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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특공대>본 것 같네."

15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MBC <뉴스데스크>를 보고 난 뒤, 엄마가 혼자 중얼거렸다. 생활정보와 단편적인 사회기사들만 줄줄이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나니 '식중독 조심하라는 얘기', '류현진이 잘했다는 얘기'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거였다.

"국정감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뉴스 본 걸로 좀 감이 오냐"고 묻자, "'싸운 거'하고 '버틴 거'만 보여줬지, 그것 말고 뭘 감사했는지는 하나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생은 혀를 차며 TV를 꺼버렸다.

국감 '핵심 놓쳤다'면서... 변죽만 울린 <뉴스데스크>

15일부로 2013년 국정감사가 이틀째에 접어들었다. 감사원,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국방부,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감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다.

10월 15일자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10월 15일자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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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SBS는 각 부처별 감사에서 있었던 중요한 논쟁들을 다루고, 그 이슈에 관련된 보도를 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SBS <8시 뉴스>는 국방부와 감사원, 식약처와 경찰청, 방통위 등의 감사 내용을 보도하는 데 각각 한 꼭지씩을 편성해 총 다섯 꼭지를 보도했다. 감사 도중 벌어진 여야의 의견 격차를 보여주거나, 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현실 문제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10월 15일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10월 15일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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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9>는 기업인들의 국감 출석과 '갑의 횡포'를 한 꼭지로 다루고, 경찰청과 감사원, 국방부 감사의 요지를 각각 한 꼭지씩 편성했다. 이 중 4대강 사업에 관해서는 따로 기획 보도를 하나 더 편성해 그 후유증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러나 MBC는 핵심을 모조리 피해갔다.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국정감사가 언급된 보도는 단 세 꼭지였다. 그나마 국감에서 논의되거나 지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은 '수산물 원산지 허위표기 여전…"급식 수산물도 원산지 속여"'라는 제목의 기사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두 꼭지는 '국감장 스케치'에 가까웠다.

10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10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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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의 감사를 다룬 '김용판 또 증인 선서 거부…안행위 감사 파행' 꼭지는 김용판 전 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는 사실에만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작 국감의 핵심 논제였던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여야 간 논쟁은 보도 말미에 짤막하게만 정리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날 김 전 청장의 선서 거부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BS와 SBS가 그 소식을 다룸과 동시에, 국정원 댓글사건에 관련한 여야 의원의 발언도 함께 인용하며 쟁점을 분석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인들의 국감 출석을 다룬 '줄줄이 불려나온 기업인들…핵심 놓친 국감, '호통'만 있을 뿐' 꼭지도 마찬가지로 주객이 전도된 모습을 보였다. 기업인들이 출석하게 된 원인인 '갑의 횡포'에 관해서는 기사 중간에 짧게만 언급할 뿐, 기사의 핵심은 국감 내용과 동떨어져 있었다.

물론 이 보도에서 나온, 증인 질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등의 지적은 타당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감사의 논제를 다루지 않고 국감장의 분위기만 보도하는 행태는, 시청자들이 국정감사 진행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도록 했다.

더구나 KBS와 SBS가 큰 비중을 할애한 '4대강 사업'관련 감사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방부와 방통위 등의 감사 내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는 '유통가는 벌써 '겨울 채비'…부츠에 난방용품 전면배치', '선선한 날씨 '방심 금물'…가을이 더 식중독 위험' 등 여러 건의 생활정보 기사가 채웠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실태를 점검하는 자리다. 그 안에서 쏟아지는 모든 논제를 보도하는 것은 어렵다 치더라도, 당일의 감사에서 있었던 중요한 이슈들은 반드시 국민들 알도록 해야 한다. 국감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나 절차에 관한 비판은 그 다음 문제다.

국감이 '핵심을 놓쳤다'고 비판했던 MBC는, 국정감사 속 핵심 논제보다 부차적인 내용과 생활정보에 치우친 <뉴스데스크>를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정말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태그:#KBS, #국정감사, #방송뉴스,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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