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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부터 6박 7일 동안의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낙동강 투어에 이어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금강을지키는사람들과 함께 11월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 참가자들은 14일 전북 군산을 출발해 금강을 따라 익산-서천-논산-부여-공주-세종-대전까지 자전거를 타면서 강의 실태를 여과 없이 생중계한다. 또한 농민·전문가·정치인·종교인 등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다. [편집자말]


우리나라에는 토목공학 전문가들이 많이 있지만, 4대강 사업을 공식적으로 비판한 토목공학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학계에서는 허재영 대전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수리수문 분야에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연구원, <4대강 X파일>의 저자 최석범 기술사가 전부인 실정이다.

충남의 젖줄인 금강의 올바른 개발과 서해안 생태계 보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된 4대강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가 기간 지적해온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그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허재영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정부, 기간 내 4대강 사업 끝내는 데만 관심 있었다"

지난 2011년, 4대강 민주당 특위와 공주보를 방문했던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 2011년, 4대강 민주당 특위와 공주보를 방문했던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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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초기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정상적인 하천관리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은 것 뿐이다. 2006년 당시 건설부에서 작성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하천관리는 선적 관리가 아니라 면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고, '친환경적 수자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돼 있다.

4대강 사업은 이 원칙들을 허물어버린 사업이다. 22조 원 이상의 막대한 사업비를 유역관리(면적 관리)에 투자했다면, 유역을 살리고 하천을 살리는 친환경적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사업이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한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다."

- 4대강(금강) 사업 반대 입장을 내오면서 가장 마음 아팠을 때는 언제였나.
"2009년도에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4대강 사업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심지어 '세종보는 규모가 작고, 세종시 건설계획에 포함된 시설이므로 우선 설치를 한 다음, 몇 년간의 모니터링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파악한 뒤 다른 보(공주보·백제보)의 설치 여부를 결정하자'고 대전국토관리청에 제안했다. 하지만, '3년 내에 금강 사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모니터링할 여유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답변을 듣고 정부가) 하천을 살리는 데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사업을 진척시켜서 기간 내 완료하는 데만 집중한다고 생각했다. 하천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게 지난해 10월 백제보 상·하류에서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 사고였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천이 변하면 우리 삶도 변한다"

허재영 교수
 허재영 교수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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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금강) 정비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나.
"하천은 단순히 물만 흐르는 수로가 아니다. 과거 하천은 물을 소통시키는 공간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하천에는 생명이 살고 토사의 운반도 이뤄진다. 또 그 물을 이용해 먹고 살던 하천 변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도 흐른다.

4대강 사업은 이런 모든 것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대규모 준설로 생태계는 마구 훼손됐다. 문화재 전문가에 따르면 공주·부여의 하천 변 문화재에 대한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또한 3개의 보 때문에 수서생물의 이동도 차단됐다. 일각에서 대규모 준설을 했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 그런 평가를 대입할 만한 홍수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또 보 때문에 피해가 즐가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아직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깨끗하게 정돈된 하천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을 표면적으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하천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는 치수, 이수 그리고 하천환경이다. 이것은 하천공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준설이 치수에 도움되는 건 사실이지만, 치수에 필요한 것보다 과도하게 준설을 해버렸다. 또, 하류 쪽에는 하굿둑 수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준설이 반드시 홍수피해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할 수도 없다.

하천 생태계의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는 어류도 바뀌고 있다. 금강 고유의 생태계가 변했다. 하천의 환경이 변하면, 우리의 삶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변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곰나루 주변의 아름답던 둔치도 사라졌다. 보 주변의 수질은 나빠지고, 조류도 발생하게 됐다.

보의 안정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만약에 얻은 것이 없다는 답이 나온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소용돌이 속에서 4대강 사업이 진행됐지만, 우리가 4대강 사업의 심판자가 돼야 할 것이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훼손된 강, 되돌리는 게 합당하다"

지난 8월 공산성 붕괴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허재영 교수(오른쪽).
 지난 8월 공산성 붕괴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허재영 교수(오른쪽).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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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강'이란 어떤 강을 뜻하나.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하천처럼 물이 가득 차서 유유히 흘러가는 하천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의 하천은 우리의 하천과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비가 여름 우기에 집중적으로 내리고, 경사가 급해 하천 유량의 변화가 크다. 하지만 유럽은 하천의 경사가 느리고, 비도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서 하천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결국, 하천은 그 나라의 기후와 지형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하천을 유럽의 대하천과 같이 만들려고 하는 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다.

여름 우기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고, 이 때문에 홍수가 발생해 때로는 범람도 하고, 비가 오지 않는 갈수기에는 하천의 백사장이 드러나는 일이 반복되는 게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이다. 그런 하천이 건강한 하천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하천을 정비하는 일을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하천 정비의 결과로 하천의 본질이 변한다면 언젠가는 자연으로부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천을 제방으로 가두고 바닥을 깊게 파 치수를 하는 것보다,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내주는 일이 필요하다. 당장은 인간들의 생활에 손해를 끼칠 것처럼 생각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또 하천의 생태계도 중요하다. 정리하면, 하천의 계절적 변화가 유지되고 생태계가 보전되는 하천이 건강하다."

- 하지만, 이미 4대강은 파괴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훼손된 것은 되돌리는 게 합당하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한 조사와 분석 없이 짧은 기간 내 사업을 마치려 했다는 점에 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니터링을 충분히 한 다음,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복원 과정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복원도 4대강 사업처럼 서두르면 4대강 사업과 동일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복원계획은 정부,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세워야 한다. 소위 유역관리위원회와 같은 거버넌스 조직을 만들고 그곳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하천은 어느 한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며, 하천의 영향 범위는 유역 전체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엄청나게 비싼 과외비를 지불했는데 아무런 깨우침을 얻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는가? 금강은 찬란하게 빛나던 백제문화의 근거다. 백제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금강을 함께 가꿀 수 있게 되길 바란다.

'4대강 사업으로 우리 지역에 돈이 굴러들어오니까 좋은 것 아니냐'며 사업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금강 관리를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하천과 함께 우리의 삶도 건강하고 풍요로워지길 기원한다."


태그:#허재영 교수, #4대강(금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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