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브레싱>에서 원일 역의 배우 서인국이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노브레싱>에서 원일 역의 배우 서인국이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노브레싱>은 서인국의 영화다. 수영을 잘했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관뒀다가, 정우상(이종석 분)을 비롯한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다시 도전을 시작하는 조원일은 이야기 자체의 기복뿐만 아니라 감정의 기복도 상당했다. <사랑비> <응답하라 1997> <아들 녀석들> <주군의 태양> 등 드라마 경험은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던 서인국은 그런 조원일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해냈다. 2012년 3월부터 불과 1년 7개월 만이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서인국을 만났다. "스크린을 꽉 채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봤느냐"고 운을 떼자 그는 "<사랑비> 첫 회 시사를 우리끼리 극장에서 했는데 그때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그때는 비주얼 쇼크가 엄청났는데 이번엔 그나마 적응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침없는 '먹방'과 다이어트 사이..."감독님 미웠다"

10대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노브레싱>의 주요 소재는 '수영'이다. 서인국은 수영 천재 조원일을 연기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수영 실력을 다졌다. 몸매 관리도 함께였다. 서인국은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단순히 '힘들었어요'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진짜 수영 선수 같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 휴대전화 첫 화면에 박태환 선수의 사진을 걸어놓고 등과 어깨 운동을 위주로 했다고.

"또 캐릭터 자체가 감정의 폭이 넓었어요. 서인국은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인데, 조원일은 기분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극과 극이었거든요. 힘들더라고요. 물론, 시나리오를 보고 이 부분에 흥미를 느낀 거기도 했지만요. 사실 제가 실수한 게 하나 있어요. 감독님한테 수영 신을 최대한 뒤로 미뤄달라고 했거든요. 몸을 좀 더 만들려고요. 그런데 잘못 생각했더라고요. 초반엔 굉장히 말랐는데, 중간에 먹고 또 먹는 장면이 들어가니까 몸이 불더라고요."


정작 서인국은 '수영 선수의 몸'을 완성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지만, 극 중 조원일은 참 많이도 먹는다. 치킨과 피자에는 사족을 못 쓰고, 삼겹살은 조각으로 자르지도 않고 줄 단위로 집어먹는다. "평소에도 먹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라고 털어놓은 서인국은 "살을 빼고 있는데, 중간에 감독님이 '먹방'을 시키면 그렇게 밉더라. '맛있게 먹어달라'고까지 하는데 얄미웠다"고 당시의 감정을 표현했다.

팔꿈치 가격해 응급실 보내기도...신인 배우의 성장기

극 중 원일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재석(박철민 분)의 연기는 100% 애드리브였다. 이종석· 권유리·신민철·김재영 등 또래 배우들이 즐비한 촬영장에서 박철민은 대선배였다. 유독 박철민과 찰떡같은 호흡을 선보인 서인국은 "박철민 선배님에게 배운 게 되게 많다. 깨알 같은 애드리브를 받아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면서 "(박철민의) 기본적인 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정확하게 살리는 애드리브는 정말 최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즐겁게 촬영했다지만,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식당에서 분을 이기지 못해 수영부 선배를 때리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원일의 감정에 집중한 서인국은 이를 조절하지 못해 극으로 치달았다. 상대 배우를 때리며 숨도 쉬지 않았다고. 결국 서인국의 팔꿈치가 상대 배우의 얼굴을 때렸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서인국은 "그날 마침 울산에 계시던 부모님이 서울 집에서 날 기다리고 계셨는데, 전화로 '오늘 못 간다'고 말씀드리고는 한참을 울었다"면서 "그 친구에게 정말 속상하고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조원일을 만나고, 서인국은 한층 밝아졌다. 무엇보다 10대 시절의 열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의 자신을 떠올린 서인국은 "가수를 치열하게 꿈꿨던 시절"이라면서 "그 꿈을 바탕으로 20대 때 발로 뛰었고,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꿈을 좇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힌 서인국은 "나를 한심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고, 번듯한 직업의 사회인이 된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수 VS. 배우, 서인국이 생각하는 자신의 위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슈퍼스타K1> 우승 이후 가수로 먼저 데뷔했는데, 연기자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인정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지난 4월에 발표한 '웃다 울다'로 순위 프로그램에서 2위를 했다. 조용필·싸이 선배님 사이에서 선전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서인국은 "관심 분야의 시각적 차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사람이 같이 하니까 내 부분이 적어도 효과가 커지는 거죠. 하지만 무대는 저 혼자만의 것이잖아요. 시각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가수와 배우 중 무엇이 더 좋으냐고요? 제게 두 직업은 두 팔과 같은 소중한 존재예요. 지금의 삶에 만족해요. 일단 꿈을 이뤘고, 두 번째로는 직업이 생겼으니까요. 3살 어린 동생에게 용돈을 받아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용돈 주는 오빠가 되었어요. 완전 많이 주죠.(웃음)"


일을 워낙 좋아한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다른 일로 잊혀지게 했다는 서인국은 조금씩 휴식의 의미도 깨닫고 있다. 틈틈이 낚시를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서인국은 오는 12월 28일, 29일 양일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콘서트 <서프라인국!>의 준비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고쳐맬 예정이다. "긴장되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힌 서인국은 "콘서트 전후로 앨범이 나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인국의 콘서트에서는 여자 가수를 따라 하는 무대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에도 바쁠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97> 이후 많은 대본이 들어왔는데요. <노브레싱>이 끝나고도 대본을 주시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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