리 빨리 와서 일 해야지."
"어휴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속이 터져 못살겠다."
"이리 내놔."

손님이 많은 가게의 특성상 손이 느린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장님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잔소리를 듣는 순간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스트레스때문에 두통에 시달려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기도 하였다. 사장님의 잔소리가 억울하게 느껴졌을 때도 있었지만 내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사장님에게 있어서는 말대꾸가 될 뿐이었고, 결국 고용된 사람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기 일주일 전, 한 달을 채우고 일을 그만두겠다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받은 아르바이트비로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샀을 때는 그동안 내가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을 가족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비록 한 달 동안의 아르바이트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고작 아르바이트 한 달 하는 것도 이토록 힘든데, 우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시는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실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죄송함을 배우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깨달음이다.


태그:#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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