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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인, 정부관료, 언론계, 학계까지 폭넓게 관리했다." (김용철 변호사, <삼성을 생각한다> 중에서)

삼성그룹의 법무팀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금품과 골프접대, 재취업 등을 통해서 각계의 고위인사들을 관리했다. 그런 가운데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으로 의심받는 인사들의 아들들이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2세의 삼성 입사'가 삼성의 새로운 관리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 장남, 올 초 삼성전자 핵심 부서 입사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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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장남은 올 초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김 후보자의 장남인 김아무개(27)씨는 지난 3월 공채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현재 '한국총괄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총괄부서'는 영업마케팅직군으로 입사한 150명 가운데 3명만 배치될 정도로 삼성전자의 핵심부서다.

그런데 김씨는 지난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신체검사 과정에서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아 불합격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컴퓨터 교육분야 협력요원 지원자 52명 가운데 47등의 성적을 기록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씨가 보통 1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율을 보여온 삼성전자 채용 관문을 통과한 것을 두고 '특혜 채용'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부친인 김 후보자가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이라는 점이 그의 입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최근 "김진태 후보자가 삼성의 관리대상이었다"고 주장했고, 신경민 민주당 의원도 13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삼성그룹이 지난 2001년과 2002년 각각 대검 범죄정보담당관과 중앙수사부 수사2과장으로 근무하던 김 후보자에게 떡값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김 후보자는 대검 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이건희 회장을 직접 조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았던 이 회장은 당시 법정에서 "다른 그룹과 비교할 때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김(진태) 검사님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해 화제가 됐다. 이후 삼성그룹은 그를 '관리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은 물론이고 단돈 10원도 받은 적이 없다"라며 "삼성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관리했는지 알고 싶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더 나아가 "근거가 있다면 감찰을 받겠다"는 약속까지 내놓았다.

또다른 관리대상 조준웅 전 특검 아들,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

조준웅 전 특별검사가 지난 2008년 4월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기자실에서 최종수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조준웅 전 특별검사가 지난 2008년 4월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기자실에서 최종수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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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의 아들도 지난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했다. 조준웅 전 특검의 아들인 조아무개(39)씨는 지난 1998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이어 지난 2008년 말 중국 칭화대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1년여 뒤인 지난 2010년 1월 중국 삼성전자 인사노무팀 매니저(과장)로 입사했다. 이곳에서 2년 4개월간 근무한 뒤 지난해 4월 삼성전자 본사로 자리를 옮겨 인재개발센터 과장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입사한 뒤 '사원 4년, 대리 4년' 등 8년을 거친 뒤에야 과장으로 진급한다는 점에서 조준웅 전 특검 아들의 '과장 입사'는 특혜 채용이라는 의심을 샀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조씨의 삼성전자 입사가 조준웅 전 특검이 지난 2009년 8월 재상고를 포기한 지 5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조준웅 특검은 삼성생명 차명 지분을 모두 이건희 몫으로 인정해줬는데 이는 이건희에게 횡재나 다름없었다"라며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차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한 이유다"라고 적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조준웅) 특검의 최대의 성과는 이건희 일가가 훔친 돈, 즉 장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훔친 자가 갖도록 한 것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조준웅 전 특검조차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경민 의원은 이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조준웅 전 특검을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으로 지목했다.

신 의원은 "이들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삼성의 관리대상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며 "삼성은 이들에게 매년 3회, 설날과 여름휴가, 추석에 각각 5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007년 삼성그룹이 관리한 인사 50여 명의 명단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건넨 바 있다. 여기에는 정치인과 관료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검사들이 가장 많았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지방법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과다지출 의혹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지방법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과다지출 의혹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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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장남도 현재 삼성전자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황 후보자의 장남인 황아무개(30)씨는 지난 2011년 2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황 후보자는 대전지법원장이었다. 황씨는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인 지난 2010년 6월부터 7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의 유급인턴으로 일했다. 


태그:#삼성그룹, #김진태, #조준웅, #황찬현,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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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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