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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가 모여 2014년 정부 예산(안)을 검토했습니다. 낭비성 예산으로 선정된 사업을 선별해 이를 시민에게 알리고, 직접 시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민의 손으로 '최악 10대 사업'을 뽑아 국회에 예산 삭감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국회의원 '쪽지예산'이나 봐주기 사업들도 감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4년 세입예산안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4년 세입예산안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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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는 시 <청포도>를 통해 '내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기라고 노래했다. 이 시를 빌려 표현하면 '대한민국 정부 예산은 11월에 무르익어' 간다.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고,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 나라살림이 11월에 결정된다. 결국 우리 경제의 절반은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부 예산안이 지난 9월 26일 확정돼 의회에 제출됐다. 박근혜 정부 첫 예산안이다. 총지출 357조7000억 원 규모다. 총수입은 370조700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추경 기준 2013년 예산안 349조 원에 비하면 2.5% 증가해 양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정부는 2014년 예산안에 대해 "어려운 세입 여건 하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기대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제활력·일자리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경 수준의 재정수지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총지출을 최대한 확대해 경기회복세를 뒷받침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재정 기조와 거의 변화 없는 예산 편성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는 많은 일과 공약, 시급한 민생 관련 정책을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예산이 없다는 '거짓말'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정부에 요청하면 돌아오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대다수 시민은 이런 주장에 그냥 수긍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시민에게 돈 쓰고 싶지 않은 게 정부의 속내로 보인다. 복지 등에 쓸 돈은 없다면서도 토건이나 대기업 지원 예산은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계속 집행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2014년 예산에서 토건에 쓰일 돈은 60조 원이 넘는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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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시민사회 진영은 국회 예결위 심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실제로 예산 삭감·증액 안을 관철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전체적인 재원 배분에 대한 고려 없이 예산 삭감·증액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산시민참여운동'을 통해 운동의 초보적인 단계를 뛰어넘으려 한다. 국회의원의 '쪽지예산'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봐주기 등을 철저히 감시하는 등 예결산 심의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26일 예산안이 발표되던 날, 2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는 '2014예산안공동대응모임'을 결성하고 2014년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우리는 복지 등 주요 공약을 파기한 예산이자, 민생·복지·교육·일자리 요구를 외면한 '국민불행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보편적복지 확대와 적극적인 민생 대책은 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게 뻔하다.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재정확보대책 역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약속한 공약을 축소·파기하면서, 다른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현재 고소득층과 재벌·대기업에 혜택이 편중된 조세제도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부자감세 철회, 적극적인 부자증세, 효율적인 세제 개편 등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복지국가시대에 맞는 재정지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토목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총 6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토목 예산을 잘 살펴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잉 국방 예산이나 불필요한 공안 예산, 그리고 고위 공직자와 공안기구들의 특수활동비, 특정경비 예산 등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로 예산 낭비 막아보자

그렇다면 이 일을 어떻게 실현할까?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 낭비 사례를 찾고,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낭비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민단체의 모임이 계속 이어졌다. 국회가 할 일을 시민단체들이 대신한 셈인데, 그 이유는 국회의원은 예산 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의원들은 지역구나 특정 이익집단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 득표에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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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도 지금 당장 우리 동네에 많은 돈을 쓰는 사업이 진행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결국, 그 돈은 우리 모두의 세금이다. 적재적소에 세금이 쓰이지 않으면, 나 혹은 내 자녀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만 예산 심사를 맡길 수 없다. 이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선 이유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산 감시를 위해 '2014 정부예산안 만민공동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에 낭비성 예산 사업을 소개하고 시민이 직접 최악의 사업 10개를 뽑게 할 예정이다.

또한, 11월 13일에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시민에게 직접 예산 낭비 사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현장에서도 시민들은 투표로 '예산 낭비 사업'을 선정할 수 있다.  

이렇게 뽑힌 '최악 10대 사업'을 국회 예결위에 제출해 국의원들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을 모두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 바란다.

이 땅에서 시민은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 해봤다. 이번에 나라 살림살이를 조목조목 따져보면서 주인 노릇 한 번 제대로 하면 좋겠다. 시작은 작을 수 있다. 겨우(?) 1조 원 정도를 삭감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 주인은, 주인 노릇을 하는 그 시점부터 힘을 얻는다.

2014년 만민공동회. 시민이 참여해 낭비 예산 삭감하고, 진짜 필요한 예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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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희대학교날살림연구소 객원교수입니다. 나라살리면구소 소장도 맡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려고 하는 분야는 정부예산 등 나라살림 관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