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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혁명> 책표지.
 <검은혁명>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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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혁명>은 미국 흑인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수원지검의 정상환 검사가 쓴 책인데,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니고,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어서인지 흑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참 풍부하시더라고요. 저도 영문학을 전공해서 미국에 교환학생 갔을 때 흑인문학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는데, 그때 배웠던 내용들이 읽기 쉽고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인종'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슈일 수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을 영국에서 다녔고, 이후에는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서 1학기 지내본 경험이 있는데요.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대학 때 교환학생을 가서는 미국에서는 '인종'이 나를 규정하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이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고, 성공한 유색인종도 많은데 '인종' 문제가 그리 심각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인종' 문제는 미국사회 전체에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흑인문학 시간에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커플은 없을까?"에 대해 토론하는 클립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인종 간 커플은 꼭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커플입니다.

 영화 <셰임>의 한 장면. 미디어에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커플은 많이 그려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셰임>의 한 장면. 미디어에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커플은 많이 그려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도 그래서, 저도 미국에서 알던 혼혈인 친구들 중 아버지가 백인, 어머니가 흑인인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보지 못했어요. 역사 속에서 흔히 봐왔던, 남녀 간 지위의 상하관계와 인종 간 지위의 상하관계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한, "뭐라고 딱 꼬집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흑인에 대한 차별 (349p)"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그 오프라쇼에서 방청객의 흑인들에게 "본인을 아프리카인으로 규정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말했더니 손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미국의 흑인은 혈통으로 보나, 자의식으로 보나 아프리카(African)보다 아메리카(American)에 더 가까운데, 여전히 흑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메리카(American)가 아닌 아프리카(African)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흑인이 처음 노예선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인 현재의 미국까지의 흑인 역사를 쭉 다룹니다. 하지만 책에서 제가 특히 좋아한 부분은 역사 부분이 끝나고 흑인 문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담겨 있는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흑인 문제는 미국인 전체의 문제이지만 흑인 문제의 복잡성과 원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흑인들이며, 그 해결책 또한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370p)"라며 흑인 문제는 흑인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지지율 때문에 흑인 문제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오바마를 보면, '흑인 손으로 흑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못 하니까요.

하지만 저도 미국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목격했던 흑인 친구들이 보이는 폐쇄성이나, 타 인종과 섞이거나, 공부를 잘하는 흑인에 눈총을 때리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저자가 말하는 것에 공감이 갑니다. 이제는 흑인들 스스로 담벼락을 허물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이 책을 읽기에 '인종' 문제가 좀 멀게 느껴진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대입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성인 저는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인종 문제와 한국의 남녀 문제 사이에 비슷한 점을 문득문득 발견했습니다. 책에 '흑인 학생들이 인종이 섞인 대학을 다닐 때보다, 흑인만 모여 있는 대학을 다녔을 때 더욱 적극적이고 공부에도 집중하는 걸 볼 수 있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제가 여고를 다닐 때 생각이 났어요.

여고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남녀가 섞여 있으면 아무래도 여자가 반장이나 회장을 맡기도 어려워서 점점 소극적이 되는데, 여고를 다니게 되면 그렇지 않아서 적극성을 키워진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공학이었던 중학교에 비하면 실제로 여고에서 여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인 경향이 있었구요. (이런 이유로 여대를 가거나 보내기도 하죠?)

이런 '소수자를 분리해서 보호할 것이냐 통합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 저자는 '성공한 흑인을 보고 소수자 우대 정책을 떠올리는 풍조는 옳지 않다'며 소수자 우대 정책에 기대지 말고 흑인들이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녀 문제에서 '소수자 우대 정책'은 유럽에서 많이 시행하는 '여성 임원 비율' 등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제도를 철폐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을 이루는 길인 것일까...라는 식으로 생각이 뻗어나갔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검은 혁명>은 미국 흑인의 역사에 관한 책이지만, 더 넓히면 '차별'에 대한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먼 나라의 차별과 우리 가까이의 차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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