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동명(오른쪽)이 경기 종료 직후 충남 문지기 이창우를 찾아가 어깨를 감싸안으며 사과하는 장면

경북 김동명(오른쪽)이 경기 종료 직후 충남 문지기 이창우를 찾아가 어깨를 감싸안으며 사과하는 장면 ⓒ 심재철


축구도 그렇지만 핸드볼 경기가 시작하기 전 몸풀기 과정부터 문지기들은 각종 부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한 명이 먼저 동료들의 가벼운 던지기를 막아내면 나머지 한 명의 문지기는 돌아서서 고개를 잔뜩 숙인 채 골문 안에 떨어진 공을 하나하나 밖으로 빼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공에 맞는 것이 두려워 몸을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다.

남자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나눠 왔던 두 선수가 전국체전에서 각자의 소속팀으로 만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준결승전하고도 후반전 승부의 갈림길에서 두 선수는 묘하게 만나야 했다. 경북 대표로 나온 피벗 김동명이 결정적인 노마크 6미터 슛을 던졌을 때 충남 대표 문지기 이창우는 각도를 최대한 줄이려고 달려나오다가 얼굴에 공을 맞고 말았다.

잠시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불편한 공기가 체육관을 진동했지만 곧 두 선수는 평정심을 되찾고 나머지 경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종료 직후 김동명이 가장 먼저 달려가 이창우에게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형에게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충남체육회의 끈질긴 수비

김태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충남체육회가 23일 저녁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핸드볼 일반부 준결승 첫 경기에서 경북대표 국군체육부대를 22-17(전반 10-11)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라 경남대표 웰컴론코로사와 금메달을 겨루게 되었다.

충남체육회로서는 전반전 경기가 정말 안 풀렸다. '최환원, 김태완, 이은호' 삼각 편대의 개인 돌파나 패스 조직력이 살아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문지기 이창우의 빈틈도 여느 때보다 커 보였다. 센터백과 왼쪽 날개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국군체육부대의 날쌘돌이 김양욱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기도 했다.

 충남 최환원이 점프 패스를 왼쪽으로 시도하는 순간

충남 최환원이 점프 패스를 왼쪽으로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충남체육회 선수들이 아니었다. 1점차로 밀린 상태에서 시작한 후반전 8분 50초만에 김태완이 정면에서 터뜨린 골 덕분에 13-13 처음으로 동점을 이루었고 노련한 문지기 이창우의 슈퍼 세이브가 연거푸 나온 덕분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역시 뒤집기의 비결은 끈질긴 수비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후반전 14분 5초, 체격 조건이 훌륭한 경북의 피벗 김동명이 6미터 라인 바로 앞에서 노마크 슛을 던지다가 충남 문지기 이창우의 얼굴을 때렸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 순간을 계기로 충남의 조직력이 되살아났고 원하는 속공도 연거푸 만들어냈다. 반전의 갈림길이 바로 이 순간이었던 것이다.

 충남 문지기 이창우가 후반전 종료 5분을 남겨놓고 경북의 슛을 왼발로 기막히게 막아내는 순간!

충남 문지기 이창우가 후반전 종료 5분을 남겨놓고 경북의 슛을 왼발로 기막히게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이후 경북은 센터백 박용준과 피벗 김동명이 이어서 2분 퇴장의 징계를 받다보니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 기회를 충남 선수들이 그대로 둘 리 없었다. 이상욱, 이동선, 이은호의 연속골이 점수차를 크게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여자부, '인천vs경기' 더비 결승전 성사

남자 일반부 준결승전 첫 경기 전후에 나란히 벌어진 여자 일반부 준결승전 두 경기도 흥미진진한 대진표가 이루어졌다. 먼저 열린 인천시체육회-서울시청의 경인 더비는 예상 밖으로 전반전에 승부가 크게 갈라졌다.

안방 팀 인천시체육회가 전반전에 무려 20골이나 터뜨리며 7골에 그친 서울시청을 압도한 것이다. 김온아-김선화 자매가 무려 13골을 합작했고 간판 라이트백 류은희가 8골을 터뜨리며 서울시청의 임오경 감독에게 허탈감을 안겼다.

 인천시체육회 라이트백 류은희가 서울시청 권한나의 점프슛을 높게 떠올라 막아내는 순간

인천시체육회 라이트백 류은희가 서울시청 권한나의 점프슛을 높게 떠올라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저녁 시간에 이어진 여자 일반부 두 번째 경기도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경기대표 SK 슈가글라이더스를 이끌고 코트에 들어온 김운학 감독은 경기 초반에 내리 세 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가자 전반전 4분 10초만에 이례적으로 작전 시간을 요청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의 강한 승리 의지 덕분에 경기대표 SK 슈가글라이더스는 후반전에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전반전 종료 시점에 9-11로 두 골이나 모자랐지만 후반전에 15-10으로 시원한 뒤집기를 이룬 것이다.

노련한 피벗 플레이어 김정심이 혼자서 9골이나 넣었고 정소영도 7골을 터뜨려 역전승의 실질적인 발판이 되었다. 강원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힘을 냈던 강원대표 삼척시청은 전반전 8분이 지날 때까지 5-0으로 앞서가던 기세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결승전은 대회 폐막일(10월 24일)에 일제히 같은 곳에서 열린다. 여자부 금메달은 안방 팀 인천시체육회의 초반 기세를 경기대표 SK 슈가글라이더스가 얼마나 묶어두느냐에 달렸고, 남자부 금메달은 경남대표 웰컴론코로사의 듬직한 피벗 플레이어 박중규를 충남체육회 선수들이 얼마나 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경기대표 장소희(가운데)가 넘어지며 던진 공이 강원대표 문지기 박미라가 지키고 있는 골문을 때리는 순간

경기대표 장소희(가운데)가 넘어지며 던진 공이 강원대표 문지기 박미라가 지키고 있는 골문을 때리는 순간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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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94회 전국체육대회 핸드볼 일반부 결승전 일정(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장소 : 인천 계양체육관)

13:40 여자부 ★ 인천시체육회(인천) - SK 슈가글라이더스(경기)
15:00 남자부 ★ 충남체육회(충남) - 웰컴론코로사(경남)
핸드볼 류은희 정지해 전국체전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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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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