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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순 흙집학교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특강 '어떤 집에서 살아야 행복할까?'에서 집과 행복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흙집짓기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고제순 흙집학교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특강 '어떤 집에서 살아야 행복할까?'에서 집과 행복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흙집짓기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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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푸근해지는, 감동적인 강의였습니다. 개인적으론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져 가고 있어서…. 망해가는 민주주의도 다시 살리고, 개인적인 삶도 가꿔가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라가 썩어빠지면 안 되잖아요. 민주주의가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강의가 끝난 뒤 나온 청중의 첫 질문이었습니다. 예, 그랬습니다. 이런 시국에 한갓지게도 '집'을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장구한 과정이지요. 하지만 하루하루는 또 건강하게 살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서 10만인클럽은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만민공동회'(http://bit.ly/1aY3xqm)라는 새로운 민주주의와 공론의 장을 펼치려고 하는데요. 한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삶의 고민들을 해소해나가려고 합니다. 이른바, 투 트랙!

지난 13일(수) 서울시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10만인클럽의 11월 특강. 이날 흙집학교 '흙처럼 아쉬람'의 교장 고제순 선생은 집과 행복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흙집짓기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강연했습니다.

그는 건축 전공자가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유학파 출신의 철학박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노동에 피폐해진 자신을 향해 '나는 행복한가'를 자문하게 되었고, 그 뒤 자립의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신이 만성피로증후군, 기관지 천식,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던 차였습니다.

결국 고 선생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귀농해 농사, 집짓기, 의학공부를 하며 생명의 홀로서기를 준비했다는데요. 그러던 중 생명의 살림집, 흙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

"어싱(ear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흙과 접촉하기만 해도 치유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론입니다. 한번 해보세요. 하루 30분이라도 신발을 벗고 흙을 밟으며 걷는 것입니다.  흙집에 사는 것만으로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을 치유할 능력이 생깁니다. 제가 바로 그 산증인이지요."
 "어싱(ear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흙과 접촉하기만 해도 치유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론입니다. 한번 해보세요. 하루 30분이라도 신발을 벗고 흙을 밟으며 걷는 것입니다. 흙집에 사는 것만으로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을 치유할 능력이 생깁니다. 제가 바로 그 산증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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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나를 아프게도 하고 나를 살게도 합니다."

고 선생은 집의 근본 개념부터 다시 짚었습니다. 집은 건축물인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생명의 보금자리라는 '상식'을 되살려 냅니다.

"우주(宇宙)의 한자는 모두 집이란 뜻입니다. 우주의 작은 행성 중 하나인 지구도 집이구요. 그 집에 거하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 안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내 몸을 집 삼아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생명체인 세포는 또 어떤가요. 고성능 현미경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세포보다 더 작은 생물들이 세포를 집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집이 아닌 곳이 없는 셈이지요."

생명의 서열을 나누는 생물학적 생명관과 달리 생태학적 생명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관계'를 다룹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각각 고유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집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생명체라는 게 고 선생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모든 걸 제치고, 심지어 아이를 낳는 것도 늦추고 내 집 마련에 '올인'하지만 그렇게 장만한 집은 콘크리트 아파트. 콘크리트는 생명 활동을 저지하거나 죽게 하는 물질임이 자명합니다. 그 유효기간 역시 제한적입니다. 아파트의 수명은 30년. 하지만 흙은 어떤가요. 흙에 뿌리를 둔 씨앗이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싹을 틔우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는데요. 흙은 생명을 살리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한 독일 학자가 흙 1kg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생명체들이 있었습니다. 방사선균 7000억, 일반균류 4000억, 원세포 동물 및 단세포 동물 500억, 박테리아 2억5천 마리. 인류 최악의 발명품은 '신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흙과의 단절은 병을 불러옵니다. 흙에서는 무한한 음전하가 나오지요. 음전하는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의 의학자들이 임상실험을 통해 환자의 몸속에 양전하와 음전하의 분포상황을 검사했는데요. 질병을 가진 환자는 양전하가 음전하보다 많았고, 음전하가 부족했다는 게 공통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어싱(earthing)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흙과 접촉하기만 해도 치유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론입니다. 한번 해보세요. 하루 30분이라도 신발을 벗고 흙을 밟으며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닥도 흙, 벽채도 흙, 천장도 흙인 흙집은 그 치유 효과가 어떻겠습니까? 흙집에 사는 것만으로 건강이 증진되고, 질병을 치유할 능력이 생깁니다. 제가 바로 그 산증인이지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 집 맨땅에서 시작한 저도 해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내 집 맨땅에서 시작한 저도 해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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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짓기의 실질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흙처럼 아쉬람' 홈페이지(www.mudashram.com)에서 자세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날 강연을 들은 회원들의 고민은 결국 '선택'의 문제로 모아졌습니다. 아이들 교육, 땅, 직장 등 현실적인 장벽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인생은 'BCD'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삶은 결국 매번의 선택이 쌓인 누적물이지요.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 반대를 선택할 것인가는 자신의 문제입니다. 나는 흙,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어요. 그러나 개인의 선택만으론 행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집 쓰레기들로 언젠가 세계적인 재앙을 경험하게 되리라 봅니다. 건축 폐기물들은 지구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인류의 집이 흔들거리고 있어요."

이날 강연장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모색하는 가족 단위의 참석자들도 있었고 경기도 광주, 평택 등 먼 거리에서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서울 벗어나기, 결국 의지로만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평범한 서민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인데요. 이런 서민들도 '그림 같은 내 집'을 향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진 청중에게 고 선생은 이렇게 답합니다.

"맨땅에서 시작한 저도 해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다음 연말 특강은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문화학자이자,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의 저자 엄기호 선생을 모시고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곧 공지 드립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태그:#10만인클럽 특강, #10만인클럽, #고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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