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기법 '프로파일링'. 이를 제목으로 내세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지난 4일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MBC <프로파일링>이다. 출연자의 안전 문제로 논란이 됐던 <스플래시> 시간에 편성됐다.

 '프로파일링'과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한 프로그램 MBC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링'과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한 프로그램 MBC <프로파일링> ⓒ MBC


이날 방송에는 19세 소년의 살인 심리를 파헤친 '용인살인사건의 재구성', 강남 3구 초등학교 85곳의 학업성취도평가 성적과 주변 아파트 매매가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강남,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할까' 등 세 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프로파일링' '빅데이터' 등의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살인 심리와 강남 문제 등 소재 또한 흥미를 자극했다.

살해 동기 앞부분에 내보낸 구성 아쉬워

우선 구성상의 아쉬움이 눈에 띄었다. TV 프로그램에서 구성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은 시청 흡인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내용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몰입할 수도, 이탈할 수도 있다. '용인 살인사건의 재구성' 편은 특히 구성이 아쉬웠다. 19세 소년이 평소 알고 지내던 18세 소녀를 살해한 후 무려 16시간 동안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사건.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 아닌가.

 살인자가 살인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는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 이를 분석하는 배상훈 프로파일러

살인자가 살인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는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 이를 분석하는 배상훈 프로파일러 ⓒ MBC


'모범생 소녀가 왜 소년이 있는 모텔로 가게 됐을까?' '평범한 소년이 왜 소녀를 살해했을까?' 소년은 교사인 부모님 밑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고, 학교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가 왜 살인을 했는지 '프로파일링'이 그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본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이 툭 튀어나왔다. 스튜디오에 나온 프로파일러가 "기타리스트의 꿈이 좌절되자 본인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살인이었습니다"라고 아주 중요한 결론을 앞부분에서 공개해 버린 것이다. 결론이 미리 제시되자 뒷부분에 대한 관심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파일링'의 과정을 하나씩 하나씩 소개하는 이른바 '양파까기 구성'을 도입하면 어땠을까?

'강남 교육'이 빅데이터 분석 대상?

<프로파일링>은 용인 살인사건 외에도 강남의 아파트 가격과 성적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강남 교육' 문제는 아주 흥미로울 것 같지만 사회적 성격 때문에 무겁고 칙칙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할까'라는 질문은 이제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기도 하다. 물론 '8억 이상이면 성적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에서 보듯, 일정 수준 이상의 부유층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어렵게 분석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한 내용 아닌가.

 블로그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강남에서 무엇을 떠올리는지 보여준다.

블로그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강남에서 무엇을 떠올리는지 보여준다. ⓒ MBC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강남과 관련된 5억 건이 넘는 블로그를 분석해 제시한 결론도 공허했다. 사람들은 주로 '강남의 가로수길에서 친구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샐러드를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방대한 블로그 글에서 '무엇'을 추출해낼 것인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다.

심리학과 방대한 데이터로 사건의 실마리를 푼다는 점에서 '프로파일링'과 '빅데이터'는 분명 신선하고 유용한 도구다. 이 점에서 <프로파일링>은 의미 있는 도전을 했고 뚜렷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나 사건을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도 어느 정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논픽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조건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다만 흡인력을 높이는 구성, 분석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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