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첫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한 장면

지난 18일 첫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한 장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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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최고의 드라마 중의 하나는 누가 뭐래도 <응답하라 1997>이었다. 서인국, 정은지라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신인들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고, 그 외에 등장하는 조연들도 은지원, 호야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배우도 없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케이블이라는 약점을 딛고 최고시청률 6%(닐슨코리아, 케이블유가구 기준)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간단하다. 뛰어난 연출과 각본과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응칠' 신드롬을 만든 장본인들은 아마도 이러한 공식을 정확하게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의 후속작인 만큼 차기작의 흥행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제작진은 '스타'를 투입하고 '물량'을 키운다. 아주 일반적인 공식이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는 스타보다는 발굴 쪽을 택한 듯싶다.

<응답하라 1994>는 <반올림> 이후로는 이렇다 할 인상을 주지 못했던 고아라와 드라마에서는 아직 주연으로 나서지 않았던 정우, 최근에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유연석 등을 선택했다.

제작진은 <응답하라 1997>이 성공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이유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경기와 이야기를 엮거나 적절한 음악과 영상을 조화시키는 연출은 더욱 세밀해 졌다. 이를테면, 성나정(고아라 분)이 쓰레기(정우 분)를 물 때, 삼천포(김성균 분)가 치는 타자연습에서는 '첫키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런 교차연출은 <응답하라 1994>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정은지 분)의 남편은 서인국일 것이라는 추측이 좀 더 수월했던 반면, 이번에는 '남편을 추측하는 재미' 또한 더욱 극대화 시켰다. 더불어 캐릭터 한명 한명을 제대로 살리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2화만에 시청자들이 캐릭터와 캐릭터들의 관계에 빠지게 한 것은 확실히 대본의 힘이다.

1994년이라는 시기적 코드 안에서 그 시대를 겪은 이들이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환경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응답하라 1994>의 대본이 철저히 계산된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연출과 대본의 판 안에서 배우들이 활개를 친다. 고아라는 좀 과장되어 보이지만 대본과 연출의 힘으로 그것이 자연스러운 성격이 됐고, 현재 고아라와 가장 많이 맞상대하는 정우는 그런 고아라의 과장 된 연기를 안정되게 받아 주면서 둘 사이의 연기 합을 훌륭히 조율한다.

삼천포 역의 김성균은 나올 때마다 혼자서 장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해태 역으로 등장하는 손호준 역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큰 활약이 없는 유연석 또한 상당히 좋은 연기력을 이미 입증 받았기 때문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의 성공을 발전적으로 답습한다. 물량을 키우고 스타를 키우는 것이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와 재밌는 대본, 그리고 훌륭한 연출에 다시 한 번 중점을 두면서 세세한 부분들을 향상시켰다.

드라마는 재밌고, 공감되며, 때로는 가슴을 조인다. 단 2회 만에 말이다. <응답하라 1994>가 <응답하라 1997>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순간, <응답하라> 시리즈는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로서 하나의 클래식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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