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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jTBC의 <유자식 상팔자>, SBS의 <자기야-백년손님>, MBC의 <아빠 어디가> 등이 가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다. 이 작품들 모두 호평 받고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같은 작품들이 새롭게 시작했다. 확실히 최근에는 가족 예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졌다. 어째서일까?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은 예로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반영해오곤 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부분 중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때로는 아직 수면 위로 오르지 않은 최신 흐름을 직접 끌어올려 대중에게 보여주고는 한다. 그리고 현재 사회에 부재한 어떤 것을 채우는 반대급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대중을 만족하게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부재한 어떤 것을 채우는 것은 방송프로그램이 가진 아주 큰 역할 중의 하나이다. 결혼하는 것이 힘든 시기가 오자, 가상 결혼인 <우리 결혼했어요>가 인기를 끌고, 도시 생활에 염증이 생기자 <패밀리가 떴다>처럼 시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창 도시가 발달하고 나니, <전원일기>와 같은 작품이 사랑받고, '핵가족'이 유행하자, <목욕탕집 남자들>과 같이 대가족을 그린 작품이 환영받았다. 이 프로그램들의 성공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는 것은 그 이유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이지만, 분명한 건 이 프로그램들이 그 당시 사회의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려 했고, 그 부분이 사랑을 받는 데 꽤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유행하고 있는 '가족 예능' 또한 일종의 결핍에서 그 사랑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핍은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내의 '소통의 부재'임이 명확하다.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빠 어디가>의 경우, 어머니와 아이들의 여행이었다면 이렇게 큰 인기를 끌진 못했을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다른 연예인들과 여행하는 방식이었다 해도 이렇게 큰 화제를 몰고 오진 못 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겐 너무나 가깝고도 멀 수밖에 없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출연자 중의 한 명인 '성동일'이 아들 '준'과 서서히 교류하고 교감해 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다. 윤후는 이 여행에서 어렸을 때, 자신과 잘 놀아 주지 않는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 해서 그런 줄 알고 아빠를 싫어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리고 윤민수는 이 말에 사과했다. 이후에 윤후는 자기의 보물 1호로 아빠를 선택하기도 했다. 아이와 어른, 아빠와 자식이라는 가깝지만, 소통의 결핍을 겪기 쉬운 이들의 교감은 대중에게는 일종의 힐링과도 같은 작용을 했을 것이다. 왜냐면 대중들 또한 이러한 결핍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만담을 다루고 있는 jTBC의 <유자식 상팔자>도 마찬가지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와 극심한 소통의 결핍을 겪고 있다. 바로 그 지점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된다. 생각보다 듬직하고 속 깊은 아이들의 모습에, 그리고 드러내지 않았던 부모들의 아픔과 사랑에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며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재미를 넘어선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자기야-백년손님>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자기야>는 부부 관계에 대한 뒷담화가 주가 되었던 방송이었다. 그러나 <백년손님>은 장모와 사위의 모습을 그리는 방식으로 방송 포맷이 변경되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관계다. 그 관계를 대중에게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이 어색하고 뭔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소통의 결핍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대중들은 이것을 보면서 큰 재미와 더불어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물론 공감도 함께.

결국, 정리하면 최근의 이 가족 예능의 돌풍은 단순히 가족을 다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 안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결핍을 방송을 통해서 해결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들이 사랑받는 것은 우리의 결핍을 정확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현재 가족 안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가족예능, #관찰예능, #아빠 어디가, #유자식 상팔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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