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독> 메인 홈페이지 사진

<슈퍼독> 메인 홈페이지 사진 ⓒ KBS


토요일 오후 5시. 3B가 완성됐다. 3B란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를 뜻하는 말로 찰나에 눈길을 끌어야 하는 광고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다. 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MBC에서 예쁘고 멋진 연예인의(Beauty) 가상결혼을 보여주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될 때, SBS에서는 스타와 그 주니어(Baby)들의 토크쇼가 펼쳐지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을 내보낸다. 지난 26일 애견(Beast)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 2TV <슈퍼독>이 같은 시간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개를 데리고 하는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새로웠지만 1회 방송은 '서바이벌 개 오디션', '리얼 개쇼' 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다른 동물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란 <슈퍼독>

 <슈퍼독>에 자신의 애견과 함께 출연한 KBS 류현순 부사장(오른쪽)과 KBS N 스포츠 최희 아나운서.

<슈퍼독>에 자신의 애견과 함께 출연한 KBS 류현순 부사장(오른쪽)과 KBS N 스포츠 최희 아나운서. ⓒ KBS


<슈퍼독>은 지난 8월 8일부터 9월 1일까지 오디션에 참가할 개를 모집했다. 수 천 마리의 개가 응시한 1차 UCC 오디션에서 수백 마리의 개를 뽑았다. 하지만 정말 수 천 마리 중에서 선정된 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별다른 장기가 없는 개가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스타성'을 말하며 장기자랑을 요구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점은 부족했다. '앉아'라고 하면 앉는 개나 노래 부르는 주인을 따라 짓는 장기 정도는 애견을 다룬 다른 프로그램에서 무수히 많이 나왔었다. <슈퍼독>은 개에게 개 이상의 것을 바란 듯했다.

유명한 스타 견주를 무작정 출연시킨 경우도 있었다. KBS 류현순 부사장과 최희 아나운서가 각자의 개를 데리고 출연했지만 개들이 다른 참가 개들과 비교해 별다른 장기가 없었다. 류 부사장과 최 아나운서가 UCC 예선 과정을 거쳤는지도 의문스러웠지만 개들 보다는 개 주인에게 초점을 맞춰 '서바이벌 개' 오디션을 하겠다는 애초의 기획취지도 흐릿해졌다.

'오디션'에 걸맞은 차별화된 볼거리 담아야

 지난 10월 26일 첫 방송된 <슈퍼독>에는 다양한 종의 개들이 출연했다.

지난 10월 26일 첫 방송된 <슈퍼독>에는 다양한 종의 개들이 출연했다. ⓒ KBS


시청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친 최종우승자의 눈물이 궁금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고, 매정하게 애인의 버린 남자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 거기서 얻는 즐거움 혹은 카타르시스가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다.

<슈퍼독>에서 최후의 '개'가 선정될 때 시청자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상금을 거머쥔 '개'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어정쩡하다. 돈은 어차피 견주에게 돌아갈 것이니까. 게다가 지난 1회 방송에서는 상금이나 혜택 등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모델로 활동할 애견을 뽑는다지만, Mnet <슈퍼스타K>처럼 '슈퍼독'이 대중적인 스타로 데뷔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상금이 오디션의 전부는 아니다. 귀여운 개의 모습과 주인과의 교감에서 오는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바이벌 개 오디션'을 표방했다면 여타 동물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 눈길을 끌만한 볼거리가 빈약했던 첫 회 방송만으로는 최고의 스타견을 뽑겠다는 기획의도가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애견인 천만시대. 어느 샌가 개는 인간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애견 호텔, 애견 전문 화장터까지 생겼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애견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 눈길이 갈만한 시도다. 하지만 개가 뒷전이 되거나,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되거나, 나아가 시청자에게 별 다른 재미도 줄 수 없다면 <슈퍼독>은 방송과 개의 불편한 만남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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