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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의 정치적 논란이 진보진영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진보·보수 인사들의 연쇄인터뷰 '이석기 사태와 진보'를 8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이 논의를 더 진전시키고 생산적인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다른 목소리들을 담은 연쇄인터뷰 '이석기 사태와 진보에 답한다'를 약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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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사태와 진보>) 기획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석기 그룹은 주체사상파다'라고 말했다. 그게 20여 년 전 학생운동 시절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이와 똑같은 말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나에게도 했다. 본인들은 그걸 운동진영의 NL-PD 논쟁의 하나로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새누리당이 내놓는 '종북' 프레임과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파 쪽 인사들에게 '당신 마르크스파야? 모택동파야?'라고 묻지 않는다. (진보진영) 사람들 스스로가 가장 반 진보적인 언행을 자꾸 한다. 사상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 태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48·서울 관악 을·초선)은 이른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이후 진보진영 안에서 진보당에 쏟아진 비판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실 매카시즘 속에 갇혀 있다"며 "종북 프레임이라고 하는 것이 그 점에서 아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또 "검찰의 (이석기 의원) 기소 시점이 이 사건의 변곡점"이라면서 "기소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원회에 들어오기를 주저하기나, 들어와서도 '진보당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찰 기소 이후에는 (증거가) '프락치에 의한 녹취록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닌가? 진짜 이상한데?'라면서 오히려 '반격'을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내란음모 사건의 주된 증거로 제시된 녹취록이 상당부분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적어도 언론과 진보적 지식인이라면 이 녹취록을 잘 보고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 회합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녹취록에 나온 발언들에 대한 상세한 답변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녹취록은 국정원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기자 주 : 회합에서 나온 실제 발언과 녹취록 조작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 회합 참석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뤄질 예정이다).

다음은 이상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 의원과의 인터뷰는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재미있는 것이, 이번 사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슨 잡범처럼 돼버렸다" "적어도 내란음모 정도는 되어야만 진보 내지 혁명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식으로 돼버렸다. 이건 좀 비이성적인 상황이다"
 "재미있는 것이, 이번 사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슨 잡범처럼 돼버렸다" "적어도 내란음모 정도는 되어야만 진보 내지 혁명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식으로 돼버렸다. 이건 좀 비이성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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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서 진보당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광역당과 지역위원회까지 전 당 조직이 이미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되었고, 웬만한 결정을 투쟁본부 중앙회의에서 결정토록 중앙위를 통해서 의결을 마쳤다.

- 이번 달부터 구속된 이석기 의원 공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변호인단을 대규모로 꾸렸다.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법리적 싸움을 해나갈 것이다. 시민단체들과 대책위가 꾸려진 상황이다. 묘한 것은 검찰기소 시점이 완전히 변곡점이다. 기소 전에는 많은 분들이 대책위에 들어오기를 주저하시기도 하고, 대책위에 들어와서도 '진보당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탄압은 부당하므로 대책위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다가 기소되고 나니까 오히려 '이거 정말 아무것도 없네? 그러면 프락치에 의한 녹취록 말고 아무것도 없다는 거 아냐? 진짜 이상한데?'라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대책위에 참여하신 분들도 그렇고, 이미 참여하신 분들도 그렇고, 오히려 '반격'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방어할 때가 아니라 반격을 해야 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건도 그렇고,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도 그렇고, 국정원 국면전환용이라는 게 너무 빤한 수 아니냐, 그렇다면 오히려 반격을 해서 국정원의 숨은 의도와 검은 속셈을 드러내야한다'고들 얘기한다."

- 이번 공동 변호인단에 민변 차원에서는 결합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럴 수 있다. 사실 다들 얼마나 놀랄 만한 일인가. 재미있는 것이, 이번 사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슨 잡범처럼 돼버렸다. 국가보안법 위반은 한국 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돼버리고, 적어도 내란음모 정도는 되어야만 진보 내지 혁명이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식으로 돼버렸다. 이건 좀 비이성적인 상황이다."

- 민주당도 사건 초기부터 진보당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당내 경선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그랬다. 원래 '종북'이라고 그전부터 공격을 해왔는데 거의 잘 안 먹혀 들어가다가 지난해 5월 1일 조준호 당시 진상규명위원장이 낸 보고서가 나오면서 진보 또는 민주·중도 쪽에서 '부정 집단'이라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했다. 이를 정권과 공안기간이 '종북' 프레임으로 집중적으로 치고 들어온 것이다.

나중에는 이게 경선 부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게 아니라 '종북' 여부로 바뀌어버렸다. 저들 프레임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프레임으로 넘어갈 때 '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가장 손 놓고 있던 집단 중 하나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이때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내가 보기에는 민주당이 이때부터 뒷걸음질 쳤다. 야성이 소진돼가는 상황이었다라고 본다."

"국정원의 반전카드... 비밀지하조직에 아이들 데리고 오나?"

- 진보당에서는 이번 사건을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규정했다.
"국정원이 (댓글공작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되고 나서 국회 국조특위가 합의됐을 때, 국회에 파견 나온 국정원 직원들이 굉장히 긴장했다. 저도 여러 차례 (국정원 담당 직원에게) '특위 어떻게 임하실 거냐, 상황을 어떻게 보시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국정원이 자기 조직이 축소되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더라. 그러니 여러 반전카드를 준비한 것이다.

우리 사건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국정원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결정타가 사실 채동욱 총장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채 총장은 중수부장 출신이라서 팩트(fact, 사실)에 의해서만 수사하고, 수사에서 나온 사실에 근거해서만 움직이는 데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원세훈 지시말씀'을 보면 명백하게 선거개입 정황이 드러난다.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 관련 인터넷 댓글 작업도 했다. 이건 공직선거법 위반인데, 이걸로 기소하는 순간 검찰도 '채동욱 멋있다'고 난리 났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국정원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불법선거 요소가 확정판결 나버리면, 현직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총장이 선거법으로 기소를 한 거다. 검찰 수사 원칙에서 보면 맞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채동욱 전 총장이 전설적 영웅이 됐다. 동시에 곧바로 잘릴 운명에 놓여있던 거다. 그것이 9월에 와서야 드러났다. 이렇게 됐을 때(선거법 기소가 됐을 때) 첫 번째 타격을 받는 건 박근혜 정부지만 또 하나는 국정원 아닌가. 그러니 채동욱을 날릴 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걸 급하게 터트린 게 아닌가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회합 녹취록 내용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충격을 주는 내용이다. 회의록을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전쟁, 핵무기, '폭파' 같은 이야기가 막 나오니까 다들 놀랄 수밖에 없다. 저는 지금까지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점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경위야 어떻든 저희의 불찰이다'라는 말을 꼭 했다. 그런데 다들 '왜 사과 안 했느냐'고 한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펼치며) 회의록과 관련해 잠시 말씀을 드리면, (회합에) 아이들이 온다. 비밀 지하조직에 아이들이 오는 경우 있나. (다른 페이지로 넘기며) 이건 '급진적 경향이 좋은 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겨서) '결전성지'라고 했는데, 마리스타 수녀원이 있는 절두산 성지에 왔다는 이야기를 국정원에서는 결전성지에 왔다고 쓴 것이다."

- 녹취록에는 폭파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 폭파 관련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한 참가자가 '예비검속 피해야 한다, 폭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잡혀가서 죽는 게 더 문제다'라고 말한다. 또 '개별적으로 저장소 어떻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 한 조 한 사람만 좀 얘기가 나왔는데, '무기 기술습득 그랬는데 뜬 구름이었다'고 말한다. 이게 <한국일보> 녹취록 보면 '참가자 웃음'이라고 나온다. 이정희 대표가 이걸 보고 '농담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 거다.

이날 모임은 실제로 정세강연이었고, 강연 중에서 일부 과격한 발언이 나온 것도 있지만, 참가자들이 그 자리에서 '그것은 안 되는 거 아니냐, 불가능하다, 반전·평화(운동)을 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전체 흐름이었다. 이석기 의원도 '개량주의, 공산주의 잡사상 많은데 이를 척결해야 한다'고 하는 발언을 했다. 공산주의 척결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어떻게 동조하는 것인가. 국정원 시각에서 푼 녹취록인데도, 여기에도 '급진주의 경계'와 '공산주의 척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총 갖고 다니지 말라'고 한다. (이 의원이 발언했다는) 철탑 폭파도 얼마나 웃긴 이야기냐면, 'A라는 철탑이 있다고 치자, 예니까 사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철탑을 폭파하라고 이야기한 게 아니다.

부적절한 표현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오히려 정반대 내용의 발언은 왜 균형 있게 실어주지 않는가. 우리를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면까지 이야기하지 않으면 너무한 것 아닌가. 국정원은 원래 그런 집단이니까, 공안기관은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집단이니까 그런다고 쳐도, 적어도 언론은, 주변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녹취록을 잘보고 애기했으면 좋겠다."

- 문제는 이런 얘기가 나온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왜 철탑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해야 했는가.
"부적절한 표현이 없는 건 아니다. 내용 중에 정말 저 내용을 다 이야기했는지는 법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북한이 핵개발 성공했다, 인공위성도 쏘고 그랬다, 그 기술이 대단한 것이다'라는 표현은,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가 될 수 있다. 객관적 팩트를 이야기해도 잡혀가는 세상이다. 그러면 도대체 대한민국에는 사상·표현·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인가. 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우리가 실제 독재·기득권·비리 집단하고 같이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을 폭력으로 없애려 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합법적 절차에 의해서 한다. 그들의 행위가 문제됐을 때는 해당 범법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를 모두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진보 진영에서조차 진보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실 매카시즘 속에 갇혀 있다. '종북' 프레임이라고 하는 것이 그 점에서 아주 위험하다. 최소한 이성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보 진영에서조차 진보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실 매카시즘 속에 갇혀있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진보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사실 매카시즘 속에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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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대한 입장을 왜 강요하나... 그것도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

- '적어도 정치인과 정당은 표현의 자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정치인은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이중 잣대다. 정치인은 선거라는 공간 속에서 국민들에게 심판받는다.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저 사람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취지는 괜찮다 하더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싫다, 안 찍겠다' 하면 그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고, 정당 지지율은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걸러지는 것이다.

지난해에 MBC <100분토론> 나와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당 부정선거 사태와 관련해 토론을 하는 자리였는데, 한 시민이 '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해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그때 일부 지식인들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그걸 왜 강요하고 강제하려 하는가."

- <오마이뉴스>의 '이석기사태와 진보' 기획기사를 봤나.
"읽었다. 사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과 쓴소리를 들어야 할 점도 있다고 본다. 진보정치라 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 진보정치가 갖는 강력한 힘의 요체는 당장 우리가 의원 몇 명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소통이라 하는 것, 끊임없이 성찰해서 변화시켜나가는 것에 큰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당에 대한 비판을 다 들어야 한다.

이걸 수용하고 계속 변화·혁신할 것이냐는 우리의 몫이지만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자세 취해야 한다. 물론 비판 중에는 비난적 요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비판은 애정과 기대가 있어서라고 본다. 그것마저 없으면 쓴소리를 하겠나."

- '이석기 그룹은 주체사상파다'라는 지적이 적지않게 제기됐다.
"그게 20여 년 전 학생운동 시절 이야기다. 재미있는 건, (주체사상파라는 말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나에게 한 소리다. 본인들은 그걸 운동진영의 NL-PD 논쟁의 하나로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최근 '종북' 프레임과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등파 쪽 인사들에게 '당신 마르크스파야? 모택동파야?'라고 묻지 않는다. 본인들 스스로가 가장 반진보적인 언행을 자꾸 한다. 사상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 태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분단의 질곡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문화예술인들 중에서 국보법으로 처벌받은 분들은 자기 검열을 한다. 우리나라 만화는 기술면에서는 최고라고 본다. <각시탈> 등 수많은 만화들의 기술은 정말 뛰어나다. 그런데 소재가 빈곤하다. 이유는 상상을 자유롭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이 꽃펴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 "진보당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아직도 운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교훈은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이 힘을 더 모아야 하고, 심지어 중도계층까지 다 함께 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힘을 더 모아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이야말로 진보를 키워줄 수 있는, 진보가 크는 밑거름이자 본령이다. 이 점이 명확한 거 아닌가. 세 번째는, 소위 '여의도식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의도식 정치를 하라는 강요가 너무 많다.

그러니까 '너희들 입장은 알겠는데 정치는 그런 게 아냐. 사과부터 해야 돼'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꼬리 자르기'부터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꼬리 자르기의) 선수 아닌가. 누구 하나 문제가 생기면 당에서 제명시키면서 의원직은 유지시킨다. 그러면서 '그건 개인의 문제다, 새누리당은 깨끗한 정당이다'라고 한다. 꼬리만 자르기 때문에 몸통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석기 의원이 잘못했다 할지라도 당에서 제명 못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이 잘못했으면 우리가 알아서 정리하겠다. 힘들고 어려울 때 동지를 버리는 게 맞는 일인가. 한국 사회는 국민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악독함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 사회 자체가 그렇게 굴러가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사회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왔고 원내에 진입한 것이다. 여의도식 정치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 이번 사건으로 진보당이 최대의 위기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에 동의하나.
"상당한 위기다. 밀양 송전탑 사태 때문에 현장에 직접 갔다. 움막 안에서 할머니 2명과 이야기했다. 이 할머니들이 '국회의원이 바깥에 직접 가봐야 한다'고 하면서 저를 구덩이로 데리고 갔다. 두 할머니가 구덩이에 누워서 '여기서 죽겠다'고 해서, '이러시면 안 된다, 죽는 다는게 말이 되냐, 송전탑 반대 이유가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마음먹으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진보당이 구덩이를 파고 국회의원이 자살을 권유했다'고 나왔다.

이게 보수 쪽의 공세이자 왜곡인데, 이게 먹혀들어 간다. 전에는 이런 걸 상상 못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도 그렇다. 대책위 분들도 '진보당이 많이 와주는 건 좋은데 당 깃발은 내리고 오면 안 될까'라고 말한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진보당 당원들이 계속 오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오는 다수의 시민들을 제외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조직 중 진보당이 가장 많이 온다는 걸 행사를 주도하는 시민단체에서도 안다. 그런데도 '티는 내지 말아 달라'고 한다."

- 이번 사건의 '프레임'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당은 대중과 접촉하고 유권자도 만나고 해야 하는데, 이런 길 자체가 자꾸 막히거나 우리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그런 주문을 우리가 무조건 다 거부할 수도 없고…. 그런 점들이 현실적으로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이 정말 (진보당을) 죽이려고 달려든다는 점도 있다. 이 두 가지 점에 비롯했을 때 상당한 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부정경선 사태가 터졌을 때도 우리는 '부정 안했다'고 했다. 이번 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를 하지 않았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다"
 "지난해 부정경선 사태가 터졌을 때도 우리는 '부정 안했다'고 했다. 이번 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를 하지 않았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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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란음모 하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 걸 것"

- 법률적 판단 별개로 당이 감내해야 할 정치적 몫도 있다.
"당분간 아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낮은 곳에서, 서민들이 있는 곳에서 하나하나 다시 돌을 쌓아나가듯이 해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본다. 또한 정치 일정으로 보면, 내년 지방선거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 이달에는 재보선도 예정되어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진보당은 포항에 노동자 후보를 내보낸다. 포항은 진보당이 입도 뻥끗 못하는 지역이다. 포항에서 새누리당 공천 신청한 모든 후보가 자신을 공천 해달라 하면서 말하는 게 '종북 척결 적임자는 바로 접니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포항에서는 노동자 표만 가지고 오자는 입장이다. 아마 저쪽에서는 까무러칠 거다. 내란음모 의혹을 받는 당인데도 표가 나온다, 그것도 포항에서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화성에서는 지금 홍성규 대변인의 지지율이 6~7% 나온다고 들었다. 이를 국정원이 알고 있을 거라 본다. '이렇게 두들겨도 안 되네'라며 국정원이 노심초사할 것이다. 화성은 수도권으로 새누리당 강세인 지역인데 거기서 홍성규 대변인이 소위 'RO 주요 조직원'으로 거론됐는데도 6~7%가 나온다? 놀라울 이야기다.

다음 지방선거 때 진보정당 중에 전국에 후보 내는 데는 저희밖에 없을 거라 본다. 기꺼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 저희를 지지해줄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것대로 말씀드릴 것이다. 지역단위에서는 살갑게 다가가면서 낮은 자세로 승부하겠다. 여기엔 전제가 있다. 지난해 부정경선 사태가 터졌을 때도 우리는 '부정 안 했다'고 했다. 이번 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를 하지 않았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다, 이런 사실이 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겠다."


태그:#내란음모사건,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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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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