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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지난 1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 심상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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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노조와해문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하 노사전략)을 두고 삼성이 문건을 만들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건의 내용이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 문건과 삼성의 노조 대응을 분석해 2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존 친회사(어용) 노조가 있는 곳에서 노조의 세가 확산되면 PU(Paper Union, '서류상 노조')를 이용해 노조를 와해시킨다는 문건의 내용은 2011년 삼성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설립된 에버랜드노조를 통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에버랜드노조는 <노사전략> 문건에 언급된 서류상 노조로, 문건을 만들지 않았다는 삼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심상정 의원실의 설명이다.

앞서 심상정 의원이 지난 14일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하자, 파문이 일었다. 삼성은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면서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이 있으면 이를 바로 잡아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 하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20일 입장을 바꿔 "그날 보도된 해당 자료 전체를 받아 검토한 결과,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삼성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가 삼성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심상정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삼성 청문회에 대한 동의안을 제출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2일 삼성노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과 함께 문건에 나온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노조 설립 방해한 에버랜드노조, '서류상 노조'로 드러나"

<노사전략> 문건에는 '조기 와해 또는 고사화 추진' 소제목 아래 '노조가 있는 회사에 노조 설립 시 (생명 등 8개사) 기존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규노조와 단체교섭 거부', '기존 노조를 통해 신규 노조 해산 추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세 확산 단계' 대응과 관련해, '기존 노조와의 단협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신규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무조건 거부'라고 상세하게 설명돼있다. '단, PU(서류상 노조)가 있는 4개사는 공개 시 '알박기 노조'라는 비난 여론을 감안, 신규 노조의 조기 와해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결정'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심상정 의원은 문건에 나온 '서류상 노조' 4곳으로 에버랜드노동조합, 삼성화재노동조합, (주)에스원노동조합, 호텔신라노동조합을 꼽았다. 이들 노조는 전체 직원 숫자 대비 조합원 숫자가 극히 적고,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조합원 숫자가 줄고 있다. 노조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노조라는 것이다. 에버랜드노조는 직원 5787명 중에서 조합원은 4명에 불과하다. 또한 삼성화재노조, 에스원노조, 호텔신라노조 역시 조합원 숫자가 7명(전체직원 5781명), 5명(5181명), 2명(2127명)에 불과하다.

특히, 에버랜드노조가 서류상 노조라는 증거는 많다는 게 심상정 의원실의 설명이다. <노사전략> 문건에는 삼성노조 설립에 대한 삼성의 대응과 관련해, '시나리오에 따른 신속한 선제 대응 - 2011년 6월 20일 친회사 노조 설립 및 6월 29일 단체협약 체결' 내용이 담겼다. '후순위로 설립된 노조는 2년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을 악용해, 삼성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삼성노조는 같은 해 7월 18일 설립됐다.

이 시나리오는 삼성의 뜻대로 원만히 진행되지 못했다. 단협의 내용이 엉성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노조 회계감사였던 김영태씨의 부당정직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삼성의 전략을 꿰뚫고 있었다. 다음은 판결문 내용이다.

(삼성에버랜드와 에버랜드노조가 체결한) 단체 협약에는 고용안정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중략) 참가인 회사(에버랜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11년 7월 1일이 되기 직전에 소외 노동조합(에버랜드노조)과 근로조건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도 없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이 사건 노동조합(삼성노조)으로 하여금 2년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고….

'주동자는 위법사실 채증 후 해고·정직 등 격리' 방침도 그대로 실현

지난 2011년 7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백승진 사무국장(가운데)이 삼성노동조합 설립신고을 한 뒤 접수증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서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백승진 사무국장(가운데)이 삼성노동조합 설립신고을 한 뒤 접수증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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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에 나온 '주동자는 위법사실 채증 후 해고·정직 등 격리' 방안 역시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 해고를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주동자로 지목된 조장희 부위원장의 경우, 2011년 7월 11일 해고절차가 진행돼 같은 달 18일 해고됐다. 조장희 부위원장은 1·2심에서 해고의 근거가 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CCTV 보강', '문제인력 밀착관리 강화', '유인물 배포 등 노조활동 방해', '부당한 소송제기' 등의 방안 역시 삼성노조 설립 방해 작전을 통해 드러났다. 

심상정 의원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 본인들이 적시한 4개의 서류상 노조는 고용노동부 자료만 봐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면서 "특히 에버랜드노조는 문건에서도 친사노조로 밝히고 있고, 고용노동부의 자료와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확인되고 있어 분명한 서류상 노조임이 드러난 것"고 밝혔다.

그는 또한 "삼성 에버랜드 노조가 서류상 노조임이 밝혀진 만큼, 고용노동부는 삼성노조가 설립될 당시 노조설립을 방해했던 사실에 대해 엄정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아울러 다른 서류상 노조가 어디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에버랜드노조=서류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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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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