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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만 해도 프랑스 중저가 상점에서 가격이 저렴한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찾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중저가 상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상당한 고가 상점에서도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괜찮다 싶은 물건을 들고 원산지를 찾아보면 상당수가 '메이드 인 차이나'인 현실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제품의 원산지만을 보면 내가 혹시 중국에 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보는 불편한 시선

원산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싼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가격보다는 질을 찾는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일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중국산 안락의자를 사용했다가 등에 심한 두드러기가 발생했다거나, 중국산 티셔츠를 입었다가 몸에 알러지가 생겼다는 보도가 그 예들이다.

더욱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범람은 결국 프랑스 산업의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풀리지 않는 프랑스인들에게 이런 현상이 곱게 보일 리는 없다.

그러나 인건비가 낮은 국가에 대량 생산을 주문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며, 그것도 아니면 아예 기업을 제3국으로 이전하면서까지 최대의 이윤을 얻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100%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파는 사이트.
 100%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파는 사이트.
ⓒ www.100pour100-madeinf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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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랑스인들이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선호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올 1월 24일 여론조사기관 'lfop'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2/3가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 구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이드 인 프랑스'를 위해 지갑을 더 열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95%의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적극적인 시민행동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하는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만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로 Madine-France.com/ produitsfrance.com/100pour100-madeinfrance.fr/France-avenue.fr/hexaconso.fr 등이 있다.

물론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라벨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100% 메이드 인 프랑스인 것은 아니다. 프랑스 법률상,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라벨을 붙이기 위해서는 제품 원가의 45%이상 비용을 프랑스에서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건비가 싼 중국에 티셔츠를 생산 주문해서 받은 티셔츠의 경우 프랑스에서 수제로 수를 놓아 그 비용이 원가의 45%에 해당하면 메이드 인 프랑스 라벨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티셔츠 천은 중국산이고 생산작업도 중국에서 이루어진 제품이 단순히 수 하나가 들어갔다고 해서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라벨로 시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5월부터 'Origine France Garantie (프랑스 원자재 개런티)'라는 새로운 라벨이 생겨났다. 이 라벨은 해당상품이 거의 100% 프랑스 제품이라는 것을 보증해준다. 이 라벨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중소기업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350여개 기업의 855개 제품에 '프랑스 원자재 개런티' 라벨이 붙어 생산되고 있고, 1800여개의 업체가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지엥의 100% 국산품으로 살아가기 실험

그렇다면 글로벌 세계에서 국산품만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 한 파리지엥이 이 도전에 나섰다. 벵자멩 캬를(Benjamin Carle, 25세)이 올 6월부터 100% 프랑스제품으로만 사는 희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커피 한 잔과 버터에 잼 바른 빵으로 시작되던 그의 하루는 프랑스산 커피가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 치즈로 대체되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음식도 프랑스 캬마르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쌀이나 프랑스산 야채, 과일 등 국산으로만 먹고 프랑스산 코카콜라를 마신다. 대신 와인은 프랑스산이 워낙 풍부하므로 아무 문제 없이 즐기고 있다. 벵자멩은 집에 있던 외국산 냉장고와 세탁기는 치워버렸다. 의복과 신발, 가방, 모자도 다 100% 프랑스산이다.

그는 특히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보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벵자멩은 또한 의식주에만 그치지 않고 문화생활에도 국산을 고집하고 있는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국 리버풀팀의 축구경기도 보지 않고, 평소 자주 듣던 다비드 보이 음악도 끊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지금까지 들을 수 없는 게 가장 커다란 고통 중의 하나라고. 

프랑스 남부의 한 조그만 마을 가게에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 라벨을 붙여놓은 앞치마.
 프랑스 남부의 한 조그만 마을 가게에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 라벨을 붙여놓은 앞치마.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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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인 벵자멩은 1800유로의 월급으로(프랑스의 중급수준 월급, 약 270만원) 파리에서 국산으로만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도전을 시작했으며, 9개월동안 이 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의 이 색다른 경험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내년 봄 카날 플뤼스TV에서 상영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는 어머니 뱃속에 있는 기간을 만으로 9개월(약 280일)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새로운 9개월의 경험을 하고 난 벵자멩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벵자멩의 경험은 극단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처럼 100% 국산만을 고집한다면 외국 작가의 작품도 읽지 못하고 외국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외국산 택시나 자전거도 탈 수 없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난관이 일상생활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극복할까 ?

지난 8월 Cepii (국제정보 미래예측 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사용할 경우 한 가정이 한 달에 드는 추가비용이 100-300유로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을 연간비용으로 환산하면 1270-3770 유로에 해당된다. 무시못할 금액이다. 2012년에 프랑스인의 50%가 한 달 월급으로 한 달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프랑스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점점 악화되는 현실에서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호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파리 17구 Espace Champeret (샹페레 공간)에서는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제 1회 메이드 인 프랑스 전시회가 개최됐다.


태그:#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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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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