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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이야기 다시 읽기(사이다)'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 최근 게재된 '사는이야기' 가운데 한 편을 골라 독자들에게 다시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한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인 사는이야기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사는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글의 조건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짧게 끊어 써라, 그러면 읽힌다.

짧은 문장이 좋다. 예를 들어보자.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회사에 지각했다. 그러나 상사에게 혼나지는 않았다.

좋은 문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 줄일 수 있다.

늦게 일어났다. 회사에 지각했다. 상사에게 혼나지는 않았다.

이렇게 접속사를 빼도 된다. 다음 문장도 보자.

부정적인 것만 말하고 보는 사람들은 결국 실패를 하게 되고 만다.
→ 부정적인 것만 말하고 보는 사람은 결국 실패한다.

문장은 줄이고 줄일수록 뜻을 더 빠르고 분명하게 전달한다. 문제는 이 원칙을 알면서도 부지불식간에 글을 늘여쓴다는 것. 쓴 문장을 자꾸 줄이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사이다 10회'에서 다룰 글은 짧은 문장의 미덕을 잘 보여준 심명남 기자의 <"하롱베이에 온 기분이야"... 뭘 했길래>이다.

다음은 기사의 서두.

지난 8일 낚시를 떠났다. 물때가 13물이다. '조금'이 낼 모레니 물살이 약해지는 시기다. 쉽게 말해 물때가 좋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곧 오전 6시인데 날이 컴컴하다. 새벽 아내가 챙겨준 밥과 된장 그리고 찬거리를 챙겨 들고 소호항으로 갔다. 벌써 일행들이 나와 있다. 바다 날씨는 바람 한 점이 없다. 물살을 가르는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 바다가 장판이다. 날 하나는 끝내주게 잡았다. 일단 하늘이 점지해주니 50점은 먹고 들어감 셈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처럼 글도 빠르게 읽힌다. 그야말로 속도감이 있다. 기사의 마지막 단락은 이렇다.

마치 베트남 하롱베이에 온 기분이란다. 가을날 오후 잔잔한 물살과 따뜻한 햇살이 참 포근하다. 천고어비의 계절에 기름기가 꽉 찬 회 맛. 이 맛이 가을이다.

이 맛이 글맛이다. 군더더기 없이 알맹이만 꽉 찬 맛. 거기다 '천고마비'를 낚시에 맞게 '천고어비'로 바꾸는 감각까지. 좋다.

이런 짧은 글 쓰기, 방법은 이렇다.

- 긴 글은 끊어 쳐라.
다만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롭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적당히 섞어 쓰자.

- 군더더기 없애고, 수식어 절제하고.
과감하게 빼라. '너무 문장이 짧아'라고 걱정하지 말고 일단 쳐내자. 그러고 나서 너무 뼈만 앙상하면 그때 살을 붙이자.

- 똑같은 단어와 구절 반복 금지.
같은 말이 나오면 지루하다. 빼든가 다른 말로 바꾸자.

방법이라고 말은 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쓸 때가 중요하다. 삼성의 투수 오승환에게 따라다니는 '돌직구'란 말처럼 글을 쓸 때는 변화구를 던질 생각을 하지 말고 돌직구로 정면승부를 하자. 가장 핵심만 우선 써놓고 보는 것이다. 변화구는 그 다음에 던져도 된다.

[뱀발] 이 글을 쓴 심명남 시민기자는 2008년 기사쓰기 기초강좌를 듣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리고 있다. 꾸준한 사람을 이길 자 없다더니 심 기자가 그런 사람이다.

심 기자처럼 오마이뉴스를 글쓰기 벗으로 삼아 꾸준히 글을 올려보자. '이게 정녕 내가 쓴 글이란 말인가!'하고 감탄할 날이 오리라. 덤으로 두둑한 원고료까지.


태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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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이 정도면 마약, 한국은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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